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카인드 리와인드 - Be Kind Rewi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군데는 만두가게로 또 다른 한곳은 주차장으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주변에 있는 비디오 대여점이 하나하나 문을 닫고 있다. 거의 10여년을 넘게 한 장소에서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던 가게가 문을 닫은 날은 나에게 약간이나마 충격이었다. 내가 그곳에서 빌려 본 영화가 족히 1000편 가까이 된다고 계산을 해보면 내 추억의 소중한 장소 하나가 더 이상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거니까. 내가 손님으로 10여년을 같이 했던 가게는 주인은 3번이나 바꾸고 바뀌었다. 무뚝뚝한 총각이 카운터에 앉아 있을 때도 있었고 예쁘장한 아가씨가 애견을 데리고 자리를 지킨 적도 있었으며 후덕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자리를 지킨 적도 있었다.

장르 불문 닥치는 대로 보는 영화습관에 기인해 남들도 그러하듯 표지 그럴듯한 에로 영화 빌릴 땐 왠지 심각해 보이는 예술 영화 한편은 꼭 세트로 만들어 두개를 빌리기도 했었다. (어이어이 이봐요 당신도 그랬잖아요!) 꼭 보고 싶었으나 극장에서 놓친 영화가 출시되는 날이면 주인아주머니께 부탁해 미리 예약을 하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적도 있었다. 한번은 간발의 차이로 누군가에게 먼저 대여가 될 뻔한 타이틀을 팔 길이의 차이로 낚아챈 적도 있었다. 이렇게 비디오 대여점은 개인적인 추억이 공존했던 공간이었다.

과학의 발달과 시대의 변화로 이제 비디오는 그때 그 영광의 시절로 돌아갈 순 없어 보인다. 나 역시도 이리저리 모아놨던 비디오 테이프을 이사와 더불어 전부 정리해버렸으니까. 그리고 누구나 그러하듯 그 대체물로 두께는 20배나 줄고 무게는 30배정도 줄어든 한 손에 잡히는 동그란 물체로 대체되어 있다. 더불어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내가 원했던 영화는 손쉽게도 내 컴퓨터의 하드 한 귀퉁이에 차곡차곡 저장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때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불명예를 짊어지기도 했었던 이제는 추억이 되고 있는 비디오에 대해 미셀 공드리 감독은 일종의 헌사와 함께 애틋한 감사의 마음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비록 그의 전작(이터널 선샤인, 수면의 과학)들 보다 다소 공력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으나 이 영화는 그 시대를 같이 지내온 사람에겐 따듯한 무언가를 남겨준다. 걸출한 코미디 배우 잭 블랙이 등장하지만 그의 존재는 크게 부각되진 않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철거 위기에 놓은 비디오 대여점 사장도 아니고 소동을 일으키는 점원도 아니다. 그 허름하고 낡은 가게의 진열대에 차곡차곡 나열된 하나하나의 비디오타이틀이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그 주인공과 수 십년을 같이 하며 울고 웃었던 나였기에 이젠 추억의 한 자락으로 영화를 통해 만나는 그것은 영화 시네마 천국과 같은 감동을 준다. 영화 마지막 그들의 마지막 타이틀이 건물 진열창을 통해 투영되어 동네 사람들 모두에게 상영될 때 나도 모르게 뭉클했던 느낌은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이렇게 또 다른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감상 포인트>
http://blog.aladin.co.kr/mephisto/2504612 

<뱀꼬리>
하나.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분명 호불호로 갈릴 수 있는 영화. 잭 블랙을 기대하고 보진 마시길. 그는 이 영화에서 매우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둘. 이게 무슨 영화일까요? 

  




영화 속에서 배우바꿔 두번이나 만들어진 메피스토 본인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영화.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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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0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0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09-02-10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외치기 100번) 영화를 볼까..했는데,
이것도 찾아봐야지~ ㅎㅎㅎ 난, DVD의 그 얇은 판 보다는 무뚝뚝한 테이프가 좋아요.
아..중간에 테이프 필름이 삐져 나와 비디오 아저씨가 질겅질겅 씹어 먹을 때 빼고는.-_-

Mephistopheles 2009-02-10 20:43   좋아요 0 | URL
엘신님..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건 DVD리뷰가 아니라 영화리뷰랍죠. 알라딘에선 새로 영화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저기 저 리뷰 항목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말이랍죠..^^

L.SHIN 2009-02-10 22:49   좋아요 0 | URL
엥? ㅡ_ㅡ?

Mephistopheles 2009-02-11 00:11   좋아요 0 | URL
내 예상이 맞았다는..분명 엘신님은 이걸 DVD 리뷰로 봤을 것이다..라는 예상..

비로그인 2009-02-12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출발비디오 여행에서 봤는데 재밌겠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09-02-12 09:43   좋아요 0 | URL
꽤 많은 명작들이...그들만의 저예산 영화로 다시 만들어집니다..ㅋㅋ 그 모습만큼은 아주 웃기더군요..

Tomek 2012-10-2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속의 영화들은 대충 만든 영화같지만, 자세히 보면 미셸 공드리의 예술적 감성이 충만한 작품들이었죠. 그런 거 보면, 영화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은...
ㅠㅠ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