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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더 - The Insid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는 당시 실제 일어났던 브라운&윌리엄스라는 거대 담배회사의 내부 고발자 제프리 위건 박사와 CBS 뉴스쇼프로그램 60분의 PD 로웰 버그만의 거대 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운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사장의 직책으로 회사의 담배제조 방식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위건 박사는 고달프고 힘든 내부 고발자의 길을 선택한다. 그의 파트너는 사회 고발로 유명한 CBS의 간판 프로그램 60분의 PD 로웰 버그만이다. 순조롭게 내부고발의 과정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바로 일이 틀어져버린다.
위건은 정체불명의 세력에게 협박을 당하고 기업은 비밀서약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를 매장시키려고 한다. 언론까지 동원해 한 사람의 인격을 거의 만신창이로 만드는 지경까지 몰아버리면서. 설상가상 그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가정은 아내의 이혼서류와 함께 붕괴 된다. 로웰 역시 마찬가지 위기에 봉착한다. 위건을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인터뷰까지 녹화한 후, 담배회사 사장들의 청문회 위증장면까지 편집한 마당에 CBS사장단은 담배회사의 소송이 두려워 위건의 인터뷰내용을 삭제하라는 압박을 로웰에게 시도한다. 이런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그들은 정공법을 택하고 거대권력의 압력과 언론으로써 의당 지켜야 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전진한다.
이 영화가 빛나는 이유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주제로 삼았다는 현장감과 더불어 단순히 내부고발자의 정의로운 행동만을 부각해서만은 아니다. 마이클 만 감독의 1999년도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내부 고발자가 겪어야 할 심적 고통에 대해 세밀하게 묘사한다. 고민 끝에 내부고발을 선택한 위건은 영화에서 내내 불안하고 위태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만큼 심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배우의 움직임과 대사를 통해 관객들이 최대한 근접하여 느끼게 해준다. 언론의 참 의미를 부르짖는 로웰의 모습 또한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CBS 경영진의 인터뷰 삭제와 몸을 사리는 모습에 뉴욕 타임스에 또 다른 내부 고발로 일침을 가하는 모습은 아마도 이 영화의 절정으로 보여 진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이 영화 속 실제 사건과 우리나라의 상황을 대입시키게 된다. 아마 지금은 대부분 잊혀 졌을 삼성그룹의 내부 고발자 김용철 변호사가 생각난다. 아직도 기억나는 왜 이런 내부고발을 선택했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내 자식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기 싫어서’란 짧고 핵심적인 이유에 꽤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리고 영화에서와 같이 벌어진 기업과 언론의 만행도 기억난다. 삼성의 발 빠른 대처. 검찰의 늑장수사, 일부언론사는 김용철 이라는 인간에 대해 거의 정신병자 수준까지 몰아 붙였던 것까지 말이다.
삼성의 내부고발 보다 다소 규모가 작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또 다른 내부고발의 경우를 얼마 전 접하게 되었다. 내부고발자의 멍에를 짊어지고 계란으로 바위를 깨려고 하는 그 분의 시도가 어쩌면 무모할지도 모른다. 조금 불편할 뿐이라고 하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가장 권위적이며 철밥통을 자랑하는 그 집단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는 건 곧 자멸을 의미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입에 바른 정의로우십니다. 대단하세요, 존경합니다. 란 말 몇 마디, 댓글 몇 개 보단 뭔가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도 수단과 방법, 능력도 부족해 답답할 뿐이다. 아마 지금 가장 실질적인 도움은 술이 부족하다는 그 분의 술상대가 되어 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초라한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정의는 승리한다는 교과서 같은 구문을 떠올리진 말자. 이젠 우리도 이런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를 지켜주고 지지해주는 방법을 계획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가 필요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