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을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남들에게는 지나간 1승일지도 모르겠지만 부모님과 동생들과 저에겐 감동을 주는 1승이라고 생각합니다.’
격한 감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낮은 저음에 침착한 목소리를 들려줬던 두산 베어스의 백넘버 59 서동환 투수의 인터뷰 내용 중 한 부분이다.
2005년 기대주로 입단하였으나 제구력 난조와 두 차례의 수술로 어쩌면 그는 선수생활은 접었어야 했을지도 몰랐다. 그런 그가 어제 비가 오락가락 내리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와이번스(1위팀)를 맞아 5이닝 3안타 1실점 3삼진의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데뷔 후 첫 선발승이다.
그가 선발투수로 등장한 이유도 드라마틱하다. 팀 내 2선발로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에이스 김선우의 컨디션 난조로 땜방성이 강한 등장이었고 많은 기대를 받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상황. 더불어 경기 중 쏟아 붓는 빗줄기로 강우취소(야구는 5회 말까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후문제로 경기가 취소되면 노게임 선언)의 갈림길에도 서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그가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귀중한 1승을 추가했다.
잔인한 5월이라고 해야 할까. 전력과 평가에서 우승후보 1순위인 베어스는 5월 승부에서 죽을 쑤며 6위로 내려앉아 있다. 타선은 집단최면이라도 걸렸는지 물 방망이로 전락했고 선발 투수진은 1,2선발 말고는 계속 두들겨 맞기 일쑤였다. 2위였던 4월 성적에서 한 달 만에 초고속으로 내리꽂는 포크볼마냥 팀 성적은 바닥을 처 버렸다. (임태훈 선수의 스캔들 이야기는 논외로 하고 싶다.) 이런 처참한 분위기에서 서동환이라는 선수는 어쩌면 선수 개인에게나 팀에게 있어서 희망을 안겨줬다.
고작 1승. 이제 겨우 한게임 선발등판. 어쩌면 그는 다음 경기에서 엄청나게 두들겨 맞고 패전투수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기 후 그가 보여줬던 인터뷰 내용에선 그가 얼마나 단단하고 깊은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어 보였다.
‘ 수술 후 재활기간동안 야구를 밖에서 많이 보다 보니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수많은 자기 개발서 보다 어제 멋진 경기와 더불어 감동스런 인터뷰를 남겨 준 그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서동환 선수의 선발승을 축하하며 앞으로 아프지 말고 오래 오래 선수생활을 이어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