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점집이라도 차려야 하나. 예상이 딱 들어맞았다. 이리 감추고 저리 감추고 쌩쇼를 벌이더니만 결국엔 북한의 도발, 어뢰에 의한 격침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리저리 뜸 들이고 보안이다 기밀이다 할 때부터 냄새가 솔솔 올라오는 것 같더라니... 어찌되었건 남의 귀한 집 아들 다 키워서 군대 보냈더니 개죽음되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들의 억울한 죽음이 위정자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모습은 이제 식상을 넘어서 분노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아마 이런 분위기 지방선거까지 주욱 끌어갈 건 뻔할 뻔자일 것이다.
동네 미장원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며 수다 떠는 아주머니들의 말이 정답일 것이다. 다 키운 자식 비명횡사한 집안은 이미 행복이 끝난 거라는...
2.
누나 따라 자살한 어떤 남자 연예인으로 시끌시끌하다.
대충 소식은 들었으나 요즘 세상일에 관심을 가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점심때 순댓국에 밥 말아 퍼먹으며 식당에 틀어 논 TV를 통해 그의 장례식과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연예인들을 장시간 본의 아니게 시청하게 되었다.
얠로우 저널리즘을 통해 뒷구멍으로 들린 소문은 허허 거참...수준이었고 누나의 부재로 인한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물론 친누나의 보살핌과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보통 대단하진 않았겠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자립할 수 없었던 그의 모습이 아쉽게 느껴진다. 남겨진 자들이 그 슬픔을 떠안아야겠지..
3.
올해부터 전쟁이다. 선진국이라고 떠들건 GNP가 성장했다고 떠들 건 그건 어디까지나 근사한 포장일 뿐, 내가 느끼는 표면적인 경제지표는 최악으로 향하고 있다. 사무실에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일도 경쟁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다 보니, 일을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움직여야 할 시기로 접어들었다. 총알을 날리고 칼을 휘두르지 않을지라도 충분히 잔혹하고 살벌한 현실이다.
4.
한 달 전에 입사한 직원이 그만뒀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비교적 윤택한 경제 환경을 가진 직원이었다. 그 나이에 경기도지만 아파트가 한 채 있고 차 역시 H사에서 나오는 RV차종 중 가장 고가의 차를 끌고 다니며, 그의 차 트렁크엔 언제나 골프백이 실려 있었다. 주말엔 골프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와이프와 함께 연봉을 합치면 1억이 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우리 쪽 업계 연봉이야 뻔할 뻔자이기에 아마 합쳐서 1억이라는 연봉의 대부분은 와이프의 수입일 것이라고 추측되어진다.(S사에 다닌다고 한다.) 사직의 이유도 보다 높은 연봉과 지위(실장)로의 상승이 원인이었다.
누가 나보다 경제적으로 윤택하건 생활의 여유가 있는 건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준비기간도 없이 홀라당 자리를 떠버리게 되면 남아있는 사람들이 힘겨워진다. 그것도 파견근무 중에 말이다. 더불어 사회경력이 그리 많지 않은 직원들은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더불어 지극히 객관적인 판단으로 생각하건데 이 바닥 실장의 자리는 그리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뭐 어찌되건 그건 내 알바가 아니지만 서도.
하루라도 빨리 직원들을 충원해야 하는데 사람은 없다. 역시 돈을 좀 풀어야 사람이 꼬일 것 같은데 그놈의 수금은 정말 지독하리만큼 지지부진하다. 요즘 들어 존나게 일할수록 가난해진다는 '워킹푸어' 라는 단어가 자꾸 떠오른다. 대체 내가 일해 번 돈을 챙기는 왕 서방은 어떤 놈일까?
5.
간만에 책을 잡았다. 그리고 단 하루 만에 좌라락 읽어버렸다. 고래라는 소설을 즐겁게 봤기에 충분히 기대했고 그 기대는 만족스러웠다. 어쩜 그리 흡입력 있게 글이 쓰시는지 소설 속 대화에 유난히 "씨발" 자주 등장해서는 결코 아니다. 즐겁게 읽었고 그나마 요즘 내 생활을 조금은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과연 내 얼굴엔 어떤 글씨가 써져 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 대부분 "피곤", "야근&철야", 봉급인상 혹은 월급 좀 제날짜에 나와라! 등등이 써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