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에게 존경받을 원로가 존재합니까? 란 질문에 난 글쎄..하면서 머리를 갸웃거릴 것 같다. 그럼에도 분명 업계에서 존경받는 원로들은 존재한다. 다 늙어 헛소리만 해대는 YS같은 잡상인은 취급하지 말자.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원로.
참 오랫동안 뵙고 있는 분이시다. 물론 직접 침이 튀는 지근거리가 아닌 TV브라운관에서 마주보고 있는 관계 아닌 관계지만 난 이분이 시트콤에 출연해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적잖게 충격을 받았었다. 위엄 있고 꽤나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의 가장 역할을 유난히도 많이 보여줬던 전작들에 비해 다 늙은 나이에 아들에게 야동을 구걸하는 '야동순재'의 모습은 배우의 변신은 완벽한 무죄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다.
얼마 전 유쾌하게 시청했던 베토벤 바이러스가 생각난다. 거기서 이 분은 치매초기 증상을 겪는 오보에 주자를 연기하셨는데 극중에서의 모습보다 동영상으로 홈페이지에 올린 쫑파티 때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천하의 강마에 김명민이 조금 늦게 장소에 나타나 제일 먼저 이순재씨를 찾았고 이미 착석하여 얼큰하게 한잔 하셨을 그 분 옆에 무릎 꿇고 앉아 인사를 드리는 모습이었다. 멋진 모습은 그 다음 장면이었다.
김명민의 모습을 확인한 후 어깨를 툭툭 쳐주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쳐다보는 그 눈길은 대견, 뿌듯함 그 이상의 것들이 담겨있어 보였다. 이런 그 분이 이번에 배우 최초 명예의 전당에 오르셨다고 한다. 당연한 결과라고 보고 싶다.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newspickup_section/348973.html
2.
아..아 사랑스런 현수시키~
난 그가 작년 코리안 시리즈 마지막 병살타를 치고 통곡을 하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약관의 20살의 나이에 작년 타자관련 알짜배기 타이틀을 싹쓸이 해버렸다. 그럼에도 팀의 와신상담 코리안 시리즈에서 큰 힘을 보태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더랬다. 병살을 치고 게임을 망치고 스텝들의 부축을 받으며 눈물, 콧물범벅으로 퇴장하는 그의 모습은 20살 약관의 젊은 청년의 상처가 고스란히 묻어나 보였다. 오죽하면 나 같은 싸이 문외한이 그의 홈피를 직접 찾아가 장문의 위로 글을 남겼을 정도로 그의 모습은 애처로웠다.
젊은 나이지만 교만한 모습보단 아직 어려 보이는 모습과 굉장한 연습벌레란 이야기, 이런 그가 신고 선수였다는 건 우리나라 야구계의 안목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알려주는 계기일 수도 있어 보인다. 더불어 이번 WBC에서도 맹활약 하며 아마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에게도 어느 정도 눈도장을 찍었을 것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그가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펄펄 날고 있다. 반짝 스타일 것이라는 작년의 루머들을 말소시키며 컨텍(맞추는 능력)과 더불어 이젠 슬슬 그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까지 싣고 있으니 아마도 이번 시즌 상대 투수들은 현수 상대하려면 식은땀 좀 흘릴 거라 보인다. 더불어 일본진출 불발을 한풀이라도 하듯 동계시즌 무지막지한 연습량을 올린 두목 곰이 핼쑥한 모습으로 뒤까지 든든하게 지켜준다면 아마도 이번 시즌 두산은 작년보다 더더욱 월등한 경기를 보여 줄 것 같다. 안샘과 홍포의 부재가 아쉽긴 하지만...
한화와의 대전 원정경기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하나 보게 되었다. 안타치고 나간 현수에게 1루수 보고 있던 상대팀 김태균이 허리를 툭툭 쳐주며 살짝 대화하는 장면. 아마도 WBC에서 한솥밥 먹고 자라며 친해졌나 했더니만. 현수는 WBC를 통해 태균형, 대호형에게 스윙에 힘을 싣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더불어 연타석 홈런을 쳤던 배트는 김태균이 WBC때 테이핑 하는 법까지 가리키며 선물한 배트였다던데...(호랑이 새끼를 키웠습니다. 태균씨)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109&article_id=0002018107
암튼 현수 이놈의 시키야.. 형은 너 땜에 야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