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지면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은 이 험난하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고민이고 충동일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실행에 옮겨 초야를 누비고 돌아다니고 아닌 이들은 그냥저냥 현실의 한 켠에 응어리를 묵히거나 나름 해소하며 악착같이 살아갈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비교적 여유로운 형편에 재충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어딘가의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기도 한다. 단지 이 모든 행위는 돌아온다는 전제조건이 꼭 따라 붙는다. 초야를 누비건 아님 가까운 술집에서 상사를 안주삼아 만취가 되건 아니면 비싼 비행기 표에 비싼 호텔 비를 지불하면서도 결국은 현실로 리턴하게 되어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에겐 김삿갓이나 생육신들의 유전자가 한 자락도 섞이지 않아서인지 어디론가 불쑥 떠난다는 행동자체는 별 매력이나 감동이 될 순 없었다. 나와는 정 반대로 1990년도에 이런 생각으로 집을 떠난 미국의 젊은이가 있었다고 한다.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 가정에 뛰어난 학업성적으로 하버드 법대진학까지 가능했던 “크리스토퍼 메켄들레스”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이었다.



동기부여는 평화로운 가정의 이면 속에 자리 잡은 위선적인 부모,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속적인 생활에 환멸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 그가 대학졸업 후 택한 길은 자연으로의 회귀. 그리고 이러한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존 크리카우어”소설. 페이퍼의 주제라고 불릴 수 있는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써의 “숀 펜”의 동명의 영화 “Into the wild"는 그의 마지막 생애 2년여를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Into The Wild, 2007
감독 : 숀 펜

영화는 크리스토퍼가 거쳐 온 모든 여정을 담아주고 있다. 그의 가정, 그리고 그가 그토록 원하던 광활하고 압도적인 자연, 그리고 사람들. 강해지기 위해서 라기 보단 강한 것(자연)을 경험하기 위해 시작된 일탈행위는 개인적 성찰의 의미로 포장된다. 아름답다 못해 압도적인 자연풍경은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그가 스쳐 지나갔던 생면부지의 인간 군상들과의 만남이 가득하게 실려 있다. 

앞에서 언급된 돌아온다는 개념과는 거리가 먼 여정이 진행되며 결국 편도행으로 결말을 맺게 된다. 그것도 그 마지막 순간 “행복은 나눌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라는 진실을 깨달으면서 말이다.

늦은 밤 영화를 보고 두 가지 감정을 가지게 된다.
어쩌면 풍족한 삶에 복이 겨워 겉멋 들은 무모한 일탈행위의 비참한 결말과 크리스토퍼가 모든 것을 버리고 얻었을지도 모를 찰나의 성찰과 진리로 구분하고 싶다. 분류가 절대 불가능하며 하나를 접하면 따라올 수밖에 없는 관계가 성립하지만 말이다. 결국 영화 속 실제 주인공도 그의 부모를 용서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삶으로 돌아오진 못했으니 말이다.

뱀꼬리1 : 영화를 보고 실존인물이라는 사실에 자료를 뒤적여본 결과. 존 크리카우어의 소설은 다분히 미화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 속에서나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마주친 인물들이 거의 허구라는 사실과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 그의 안식처에는 살고 싶다는 나약한 인간의 몸부림이 활자로 표현되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무모한 자연으로의 귀속이 어떤 결말로 치닫게 되는지도 자세히 보여 준다. 그가 사전에 지도만 구비했다면 강이 아닌 반대방향 500미터에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어쩌면 그가 마지막에 인식한 진리를 가족들과 함께 누릴 수도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가끔은 위험한 범위까지가 아닌 자연의 언저리에 잠시 상주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보고 싶다.

뱀꼬리2 : 영화 속에서 배우 하나를 보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조디 포스터의 "패닉 룸"에서 그의 딸로 나왔다고 한다. 그때는 소녀인지 소년인지 모를 보이쉬한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로 이쁘게도 성장했다. 기대되는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Kristen Stewart)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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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3-1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젊음이란.. 아름답습니다. 메피스토님
맨아래 사진 보자면, 두 젊은이가 웃고 서있기만해도 그림이 됩니다. 하하


Mephistopheles 2008-03-18 17:20   좋아요 0 | URL
하긴..저 여배우가...1990년생이랍니다..무려! 1990년생이요...

ceylontea 2008-03-1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90년생... ㅠㅠ;
요즘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띠동갑이더라구요.. ㅠㅠ;

Mephistopheles 2008-03-18 23:07   좋아요 0 | URL
하핫...그러고 보니 우리 사무실 막내도 저와 11년 차...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