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1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뒷마당에선 아침부터 돌쇠의 장작 패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른 새벽 나무를 하러 간다던 돌쇠는 그 우람한 팔뚝으로 뒷산 줄기 굵은 나무들을 우악스럽게 낚아채 지게에 지고 내려왔으리라. 혈기왕성하며 우람한 그의 벗어재낀 상채. 질끈 동여맨 허리띠 아래 걷어붙인 바지저고리를 팽팽하게 부풀리는 흐벅진 허벅지까지. 정자 뒤에 몰래 숨어 돌쇠를 바라보는 안방마님의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구릿빛 피부에 동백기름을 바른 듯 번들거리는 젊고 왕성한 그의 가슴에 당장이라도 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중략-

어디서 많이도 보고 들은 모습이다.
계급사회가 명확했던 조선시대 혈기왕성한 머슴과 부실한 서방 때문에 밤마다 욕구불만에 치를 떠는 사대부 안방마님의 끈쩍끈쩍하며 육덕진 스토리.. 이쯤에서 물레방아 나오고 갈대밭이 장면에 나오면 이 상투적인 조선시대 불륜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글로벌 스텐다드라고 배경을 좀 확대해 보자.
이왕이면 지금 한참 떠오르다 못해 방방 뛰어다니는 중국으로 건너가 보자. 그것도 지금의 중국이 있게 만든 죽의 장막이 서슬 퍼렇게 존재하던 마오쩌뚱 극찬양의 시대로 말이다.

조선시대 반상제도의 틀을 비꼬는 내용은 만민평등이라는 원대한 공산주의 사상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계급제도의 틀을 배배 꼬며 조롱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살색이 자주 나오는 본능에 충실한 묘사를 곁들여서 말이다.

마오쩌뚱의 위대한 어록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위풍당당 혁명의 푯말은 은밀한 합궁의 상징물로 표현되기에 이르게 된다. 처음이야 제갈량의 비장미 어린 출사표 같은 단발성 이벤트 해프닝은 고기 맛을 본 이 들이 고기를 즐겨 찾듯 류렌과 우다왕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정기적인 일일행사로 발전하고 개량된다. 너무 발전해서 아예 합숙까지 한다. 이윽고 짐작하고 남을 두 남녀의 불붙는 사랑의 위기와 더불어 찾아온 이별. 그리고 막판 류렌의 중간정도의 강도를 가진 뒤통수 강타성 반전까지 경험하게 되면 이 책은 표면적인 스토리는 끝을 맺게 된다.

분명 남녀 간의 그것도 각자 가정이 있는 남녀의 불륜적, 원초적 사랑이 대부분인 이 소설이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 때 몰래몰래 암암리에 들춰봤던 빨간 표지의 소설이나 늘씬한 서구미녀들이 풀 컬러로 몸매의 자태를 뽐내던 P모나 H모 잡지와 구분되는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처음 언급한 반상제도를 뒤집는 마님과 머슴의 사랑이야기는 종국엔 누구 하나 생명줄 비참하게 끊기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 반면 이 책 속의 결말은 회색구름이 드리우긴 했지만 어정쩡한 헤피 엔딩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 비록 우다왕은 바보 왕이 돼 버리고 최종 승자는 모든 남자를 치맛자락 안에 포박한 팜므파탈 성격 농후한 류렌의 자기방식으로의 혁명과업 완수로 최후의 승리자로 묘사된다.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주류에 저항하는 비주류는 신선하고 참신하다. 거기다가 원색적인 표현까지 버무리게 되면 키치적인 성격까지 장착한다. 분명 불과 4년 전 그런 존재가 되었을 법한 이 소설은 즐겁게 재미있다. 하지만 풀 파워로 개방일변도에 나선 지금의 중국이라는 현실의 밑그림에 이제야 국내에 출간된 시간적인 아쉬움만은 조금은 단점이라고 생각된다.  실비아 크리스텔의 엠마누엘 부인과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 상영되고 출간되었을 때보다 미약하고 강도 낮은 표현의 파괴력으로 심드렁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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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8-08-02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은 어디서 하신 거예요? *_*

무스탕 2008-08-02 11:11   좋아요 0 | URL
어째서 조형기 아자씨가 떠오를까요... =3=3=3

Mephistopheles 2008-08-02 12:54   좋아요 0 | URL
자.....자작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