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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오브 라이즈 - Body of Li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포스터의 구성이 기억난다. 카피문구는 ‘사상 최악의 미션, 끝까지 살아남아라. “ 였다, 왼쪽엔 꽃미남이었’던‘ 디카프리오는 권총을 쥐고 어딘가를 향해 인상 쓰고 달릴 기세고 오른쪽엔 이어폰 끼고 굉장히 심드렁한 표정의 러셀 크로우가 디카프리오와는 다른 방향에 시선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 중간쯤엔 뻘건 글씨로 감독님의 존함이 적혀있다. ’리들리 스콧‘
포스터 하나만으로 따진다면 대박영화로 바로 판단되어진다. 거기다가 강하게 때려 넣은 카피문구를 되씹어 보면 화끈한 액션영화가 아닐까 라는 확신에 찬 추측이 들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치고 때리고 터트리는 액션영화가 아니다. 정보원들끼리 일종의 잔머리 박박 굴리는 스릴러라는 장르가 더 가깝게 다가가는 영화다. 007처럼 우아하지도 않고 제이슨 본처럼 무적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오스틴 파워처럼 시종일관 웃겨주지도 않는다. 영화는 지금도 지구 저편에서 자욱하게 화약 냄새가 진동하고 있을 중동에서 그나마 조금은 평안한 요르단과 그 주변국을 오가면서 그들만의 잔머리 싸움이 벌어진다. 생명과 안보를 담보로 말이다.
영화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묘한 이종접목을 시도한다. 포스터에서 무력의 상징인 총을 든 디카프리오는 수염까지 덥수룩하게 기르고 이제는 조금은 두둑하게 나온 뱃살을 살짝 출렁거려주면서 종횡무진 현장을 누빈다. 그리고 이어폰을 꽂고 태연히 편안한 자세로 어디 한군데를 주시하는 러셀 크로우는 책상머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근직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디카프리오의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관리직의 위치에 있다. 정보력과 말 몇 마디, 손가락질 몇 번으로 현장을 좌지우지 누비고 다닌다. 높은 하늘에 떠있는 그의 제 3의 눈(인공위성)은 그를 전지전능에 필적하는 수준까지 끌어 올려준다.
애석하게도 영화는 기대했던 것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감독도 대단하신 양반이고 주연 배우 두 명도 역시나 헐리웃에서 침 좀 뱉으시는 분들이지만, 영화는 그들의 조화로 일어날 거대한 불꽃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실망이 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디카프리오라는 배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를 처음 만난 길버트 그레이프란 영화만큼은 아직도 기억할 만큼 대단했지만, 그 후 그는 왠지 얼굴로 벌어먹는 그냥저냥 뺀질뺀질한 농땡이 배우 중 하나로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스타도 나이를 먹는다고 그는 요즘 먹는 나이만큼 근사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모든 배우들이 이렇게 발전하진 않을텐데 아마도 나름의 각고의 노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단지 이제는 외모가 아닌 연기로 배우생활을 영위해나가는 디카프리오의 모습만큼은 인상적이다. 중동의 모래바람을 맞으며 어쩌면 현실일수도 있는 요원(스파이)의 모습을 꽤 리얼하게 연기하고 있으니까. 로켓을 맞고 즉사한 동료요원의 뼛조각이 몸속에 파고들었을 때나 가치가 떨어진 내부고발자의 제거, 그리고 자신의 지위와 위치로 인해 방황하는 모습, 영화 마지막 완벽하게 낚인 후 분노보다는 허탈한 모습을 보이는 디카프리오만큼은 분명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뱀꼬리 : 감독님이 너무 유명하셔서 시큰둥했을지도 모른다. 리들리 스콧이 누구인가.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1492 콜롬버스. 화이트 스콜, 글라디에이터, 블랙호크다운, 아메리칸 갱스터를 만든 감독 아니신가. 그래서 더 아쉬울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