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난 정말 이발만 하고 재빨리 빠져나올려고 했는데..
동네 미장원에서 아줌마들의 한바탕 설전에 휘말려
들었다. 설전이랄꺼가진 없고 그냥저냥 아줌마표 대화에
휘말렸다고나 할까.
발단은 기호2번 지지를 위해 파란모자에 파란 옷을 입은
아주머니의 미장원 방문으로 이뤄졌다. 그때까지는 조용
했는데 이당 저당 이야기가 나오다가 자연스럽게 "대운하"
이야기가 나와버렸다. 거기에 파마하러 오신 연세가 지긋
하신 할머니의 반문 "대운하가 뭐여?"란 대꾸에 미장원
아줌마들의 속사포가 쏟아진 것.
대체로 나쁜 것이라는 표현이 대부분이였고 그냥저냥 머리
깍으며 추임새식으로 상세한 설명 간략하게 조금씩 해드렸
더니만 할머니 난리 나셨다.
"이런 망할 것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국민이 죄다 싫어
하는 걸 하겠다고 밀어붙여! 이 빌어먹을 놈들...내가
무조건 투표한다. 이놈들.."
이라며 노발대발 하신다. (아싸 한 표 날라갔다~)
2.
요즘 집전화로 여론조사랍시고 자동응답식 음성이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올 때가 종종 있다. 대부분 아리따운 여성의 목
소리로 객관식으로 읊어주고 번호 찍으라는 요구가 대부분인
데 주말엔 걸쭉한 아저씨 음성이 울려퍼진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목소리. 그러니까 한창 때 창자라는 단어를 입에 걸고
다니셨던 대쪽이라 불리우던 아저씨였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저 이...." "뚝.."
미안합니다 이XX님 그냥저냥 전화 빨리 끊는게 서로를 위해
좋을 것 같아서 말씀 도중에 무례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요일날 저녁에 걸려온 설문조사에는
착실하게 응답을 해주게 되었다. 다름아닌 대운하 관련 설문
조사였다. 질문은 이러하다.
1)대운하 찬성하냐?
2)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3)대운하 프로젝트가 이번 선거 투표향방에 영향을 주었느냐?
4)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후 한나라당이 특별법을 통과시켜
대운하 프로젝트를 강행 할 것 같냐?
5)성별이 뭐냐? 몇살이냐?
보나마나 뻔할 뻔자 내 답변은 옹골차게 반대쪽으로 다이얼
번호를 다다다 찍어버렸다.
선거 후 대운하 관련 설문조사 발표할 때 그 중 0.1%는 아마도
내 답변일 것 같다.
4.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4월 9일 투표날에 88만원세대, 이 땅의
암울한 현실인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투표할 시간이
없을 것 같다라는 평가라 나왔다. 비정규직이기에 일터에
제 시간에 나가고 제 시간을 오바하여 퇴근하다 보면 감히
투표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란다. 누구를 위한 투표인가
진지하게 생각되어진다.
정말정말 부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사측에선 비정규직의 투표권을
철통같이 막아버려 그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한 표를 차단
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5,
그런데 난 정규직인데도 불구하고 왜 선거날 맨날 나와서 일하는
거지? 이번엔 놀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