국내 프로야구는 인기 스포츠이다 보니 관중들도 많이 늘어나고 각자 응원하는 팀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 문구들을 커다란 종이에 형형색색 펜으로 치장하여 응원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곤 한다. 얼마 전 프로야구 중계 중 카메라가 관중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눈에 띄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디 사시는 뉘신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의 표지와 똑같은 일러스트를 책 제목과 더불어 크게 만들어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우연히 카메라에 잡혔고 이어서 해설가의 해설이 이어진다.
‘피터 드러커가 누구죠?’
사실 누구죠? 라고 물어보는 건 당연한 의문으로 보인다. 야구 해설가들 역시 청춘의 대부분을 야구에 바치며 인생을 살아왔을 테니 어찌 보면 야구와는 동떨어진 학문인 경영학의 아버지 같은 존재인 ‘피터 드러커’에 대한 존재감은 베이브 루스 보다 한참 떨어져도 떨어질 것이다. 곧이어 궁금증을 못 참았는지 잠시 쉬는 시간에 인터넷을 통해 그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검색을 하였나 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같은 분이라는 군요. 허허’
아마 해설가는 그 응원문구가 출간된 책을 지칭하는 뜻이며 어쩌면 그걸 흔들고 있었던 관객이 이 책의 출판사 관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이렇게 야구와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경영학이라는 동전의 반대면 같은 학문을 교묘하게 접합시켜 하이틴 청춘 소설은 야구장 마케팅과 더불어 출간되었다.
화제가 되기에 더불어 야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두껍지 않은 이 책은 쉽게 접하고 쉽게 읽어 내려갔다. 어쩌면 내가 피터 드러커의 저서를 단 한 줄도 읽지 않았기에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이 배제되었다는 핸디캡도 있을 것 같다.
책은 어마어마한 인물인 드러커가 카메오로 출연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단지 사건의 발단과 동기, 이야기의 중간 중간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출연빈도가 높은 카메오긴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흔한 하이틴 청춘 소설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아다치의 야구만화에서 느꼈던 그 감정에서 덜도 더도 아닌 그 느낌을 그림이 아닌 활자로 만났다고 보면 간단한 설명이 될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느낌은 소문처럼 대단하진 않아 보인다. 오히려 난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나와는 동떨어진 분야에 존재하는 인물인 드라커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을 읽고 느낀 장점이라면 장점으로 보고 싶다.
국내 B급 에로영화의 패러디 마냥 만약 고교야구 매니저가 카마수트라를 읽었다면?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었다면?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상상만큼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