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 Driving Miss Dais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은퇴한 교사인 미스 데이지는 70의 나이에 운전을 하다 실수로 사고를 낸 후, 걱정하는 아들에 의해 졸지에 운전수를 고용하게 된다. 비슷한 나이또래 흑인이며 엄청 수다스럽고 넉살까지 좋은 호크를 만난 데이지 여사는 그가 마땅치가 않다. 아마도 자신은 아직 정정하기만 한데 노인네 취급하는 아들의 행동이 불만일수도 있을 것이며, 평소 근검절약을 강조하던 그녀가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운전사까지 고용하며 부를 거들먹거리는 모습으로 비춰질까봐서 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서먹서먹하고 겉돌았던 데이지 여사와 호크는 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의 깊은 유대감을 형성해 나간다. 그들이 함께 탔던 자동차의 모델이 3번이 바뀌고 젊었던 아들이 머리가 벗겨지는 노 중년의 모습이 되어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말이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아마도 우리나라 극장에 걸렸던 1989년에서 플러스 오차 2~3년 정도를 감안해서 처음 만났을 것이다. 첫 느낌은 고요하고 잔잔한 영화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나 채 파악하지 못했었던 기억이 난다. 머리가 조금 더 크고 뇌 속에 사회문제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시대 1951년부터 1966년까지 미국에서 흑인이라는 집단의 위치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1세기 전 그들의 자유를 위해 미국이라는 나라는 두 덩어리로 쪼개져 피터지게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배경의 시대를 살았던 흑인은 노예라는 신분제도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여전히 최하층 허드렛일은 그들의 몫이었고 주유소 화장실조차 사용할 수 없는 신분이었으며 극우 백인우월주의자(KKK단)의 사냥감으로써 생명의 위협도 받았던 험난한 시대를 영화 속에서 만나고 파악하게 되었다.

조금 더 머리가 크고 청년이라기 보단 중년, 오빠라기 보단 아저씨의 칭호가 어울리는 요즘 다시 만난 이 영화는 새로운 느낌과 감동을 선사한다.

사회적 배경과 신분, 하다못해 피부색까지 틀린 유태인 노파와 흑인 노인이 우리가 흔히도 떠들고 때론 배신하고 맘 아파하는 ‘우정’이라는 것에 대해 시종일관 잔잔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느끼게 해준다. 괴팍하며 고집스럽지만 속정이 깊은 데이지 여사와 흑인이지만 심지와 주관이 곧은 운전수 호크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상대방이 눈치 못 채게 채워주며 긴 시간을 함께 보낸다.

문맹을 고백한 호크에게 자신이 현역시절 학생들 교재로 쓰였을 오래된 습자교본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쥐어주며 ‘유태인은 절대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지 않는다.’를 강조하는 데이지 여사의 나이를 잊게 해주는 귀여움과 넉살좋게 ‘암요 알고말고요. 마님’을 벙글거리며 연발하는 호크의 모습에선 나도 모르게 슬쩍 입 꼬리가 올라가는 흐뭇함을 마주치게 된다.

마틴 루터 킹의 설교 모임에 참석하는 데이지 여사를 차로 모시는 호크가 초대장이 한 달 전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함께 가자는 말을 하지 않은 데이지 여사에게 섭섭함을 간접적으로 돌려 말하고 진의를 파악한 데이지 여사는 킹 목사의 설교에 참석하여 어쩌면 호크가 앉아있을 빈자리를 쳐다보며 미안하고 후회하는 표정에서 수년을 같이 했을 이들의 우정이 진정성을 엿보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치매로 인해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와중 데이지 여사는 호크의 손을 꼭 잡고 ‘당신의 나의 최고의 친구’라고 고백할 때와 90의 나이에 양로원에 문병 온 호크가 다정하게 권하는 파이 한 스푼, 한 스푼을 달콤하게 맛보는 데이지 여사의 모습은 아마도 내가 많이도 봐 왔고 앞으로도 계속 볼 영화라는 세계에서 결코 쉽게 잊혀지기 힘든 장면이 아닐까 싶다.  



영화 속 그들의 잔잔한 우정을 현실에서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나에겐 지금 어쩌면 넉살좋으며 이리저리 툭툭 한마디씩 재치 있게 던져주는 호크 같은 친구가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호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고.....

뱀꼬리1 : 1951년부터 1966년이라는 시대를 묘사하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영화 속 배경묘사와 사물에 대해 정교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들이 운영하는 방적회사의 변모된 모습과 데이지여사와 호크가 타고 다니는 차의 변천과정, 그들이 입고 있는 의상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 선사해준다지요.

뱀꼬리2 : 혹시 영화를 다시 보시게 될 분은 파이를 떠주는 호크(모건 프리만)와 데이지 여사(제시카 탠디)의 연기를 주의 깊게 보시길 바랍니다. 전 이 장면만 수십 번 돌려보곤 했다지요. 배우들이 하는 연기지만 얼마나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그윽하고 아름다운지...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9-03-0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보고 50년대의 미국은 어땠을지 궁금했는데 이 영화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모건 프리먼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함께 나이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줘요.

Mephistopheles 2009-03-04 17:17   좋아요 0 | URL
꽤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 보셔도 기대에 못미치거나 그러진 않으실 꺼에요. 1951년에 만난 이 두사람이 1966년을 거쳐 그 후의 시대까지 보여주고 있으니까..^^ 그리고 말씀하신 두 배우는 그런 느낌을 영화나 행동을 통해 계속 보여주고 있죠.^^ 일예로 모건 프리먼이 악역으로 나오는 영화들이 주관적인 선입견 때문에 몰입이 잘 안되는 이유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고요..^^

심술 2009-03-07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메피님은 뭐 이미 알라딘의 호크가 되신 거 같은데요, 뭘. 모건 프리먼이 악역으로 나온 영화가 뭐 있더라? 늘 중후하고 좋은 역으로 나온 할아버지라 악역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Mephistopheles 2009-03-07 22:57   좋아요 0 | URL
럭키 넘버 슬레븐이란 영화를 보면 흑인 갱단 보스로 나옵니다. 아주 나쁜 놈으로요..^^ 아하..그리고 제가 호크의 성격이 되기에는 좀까칠해서요..^^

심술 2009-03-0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영화도 있었나? 하여튼 메피님은 영화정보엔 참 빠삭하십니다.

Mephistopheles 2009-03-08 23:53   좋아요 0 | URL
유명배우들이 한꺼번에 나온 걸로도 유명해요 모건 프리먼 뿐만이 아니라 벤 킹슬리, 조쉬 하트넷, 루시루우, 브루스 윌리스 등등 마지막 반전이 있는 나름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