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핸드폰은 3년이 넘었다. 고장은 나지 않고 여기저기 잔기스와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부분들이 있지만 기능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을 바꿔버리는 만용을 저질렀다.
아마도 원인은 마님의 압력 때문이라고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 마님이 얼마 전 아이폰으로 핸드폰을 교체한 후 그것이 마님의 명의의 마님폰임에도 불구하고 여간해선 마당쇠 손에서 떠나지가 않았었다. 그러니까 대부분 인간수컷들이 그렇듯 새로운 장난감에 열광하는 모습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보여줬다. 그러자 정작 폰 주인인 마님이 슬슬 짜증이 몰려왔다 보다. 급기야 마님 핸드폰을 바꾼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마님의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졌다.
‘핸드폰 바꿔. 아이폰으로... 아주 귀찮아 죽겠어. 알았지 당장 바꿔..!’
‘(애써 표정관리 하면서) 어 그래도 내 핸드폰은 아직 쓸만하고...그리고 아이폰은 기본요금이 쎄고....어쩌고 저쩌고 불라불라 떠벌떠벌.....’
‘그냥 바꾸라면 바꿔.....’
‘예 마님’
그럼 그럼 난 말 잘 듣는 마당쇠니까 마님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그리하여 다음날 바로 달려가 아이폰을 손에 들고 들어왔다. (이젠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바로 개통해준다는..)
그리하여 스마트폰을 쓴다는 분들이 경험했다는 그 신세계를 조금 늦게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는데......그게 생각보다 천사가 나팔을 불며 쌍무지개가 촤라랑 펼쳐지는 그런 신세계까지는 아니었더랬다. 아주 냉정하게 말해 전화기에 인터넷이 지원되고 기타등등 심심풀이 땅콩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어플(프로그램)들이 널렸다는 것이 좀 박하게 표현한 스마트 폰의 지금까지의 평가였더랬다.
그래도 이왕 내 물건이 되었으니 사용법이라도 제대로 익혀보자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웹서핑을 하다 지금까지의 살짝 기대에 못미쳤던 평가를 어느정도 만족할만한 수준에 올려 놓을 수 있는 어플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라는 비영리 단체에서는 각 분야 방귀 꽤나 뀐다는 사람을 불러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의 강연을 하곤 한다. 그리고 그 강의를 무상으로 넷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급한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언어가 다 다른데 영어로 하는 강의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 싶었는데 이를 번역하고 자막을 입혀 보여주는 어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TED+SUB라는 어플. 공짜다.) 더불어 http://www.ted.com/translate/languages/kor 이곳으로 가면 인터넷으로도 시청이 가능하다. 이 사이트의 번역과 자막은 100%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런 노고에 시간을 아끼지 않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어플과 웹사이트를 접하고 비로서 스마트 폰이라는 새로운 장난감에 나름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중이다. 조금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무지하고 공부 싫어하는 나에게 나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하나의 동기부여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조금 오버해서 말하고 싶다.
이곳에서 처음 들었던 강연이 나름 의미있게 다가오기에 스마트폰 자랑 페이퍼를 빙자해 같이 부록으로 올려볼란다.
'view subtitles'를 클릭하고 자막을 한국어로 지정하면 바로바로 자막이 뜬다. 동영상의 주인공은 제이미 올리버라는 영국 요리사...아니 음식 운동가(?) 이다. 작년 TED 재단에서 수상까지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