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국영화 보면 이런 장면이 종종 눈에 띈다. 사랑하는 남녀가 뛰어 다닌다 여자는 종종걸음으로 ‘자기 나 자바바라 까르르르~’ 그러면 남자는 충분히 서너 보폭에 여자를 잡을 수 있음에도 일부러 티나게 천천히 걸으며 ‘이런 앙증맞은 귀염둥이~ 잡히기만 해봐라 뽀뽀 해줄 테다 우하하하하’..........
그 당시엔 최고의 인기였을지는 몰라도 지금 보고 있으면 유행이 뒤떨어지는 건 둘째고 유치 그 자체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개그맨들도 가끔씩 유머소재로 사용하기 한다. 유치가 유머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이런 과거 회귀적으로 지금 영화를 한 편 만들었고 그게 바로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 라는 영화다. 작심하고 유치하고 촌스럽게 만든 티가 팍팍 난다. 사실 이 영화는 전편이 따로 있다. 류승완 감독이 장난삼아일지도 모르고 습작의 형식일지도 모르지만 인터넷에 올린 똑같은 주연의 다찌마와 리가 단편으로 존재한다. 그때도 물론 영화는 의도적인 유치찬란함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런 전작에다 이젠 극장 간판에도 걸리는 영화를 만들어줬으니 전편을 깔깔 거리며 봤던 나에게는 즐거운 영화 한편이 탄생하는 감정을 갖게 된다.

문제는 이런 영화에 대해 노골적인 곱지 않은 시선과 표현을 보내는 사람들이 꽤 존재한다. 왜 만들었냐? 부터 시작해 한국 영화의 수준을 떨어트리는 졸작이라는 표현도 서슴없이 퍼붓는다. 졸리다. 저질이다. 는 양반스런 표현에 속할 정도로 말이다.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사람들이 극장에서 피 같은 돈을 내며 영화를 볼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생각해보자. 일단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을 먼저 듣고 조금 더 섬세한 관객이라면 넷에 뿌려진 방대한 정보를 나름 분석하고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공을 들이면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와 제작에 참여한 스텝들의 전작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가도 눈여겨 볼 것이다. 만약 이런 과정을 나름 충실히 거친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 대한 행동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던가. 아님 볼 필요성을 못 느끼는 영화라는 판단으로 갈릴 것이다. 그런데 부득불 감독 류승완이라는 이름 석 자에 박혀 있을 그의 영화세계를 수박 겉핥기식으로도 살펴 볼 생각부터 안하고 다짜고짜 독설부터 내뿜는 이유는 뭘까 궁금해진다.

영화 한 편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영화를 봤던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세트와 배우, 들어간 필름 등을 생각한다면 적지 않은 돈이 지출 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인식하게 된다. 감독이 아무리 돈 안 들어가는 친동생과 미래 제수씨가 될지도 모를 배우를 등장시켰더라도 말이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마니아 관객들을 위한 감독 류승완의 일종의 팬서비스와 같은 모양을 가진 영화라고 보면 된다. 마니아가 아니면 안보면 그만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영화인데 이상하고 피곤하게 쓸데없는 참견들이 많다.
정말로 한국 영화의 수준을 떨어트리는 영화는 수십억의 개런티와 수백억의 제작비를 들였음에도 여배우의 희로애락의 표정이 똑같은 영화라고 보고 싶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