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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퀀텀 오브 솔러스 - Quantum of Sola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007시리즈도 이제 제 4대(한 편, 두 편씩만 출연했던 배우 두 명은 제외하자)제임스 본드를 맞고 있다. 영국의 정보기관 MI6의 특급 에이전트이며 스파이인 코드네임 007은 다른 건 몰라도 전 편을 통해 여자들 특히 미녀들을 후리고(표현의 오해가 있겠지만 여성비하적인 표현은 아닙니다.) 뒤 돌아서서 쌩까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오죽하면 단 두 편만 출연하고 흥행에서 쪽박을 찼던 티모시 달튼의 중도하차 이유가 본드 걸의 죽음에 눈물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존재하니까 말이다.(일설엔 얼굴이 너무 커서..란 말도 있다.) 이렇게 007은 흔히 말하는 바람둥이에 호색한에 거기다가 여인과의 사랑은 그냥 하룻밤 불장난이나 여흥거리로 설정되어 왔던 것도 지금까지의 007에서의 모습이었다.
왼쪽부터 1대 007 숀 코너리, (다음은 단 한 편으로 쫑난 조지 라젠비) 2대 007 로져 무어, (다음은 단 두편으로 쫑난 티모스 탈튼)
공식적으로 3번째 007이라고 생각되어지는 피어스 브로스넌
그리고 현역..007 다니엘 크레이그..
그런데 주연배우가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참으로 상반된다. 아무리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사람을 죽이며 총질을 해대는 피 냄새, 화약 냄새가 자욱할 직업군이라지만 캐릭터 자체는 댄디와 젠틀의 전형 이였는데.... 이번 배우는 그와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칠고 야수 같고 입을 열면 매력 있는 영국식 영어보단 왠지 러시아 갱 같은 무슨 무슨 스키 하는 육두문자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이다. 거기다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지금까지의 007이 첨단무기와 과학의 힘을 빌렸다면 웬만한 건 몸으로 때우고 날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외모와 딱 떨어지는 액션스타일로 말이다.
이게..과연 007인가 하는 당황스러움은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그의 모습과는 전혀 상반되고 반항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으니까. 거기다가 새로운 007의 첫 주연인 카지노 로얄에선 본드걸이라 판명되는 에바 그린의 죽음에 첫사랑에 실패한 소심남처럼 방황하고 고뇌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으니까. 거기다가 닥치는 대로 죽이는 폭주까지 한다.
이 모습에서 아마도 대다수의 관객들은 이게 007이야? 에이 시시해..라며 등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요즘 들어 시리즈물에 자주 보여주는 ‘비긴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007이 보여줬던 그 이전의 모습. 다시 말해 그가 특급 에이전트가 되기 직전에 보여주는 과거회귀의 모습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고 보면 된다. 더불어 반지의 제왕이나 캐러비안의 해적마냥 한 편의 영화로 끝나는 게 아닌 연작의 성격까지 가지고서 말이다.
그런 의미로 이 영화 퀀텀 오블 솔러스는 전작인 카지노 로얄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가 왜 007이 되었는가. 그리고 전편에 등장하는 화려한 여성편력과 뜬구름 잡듯 여자들과의 깊은 관계를 거부하는가에 대해 상황은 좀 유치하지만 (요원 생활 중 만난 첫 번째 여자에게 징하게 당했지만 사랑했고, 또 그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기에.) 제대로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두 편의 영화를 통해 007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즉 진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된다.
이제 자연스럽게 차기작으로 관심이 쏠리게 된다. 진화를 마친 007이 역대 007만큼의 강력한 매력을 뿜어낼 수 있을까라는 그리고 007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저주 아닌 저주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워낙에 강한 개성의 캐릭터기에 007배역 계약기간 동안 다른 영화에 출연하더라도 흥행에서나 연기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숀 코너리 역시 007의 세계에서 완전히 물러나며 그의 다양한 연기경력이 재평가 되었다. 로저무어와 피어스 브로스넌 역시 마찬가지로 007저주에 본의 아니게 시달렸다.) 그래도 이번 배역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경우 기존의 007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과 이미지를 선사하기에 아마도 007 저주에 대한 속박에선 전편의 배우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자유롭지 않을까 싶다. 터프하고 강력한 마스크에 연기력은 아무리 봐도 역대 최고라고 판단되어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