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군이 스텐포드를 나왔던 말던 그건 내 알바 아니다. 

그걸 물고 뜯고 난리를 치는 집단도 재미있고, 맞대응을 하는 T군도 재미있을 뿐. 내가 기억하는 T군은 그가 어느 대학 출신이라는 것보다 본질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그가 종사하는 기본적인 분류인 가수라는 테두리에선 글쎄올시다.란 느낌이 든다.(어디까지나 주관적이다.)  

처음 몇 곡은 신선했을지도 몰라도 언제나 그 밥에 그 나물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슷비슷한 영어단어를 곡의 제목으로 붙이고 멤버들간의 포지션에서 나오는 랩이나 비트는 변화가 없다. 차이점은 퓨처링을 해주는 객원싱어의 다양함 뿐이었다. 

음악 외적인 면으로 둘러보면 그리 좋은 기억이 떠오르진 않는다. 사무실에서 야근 철야를 많이 하는 직종이라 라디오를 항상 틀어놓고 근무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냥저냥 생활 속 BGM마냥 크게 신경써서 라디오에 집중하진 않는다.(나는야 모범 직장인..냐하하)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라디오에 신경을 빼았기고 급기야 주파수를 돌렸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T군이 DJ를 맡았던 늦은 저녁시간 때였다. 그 야심한 시간 보편적인 컨셉이 아닌 파격을 택했는지, 시종일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것도 영어로.. 영어라고 말하는 내용.. 글쎄 공중파 라디오에서 셔럽(닥쳐!) 요맨~(이봐!) 금목걸이 주렁주렁 매달고 야구모자 삐딱하게 쓰고 힙합바지 입은 브룩클린 흑인소년들이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시비걸때 쓰는 영어가 방송시간 내내 흘러 나왔다. 결국 난 T군의 의견이 따르기로 했다. 내 방송 재미없고 못마땅하면 그냥 다른 거 들어...그렇게 했다.  

어찌되었건 전세는 T군에게 전적으로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어가는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서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같은 양상으로 돌아가긴 힘들어보인다. T군도 공인(?)이고 이미지도 있고 하니 '너그럽게' 용서하는 방향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하지만 역시 그러던지 말던지 내 알바는 아니다.

2. 월급이 밀렸건 안나왔건 그건 알바 아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담배를 피러 내려가는 길에 파견나와 있는 사무실 부소장과 동승하게 되었다. 평소 일 이외에는 별 대화를 안 나눴던 상대인데 뜸금없이 질문을 하나 날린다.  

'사무실 월급 잘 안나옵니까?'  

순간 내 머릿 속 뇌세포는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이걸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사실대로 말하면 사무실 제정 사정 개판 오분전이라고 스스로 밝히는 꼴이고, 이로 인해 위태로운 회사와는 일을 못하겠다고 나오지 않을까. 그게 아닌 도의적 선의적 차원에서 결제금을 미리 땡겨주려는 건 아닌가...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순식간에 지난 후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어중간한 선택이었다.  

'오락가락 합니다.'  

그러자 상대방에게 어렵게 넘긴 탁구공이 강력한 스매싱 타구마냥 재차 질문이 넘어왔다. 

'최 근래에 어떻습니까?' 

방어하기 급급한 나는 결국 상대방의 강력한 스매싱을 방어하지 못했다.  

'안나왔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는 이렇게 결말을 내버렸다. 

'조금만 참아봅시다. 이제 조금 있으면 계약할꺼고 그렇게 되면 우선순위로 지급대상업체로 올려 놓겠습니다. 그때까지 좀 더 고생합시다.' 

애시당초 계약도 않하고 일하는 것도 우습고, 원청업자가 빚더미에 앉아있으며 하청업자들 돈 못주겠다고 배째라식으로 나오는 것도 기가 막힌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부소장은 우리 월급이 나오던 말던 그건 알바가 아니다. 단지 일에 지장이 올까봐. 행여 원하는대로 일이 진행되지 못할까봐 걱정에서 언급하신 것일 뿐이다. 

선의의 관심을 너무 지나치게 냉정한 시선으로 보는 건 아닌가 싶지만서도 내가 경험해 본 우리나라 사회생활의 기본 분위기는 '피도 눈물도 없이', 혹은 '뼈와 살이 타는 밤' 으로 축약하고 싶을 뿐이다. 가득이나 지금 파견나와 하는 일도 원래 남의 입 속에 거의 들어가 있던 떡을 등을 쳐서 뺏어 온 일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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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10-09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건설업계가 어렵다고들 하니 메피님께서도 타격을 받으시네요.월급은 제때 제때 주어야 되는데 말이죠.월급쟁이는 월급 받는 맛에 회사를 다닌다고 하던데 말이죠 ㅜ.ㅜ

Mephistopheles 2010-10-16 15:32   좋아요 0 | URL
어려운 정도가 아니고..아마...자멸의 길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moonnight 2010-10-10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수로서의 T군에 대해서는 저도 메피님 의견과 같습니다. 노래들이 구별이 안 된다는 -_-

엘리베이터 안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에 급당황하셨겠어요. ;;;; 그나저나 최근래에 월급이 안 나왔다니, 제가 막 우울해집니다. ㅠ_ㅠ;

Mephistopheles 2010-10-16 15:33   좋아요 0 | URL
더불어...T군이 부인못할 사실은...자신의 학력을 마케팅에 십분 활용했다는 것...그것도 역시 문제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근데 일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아무래도 부려먹기 위한 미끼..라는 사실에 점점 접근하고 있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