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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 - Rough Cu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생활기반 자체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존재한다.
한 사람은 영화라는 발판을 무대로 출세를 했고, 그에 걸맞은 명성이라는 날개를 달고 살아가는 배우이며, 다른 한 사람은 어둠의 법칙이 통용되는 건달, 깡패바닥에서 그래도 성공한 축에 속하는 인물이다. 어떤 계기로 이 둘이 마주치게 되었고 체스 판의 전황처럼 그들은 서로 장군과 멍군을 부르며 서로의 교집합적인 모습이 노출되어진다.

영화배우 장수타는 업계 거칠기로 소문난 배우. 과도한 폭력이 주제가 되는 조폭영화에 출연하는 액션배우이며 그의 이런 연기는 실생활에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어진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연기일 뿐, 폭력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깡패나 조폭은 아니다. 그런 그가 우연히 시비가 붙은 조폭 강패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세계에서 한발자국 더 내딛는 위태한 행보를 시작한다. 가짜가 아닌 진짜 냉정한 폭력의 세계에 발을 들여 논 것.

조폭 강패는 사람 목숨 하나 우습지도 않게 바다에 처넣을 수 있는 냉혈한 건달. 조직을 위해 생활하고 자신의 수하 역시 믿음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정도로 그 바닥에선 나름 위치에까지 올라있다. 강패는 영화배우 수타를 만나며 꿈으로만 꿔 봤을 배우라는 경계를 넘어선다. 영화배우 수타와는 전혀 다른 반대편에서 중간쯤 어딘가에서 경계와 경계가 부딪힐 그 곳으로 걸어 나간다.
영화 속 허상의 폭력과 현실의 무자비한 폭력의 만남은 수타와 강패라는 두 사람의 대립적인 인물의 갈등으로 점점 수위를 높여가며 영화가 진행되어 간다. 그리고 그들의 생활기반이 다르듯 마주 서 있는 자체만으로 반목하며 충돌한다. 그런 그들에게 서로의 영역을 넘어서며 자신의 생활을 점차적으로 희석시킨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이 결국 일장춘몽 일뿐 그들이 공존했던 그 공간은 결국 현실과의 괴리감을 남기며 산산이 부서지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 속 조폭이 등장하는 줄거리는 이제 식상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협객스런 면모만 강조하며 엄청난 흥행수입을 올렸던 관객수준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도 있었고, 느와르의 장르를 충실히 답습하며 보는 사람의 시선이 불편할 정도의 여과 없는 현실을 묵묵히 보여줬던 영화들도 존재했었다. 이 영화 역시 이런 두 가지 부류의 구분으로 따지면 후자 쪽에 가까운 영화라는 분류가 가능하다. 하지만 진부했을 소재에 그게 다가 아닌 또 하나의 덩어리를 제대로 끼워 넣어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가상의 영역, 영화를 영화 속에 집어넣고 대립적인 두 인물의 숨겨진 그림자와 같은 영역을 서로에게 부여함으로 모든 면에서 만족스런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

극중 라스트 결투 씬 중 영화 속 영화감독으로 등장한 조연배우의 대사 ‘감독으로써 내 배우들을 끝까지 믿는 것.’ 이란 말이 두 배우를 보면 그냥 나올 수 있어 보인다.
뱀꼬리 : 제작자의 이름도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