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레이지 - Outrag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속 특징을 찾아보면 공통적인 코드를 발견할 수 있다. 강력한 폭력의 수위 속에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유머와 위트가 넘쳐흐른다. 잔인하다 인상 찌푸리다가도 낄낄 웃게 만들어 버리는 재주는 아무나 가진 건 아닐 것이다. 이런 그가 이번에도 역시 야쿠자. 다시 말해 조직폭력의 어두운 부분을 들춰내는 영화를 하나 만들었나 보다. 단 그가 여태 보여줬던 이런 부류의 영화와는 차이점이 하나 존재한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라스트 한 방이 존재하곤 했다. 소나티네에서 혈혈단신 자신의 짓눌렀던 조직을 분쇄하거나 비루한 최후를 맞이하는 하나비처럼 상황을 반전시키는 강렬한 한 방이 존재하곤 했었다. 그의 영화가 깔끔하고 딱딱 맞아 떨어진다는 표현도 아마 이런 급진적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 속 라스트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 영화 아웃 레이지는 그런 급진적 퍼포먼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극히 당연한 엔딩. 모든 것이 사그라지는 파멸의 길을 순차적 방법으로 결말에 도달한다. 배반이 배신을 낳고, 정의감이 사라진 부패한 경찰의 모습, 의리나 정 따위는 존재조차 않은 비정한 세계를 위트와 유머를 버무려 보여준다. 비록 그 한 방의 부재가 그의 다른 영화와는 이질적인 느낌일지라도 어쩌면 ‘어때 내 영화야. 모두가 바라는 그런 결말이 아니라 좀 당황스러운가?’라며 썩소를 날리는 기타노 다케시의 얼굴이 떠오르게 된다. 익숙해졌다 싶으니 허를 찔렸다고 해야 할까. 



 토사구팽(兎死狗烹). 주인공 오오토모는 조직의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지만 사냥철이 끝난 사냥개 꼴로 전락한다.

다분히 예상 가능한 엔딩을 보여주는 아웃 레이지는 아마도 그쪽 세계의 현실성을 가감 없이 보여줬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뉴스에서 들었던 조직의 중간 보스가 처지를 비관해 자살했다는 실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쪼들리는 생활고와 무늬만 보스인 자신의 처지가 버거웠기에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음성변조 목소리의 인터뷰 내용은 거품 쫙 걷어낸 그 세계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요즘 돈 없으면 애들한테 무시당해요. 보스나 형님도 돈이 있어야 하는 거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죠. 의리, 형제애? 그런 건 그냥 폼이에요 폼.’

이렇게 이 영화는 이러한 현실을 어떤 미화적인 방법을 배제하고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환상을 걷어내고 현실에 고정판을 박아 넣어 만든 영화가 우악스럽고 식상할진 몰라도 다케시만의 코드가 곁들여진다면 심각한 표정과 웃음을 반복하는 묘한 상황과 매력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oule 2011-03-30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강호 나오는 영화... 제목이 뭐죠? 맞다, 우아한 인생. 거기에도 저거 비슷한 대사가 나왔던 것 같아요. 아니, 비열한 거리였던가. 아무튼, 우아한 인생 그 영화도 참 좋았는데.

Mephistopheles 2011-03-31 12:42   좋아요 0 | URL
송강호가 조직폭력배이지만 가정에선 힘 없는 가장으로 나왔던 영화라면..우아한 인생이 맞을 꺼에요. 그 영화..엄청 현실적이죠.ㅋㅋ

버벌 2011-03-3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타노 다케시. 한때 그의 영화가 모두 주목 받았을 때가 있었죠? 전 웬지 거부감이 일어 보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이 영화는 보고프네요.

Mephistopheles 2011-03-31 12:45   좋아요 0 | URL
다케시의 영화가 모두 다 처절하지만은 않습니다. 가끔 이게 이 사람 영화가 맞나 할 정도로 당황스러운 영화들이 몇몇 있어요. '기쿠지로의 여름' 정말 다케시답지 않지만 참 좋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