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게 찢어진 눈매, 나름 오뚝한 콧날, 첫눈에 탁 봐도 성격 보통은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배우."아사노 타다노부" 라는 이름을 가진 이 배우를 나름대로 정한 소중한 배우의 한 자리를 내주고 있다. 혹자는 전형적인 니혼진 마스크라고 평가하기도 한다지만 난 오히려 몽골스럽게 보인다.

개인적으로 질리지 않는 동양미남의 표준이라고 보고 싶다.
이 배우를 영화에서 처음 만난 건 외려 그의 외모가 결코 잘 드러나지 않는 영화에서 였다.
양아치 같은 금발머리 휘달리며 여기저기 피어싱을 하고 입은 옆으로 쫙 찢어진 폭력배로 등장한 "이치더킬러" 이었다. 더군다나 감독은 미이케 다카시였으니...
천연덕스럽게 새우튀김 해먹는 기름으로 고문을 해대고 아귀처럼 입을 쫙 벌려 상대의 주먹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그 살 떨리는 연기에다 거칠게 툭툭 내뱉는 심히 야쿠자스러운 그의 발음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다시 말해 결코 범상치 않은 인물을 역시나 완벽하게 동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
거슬러 올라가보니 그를 "고하토"에서도 만났었고 셀 위 댄스의 저질 룸바의 주인공이던 다케나카 나오토가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도쿄 맑음"에서도 마주쳤었다. 거기다가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에서 몰락한 사무라이 청부업자로까지 나타나 주신다. 그리고 여기저기 마이너적인 영화에 얼굴을 드밀며 배우생활을 해나가고 있어 보인다. 거기다 아시아권 영화에 자기 이름 은근히 많이 올리는 어쩌면 시장 활용도가 높은 배우 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헤어스타일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배우 중에 하나..
분명 마스크나 지명도에선 메이저나 탑의 위치에 있어야 할 배우인데도 그는 어찌된 것이 그냥저냥 심심풀이 땅콩마냥 영화에 출연하며 맡은 바 역할을 묵묵하게 해대고 있는 아웃사이더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배역이 개성 있고 강하면 강한대로 그냥저냥 흐느적거리는 역할이라면 또 완벽하게 흐느적거려주신다. "녹차의 향기"에서 사랑에 상처받고 고향집에 와 하릴없이 방글라데쉬하며 배 벅벅 긁는 룸펜스러운 배역까지 어찌나 감칠맛 나게 연기해주시는지..
배우에 별 미련 없고 그냥저냥 맡은 바 배역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충실할 뿐이라는 이 매력 있는 배우가 앞으로 얼마나 영화를 찍을 진 모르겠다. 그래도 근근이 차기작이 나오는 상황이 감지덕지할 뿐이다.
주연이면 주연 조연이면 조연 단역이면 단역..언제나 그의 존재감은 영화에서 빛난다. 영화가 개떡 같아도 그가 나타나면 그것만으로도 건진 느낌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