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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 클리닝 - Sunshine Clean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공식적인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 그렇지만 아이는 있다. 아이는 학교에서 계속해서 말썽을 일으킨다. 하나 있는 동생은 하는 일마다 문제를 일으켜 직장에서 잘리기 일쑤다. 아버지 역시 뜬구름 잡는 비즈니스로 여유롭지 않다. 어머니의 존재는 과거기억 속 트라우마로 존재할 뿐이다. 이 여자의 직업은 청소부. 모든 생활고를 양 어깨에 가득 짊어지고 살아간다. 더불어 가족이 있는 유부남의 애인. 이 남자는 결코 가족과 헤어질 이유가 없어 보인다. 희망도 안보이고 웃음은 사치일 뿐이다. 사는 하루하루가 버겁고 힘겨울 뿐이다.
영화제목과 상반되는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은 선샤인과는 지나치게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다크니스면 모를까 선샤인이 가당키나 한가. 생활고에 문제를 일으키는 가족에 거기다가 남자문제까지 제대로 풀리는 건 하나 없는 삶. 어두컴컴한 그녀의 삶에 아이러니하게 조그만 문틈으로 미세하게 빛이 들어온다.
그녀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살아가다 결국 생의 끈을 스스로 놓은 사람이나, 일생일대 최대의 불행한 순간인 범죄의 현장에서 희생당한 흔적을 지우는 직업을 택하게 된다. 같은 청소 업이라 하더라도 기껏 먼지나 털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는 것과는 레벨이 다르다. 그녀가 닦아내는 타인의 살점과 피, 그것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바이오 해저드 급 오염물질들이다. 타인의 흔적을 지우며 그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는다.

생활고의 저 심연 깊숙한 바닥 언저리에서 조금씩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선샤인 클리닝’은 묘미는 그녀가 거쳐 가는 삶의 궤적을 큰 기복 없이 차근차근 보여주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수백억 복권 당첨이나 백마 탄 왕자 따윈 조짐도 안 보인다. 외부적인 도움보다 자기 스스로 차근차근 모든 문제를 서투르고 어설프게 해결해 나간다. 줄리, 줄리아에서 귀엽고 깜찍한 모습을 보여줬던 에이미 아담스는 생활고에 찌든 히노애락이 가득 담긴 극적인 표정이 아닌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 모든 과정을 무리 없이 보여준다.
이 영화는 결코 밝거나 해피하지 않은 영화다. 영화 속 엔딩 역시 희망은 보여주나 극적인 문제해결의 모습에 인색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편하거나 힘겹게 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영화 속 배경이나 등장인물은 화려하게 꾸며진 영화적으로 회화된 인물이 아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로 인식할 수 있기에 친숙하고 부담 없다.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상처와 아픔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영화 속 그녀를 바라보며 우리도 조금씩이나마 마음속 어둠을 깨끗하게 치워내는 삶을 살아보는 것도 나빠 보이진 않아 보인다. 그 과정이 또 다른 상처를 야기 시키고 슬픔을 가져온다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