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열심히 뛴 맨체스터와 아스날의 경기는 4:0으로 스코어만 확인했었다. 중국에서 열린 A매치 한국과 중국의 경기는 3:2로 한국의 역전승으로 신문에선 “공한증”을 열심히 써주셨기에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돼 버린 경기였다. 주말이면 근처의 학교운동장에는 동네 아저씨들의 체력증진과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볼 차는 소리가 요란하게도 들리곤 한다. 축구라는 11명이 한 팀으로 뛰는 구기 종목은 이렇게 내 주변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보여주곤 한다.

외국의 수준 높은 프로리그나 국가대항 경기가 아닌 실질적으로 가장 밀접하게 보여주는 동네 축구 이야기를 하자면 이번 주말 사이로 그다지 좋지 않는 모습을 감지하게 돼버렸다. 어쩌면 심술이 스머프스런 투덜거림일지도 모르겠으나 조금 빡빡하게 들어가 보면 의외로 문제점은 클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무럭무럭 들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동네 인근에 있는 G중학교는 작년 하반기부터 엄청난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 기간도 꽤 길었으며 그 동안 그 중학교 운동장을 이용해 열심히 운동을 하셨을 동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많은 불편을 겪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완성된 운동장은 기다린 보람을 맘껏 느끼게 해주었다. 비록 인조이긴 하지만 잔디가 운동장에 깔렸고 테두리에는 육상경기장에나 볼 수 있는 짙은 고동색 트랙이 깔려버린 것. 비가 오면 물웅덩이 듬성듬성 보이던 흙바닥 운동장은 어디에도 조그만 자투리 하나 남지 않았을 정도로 깨끗하고 상쾌한 분위기로 학교 운동장은 새 단장을 마쳤다.

말하고 싶은 문제점은 주말에 발생한다. 지구에 사는 인류라면 조금은 널널해지는 주말이면 이 잔디가 깔린 운동장은 은연 중 조기축구 아저씨들에게 100% 점령돼버리는 모습을 계속 목격하곤 한다. 저번 주 토요일 역시 퇴근길에 잠시 들린 운동장엔 한 무더기의 동네축구를 선보이는 추리닝 차림의 아저씨들을 목격하게 되었고, 한가한 주말 산책 혹은 트랙이나 돌려고 했던 기타 동네 주민들은 운동장 주변을 서성이다. 교문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흔치않게 목격하곤 했다. 그 중 외국인 부부는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무섭게 볼을 날리는 운동장 안의 혈기왕성한 아저씨들로 인해 재빠르게 학교 밖을 빠져나가는 장면까지 포착하고 나 역시 운동장을 빠져나왔다.

교회를 다녀오던 어제 역시 별반 다를 바 없이 같은 단체인지는 모르겠으나 역시나 운동장을 완벽하게 점령한 그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제와 다른 점은 옆의 농구장에서 놀던 어떤 아이가 축구공에 심하게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이 조금은 다른 모습이었다.

체력증진, 친목도모, 축구사랑을 문제시하고 싶진 않지만 개방된 환경 좋은 학교 운동장은 분명 많은 주민들이 골고루 평등하게 이용하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황금시간대인 토요일과 일요일 번번이(목격한 것만으로는 매주) 조기축구회에 점령당하는 모습은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한 나라의 조그만 지역구의 역시나 그 안의 조그만 운동장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를 집단 이기주의는 미약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자그마한 병폐들이 모여 한 나라의 국민정서를 대표하는 심성으로 자리매김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나친 비약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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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2-1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 학교에서는 운동장을 빌려주고 돈을 받곤합니다..
아이들은?


Mephistopheles 2008-02-18 10:59   좋아요 0 | URL
아마도 제가 말한 중학교도 돈을 받고 빌려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매 주말마다 저렇게 독점하다시피 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운동장의 구성이야 가운데 축구장을 애워싼 트랙하고 농구장이 주 시설물인데 조기축구 볼차기 시작하면 그 살벌함에 주변에서 운동은 불가능하니까요. 저걸 어디다 이야기해야 시정이 될까요.

무스탕 2008-02-18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긴거는요, 그렇게 인조잔디 깔아놓고 관리비 많이 든다고 정작 학생들은 그 안에서 체육시간에 놀지 못해요. 트랙에서 놀고 강당에서 놀고 그러죠.. -_-+

그래도 어제 박주영의 두 골은 반가웠어요 :)

Mephistopheles 2008-02-19 17:12   좋아요 0 | URL
으흠..G중학교도 체육수업 어찌하나 한 번 살펴봐야 겠군요..^^

보석 2008-02-1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육청에 민원을 넣는 건?; 보다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Mephistopheles 2008-02-19 17:12   좋아요 0 | URL
민원을 넣는다 한들 관리할 사람이 없으면 아마 아니하느니만 못할지도 몰라요..^^ 볼차다 지치면 그만들 차겠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