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밑은 꽤나 북적북적한 동네이다. 아무생각 없이 나들이 하자는 생각으로 찾아간 일요일 그곳의 풍경은 평상시 보다 더욱 북적거리고 시끌거리는 공간을 창출해낸다. 이유가 있었다. 지하에 위치한 이 상가는 이번 달을 넘기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단다. 좀 더 자세히 풀어보면 리노베이션을 6월에 시작하기에 5월까지만 영업을 하고 다음 달부터 공사에 들어간다는 소리다. 강남역 지하상가와 같은 모습을 띄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폐업, 점포정리라는 커다란 문구는 줄지어 늘어선 가게의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더불어 원래 얼마에 판매했을지 모를 각종 물품들을 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 같다. 마님과 함께 그 수많은 인파를 뚫고 마님 옷 몇 벌과 여름 이불과 배게,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인테리어 샵에서 몇 가지 구입하게 되었다. 특히 이불을 파는 가게 주인아주머니는 사람이 너무 많아 피곤하다는 투정을 하시면서도 이불을 사니 배게 커버를 두 개 서비스로 내주신다.
정리와 폐업이라는 그리 반갑지 않은 단어가 거슬리지만, 분명 미관상으로나 안전상으로 보다 나은 공간으로 창출되는 장소로 탈바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 ‘나는 가수다.’ 가 생각보다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나 보다. 사실 우린 귀로 듣는 음악 본연의 기능을 많이 거세당한 요즘 가요계의 공허감과 빈곤함이 반발심을 불러일으키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 같다.
노래 잘 부르는 가수들(이 당연한 단어의 조합이 이렇게 이질적이라니).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경이로웠나 보다. 시청자들과 여러 언론매체들은 극찬과 더불어 경배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더불어 비주얼로 승부했던 아이돌 가수들의 위기감까지 언급하는 조금은 오버하는 신문기사까지 마주치게 된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단 한편도 시청하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반응들을 주변에서 들어보며 노래방이라는 장소가 생각났다. 요즘 거의 가지 않았던 공간. 그곳에서 함께 어울려 불렀던 노래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 노래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려지는 대중적인 노래들이 무엇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녀시대, 빅뱅의 노래를 따라 부를까. 아니면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이나 김민우의 ‘사랑일 뿐이야’를 부를까.
각종 기계음과 믹싱, 화려하며 섹시한 율동을 배제한 상태로 노래로만, 귀로만 듣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노래를 접했던 나의 세대가 어쩌면 요즘 세대들보다 더 풍요로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