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큰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김수환 추기경. 난 기본적으로 종교인을 존경한 적이 거의 없는데 이번만큼은 이 분의 선종이 못내 아쉽고 맘이 아프다. 종교인이면서 얼마나 많은 속세의 힘없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돼 주셨던 분이셨는데....
돌아가시면서 각막을 기증하셨고 하늘나라에 가게 되면 그 분께 일 제대로 못하고 벌써 왔다고 꾸지람을 들을 것 같다고 걱정하셨단다. 종교의 유무와 종류에 상관없이 이 땅의 큰 버팀목이 하나 빠져나간 느낌이 든다. 특히 요즘 정치색이 노골적으로 짙은 개신교 종교인들을 바라보면 이 분의 부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안녕히..편히 쉬세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2.
워낭소리가 생각 외로 반응이 좋아서 이젠 대통령각하까지 몸소 "깜짝" 관람을 하셨단다. 재미있지 않은가 깜짝이란 말 그대로 예고 없이 방문하여 영화를 관람했다는 말인데. 감독은 무슨 수로 귀신같이 그 사실을 알아채고 옆자리에 앉아 있었을까. 이건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정보가 심각하게 노출된 상황이다. 대통령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은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할 일 아닐까? 아님 깜짝 관람이 아니란 소린데..하긴 내놓는 말마다 거짓말이다 보니 이젠 심드렁하다. 청와대가 아니라 양치기 소년이 양을 키우는 목장같이 느껴진다.
영화를 관람하신 대통령 각하께서는 독립영화에 대한 “이번 영화를 계기로 (독립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면서 “역시 작품이 좋으면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온다.”며 관계자들을 격려했단다. 그런데 왜 정권 바뀌고 독립영화에 대한 국가예산은 죄다 0원으로 만들어 버렸나. 독립영화가 좌파의 온상이라는 이유를 붙여서 말이다.
3.
사무실 여직원 하나는 같이 사는 사촌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단다. 3삼매인 그녀는 일찍이 서울에 올라와 형제끼리 아파트에서 기거하고 있었는데 1년 전쯤 작은 아버지의 장녀가 3개월 일정으로 본의 아닌 동거생활에 들어갔단다. 방은 언니와 같이 쓴단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났어도 나간다는 말이 없이 벌써 1년을 같이 지내고 있다는데 상태가 좀 심각한가 보다.
학원을 다니며 빈둥빈둥 놀고 있는 것을 자신의 언니가 반 협박조로 놀라면 집으로 내려가라. 란 엄포에 어찌저찌 인턴직원으로 직장을 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집안일을 일절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돈을 버는 직장인인데 어떠한 경제적 부담도 회피하고 외면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찌감치 암으로 어머님을 여위였다는 것과 본가 쪽(작은 아버지댁)의 경제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입장에서 지나치리만큼 자기 몸을 사리고 손해를 안 보려고 하는 모습에서 그녀와 그녀의 언니가 한계점에 점점 도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조만간 자기가 아니더라도 한 성깔 하는 언니가 불을 뿜을 것 같다고 말한다. 아버지께 심각하게 상담해보는 건 어떨까 했더니, 자기 아버지는 일찍이 홀아비가 돼 버린 동생이 너무 불쌍하단 생각이 지배적이신지라 그다지 좋은 해결책은 아니라고 한다.
역시 누구와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는 것.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대학 때 공동 작업으로 몇 칠 밤을 같이 꼬박 새면서 학우들의 약점이나 결핍으로 판단되어지는 좋지 않은 성격을 대번에 파악해버리는 나 같이 지랄 맞고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에겐 더더욱 이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