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 Hung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 남자의 아침 기상과 더불어 이 영화는 시작된다. 평화롭고 고요한 아침 분위기와는 다르게 남자의 표정은 지치고 피곤해 보인다. 간단한 세면과 깔끔하게 차려입고 빵 부스러기를 흘리며 아침식사를 마친다. 직장으로 출근하기 전 자신이 나서야 할 길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자동차 밑을 살펴본다. 그의 직업은 교도관이다. 그가 관리하는 죄수는 아일랜드인 들이다. 그것도 영국에 반기를 들은 IRA관련자들이다.

교도소에 한 사내가 입소한다. 교도관 앞에 뻣뻣하게 서 있는 사내는 자신의 주장을 피력한다. ‘죄수복을 입을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남김없이 탈의하고 교도관을 바라본다.

스티브 맥퀸이라는 이 영화의 감독은 그때 그 당시 영국과 아일랜드의 분쟁시기인 1981년 벨파스트의 메이즈 교도소의 살벌한 풍경을 두 사람의 적대적 인물들을 홅고 지나간다. 장면 하나하나와 감정의 묘사들은 어느 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평정심을 유지한다. 어떠한 배경음악이 깔리지 않음에도 이 영화는 고요함 속에서 더욱 크게 박동하는 심장고동과도 같은 힘을 보여준다.

1981년 영국과 북아일랜드의 대립은 극에 달하고 있었나 보다. 1972년에 일어난 ‘블러디 선데이’ 사건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으나 어떠한 봉합이나 마무리는커녕 극으로 달하는 분열과 투쟁만이 서슬 퍼렇게 존재하고 있었나 보다. 영국은 영국대로 짓누르려고 했고 아일랜드는 아일랜드대로 처절하게 폭력을 사용한 저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영화는 메이즈 교도소에 입소하게 된 보비 샌즈라는 인물의 생의 마지막을 조용하게 보여주기 시작한다. 보비 샌즈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영화 속 등장인물의 전부다. 그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들. 정치적 혹은 종교적인 신념이 다른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이 보비 샌즈라는 인물을 구축으로 그가 교도소 감방 벽에 칠했던 동심원의 모양처럼 맴맴 돌고 돌며 연결성을 구축한다.

한 인간이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행하는 저항방식과 그 결과는 처연하다 못해 애처롭게 다가온다.  3가지의 저항방식은 순차적으로 진행되어 간다. 정치범으로서의 대우와 북아일랜드의 자주를 바라는 그들이 택한 첫 번째 방식은 죄수복의 거부, 두 번째는 교도소 시설을 오염시키며 청결한 몸 상태의 거부, 세 번째 가장 극단적인 단식을 결행하게 된다. 더불어 이런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교도서 내에서 자행되는 무지비한 폭력의 그 이면에 죄책감과 두려움에 갈등하는 교도관들은 자신을 창조한 어머니 앞에서 피를 뿌리며 살해당하는 비극으로 치닫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주말 내내 기분이 먹먹하고 가라앉아버렸다. 보비 샌즈와 그의 추종자(그때 그 저항으로 10여명이 단식으로 사망)들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후세들에게 각인되는 것처럼 가까운 우리주변에도 그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충분히 비극적이고 슬플 뿐이다.
 

*.보비샌즈(Bobby Sands)― 북 아일랜드의 IRA 단원. 1981년 벨파스트에 있는 메이즈 교도소에서 세 가지를 거부하며 영국을 향한 투쟁을 시작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택한 저항의 방식은 단식이었으며,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으며 66일 동안 지속된다. 결국 아사로 사망하였으며 사망 후 검시결과 그의 내장은 흐물흐물 녹아내려있었다고 한다. 옥중에서 영국 하원의원에 당선되기도 한다.  

*. 이 사건을 계기로 IRA는 보복의 차원에서 교도관을 교도소 밖에서18명 정도 살해했다.

*.영화의 무대이기도 한 메이즈 교도소는 2000년 폐쇄 후 2006년 철거했다고 한다.

*.영화 후반 부 면회실에서 신부와의 논쟁은 이 영화의 백미. 카메라의 이동과 그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무엇을 말하는지 보고 또 보게 되었다는. 



*.영화 속 보비 샌즈의 역을 맡은 마이클 패스밴더는 16kg의 살을 뺐다고 한다.

*.감독 스티브 맥퀸은 영화배우가 아닌 영국의 신예 감독이다. (영화배우는 이미 작고하셨다.) 

 

오른쪽이 1980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배우 스티브 맥퀀, 왼쪽이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인 스티브 맥퀸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너무나 묵직하고 강한 맛이 나는지라 쉽게 권하진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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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2-01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게 권하시진 않아도 정말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흠..

Mephistopheles 2010-02-01 16:29   좋아요 0 | URL
영화 보시고 저 욕하지 마세요...^^ 아 그리고 감독이 영화는 처녀작이지만 굉장히 유명한 아티스트라고 하는군요. 여기저기 초대되고 훈장도 받고...암튼 다음 작품 기대된다는..^^

비연 2010-02-0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영화배우인 줄 알고 정말 깜짝! 보고 싶어지는 영화네요.

Mephistopheles 2010-02-02 10:33   좋아요 0 | URL
저도 아니 죽은 영화배우가....했다가..그의 약력을 보고 이미 유명을 달리한 배우만큼이나 지명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죠.

심술 2010-02-09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우 스티브가 고인이란 거 오늘에야 알았네요. 대탈주와 빠삐용이 기억에 남습니다.

2010-04-30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