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출근을 한 어제는 그냥저냥 일만 하는 시늉을 내다가 일찌감치 퇴근수순을 밟게 되었다. 많이들 귀향길로 빠져나갔다지만 아직도 서울시내에는 제법 차들이 넘쳐났다. 만에 하나 차를 가지고 퇴근할 때 주로 이용하는 도로도 예외는 아니다. 좁아터진 길이지만 비교적 차량의 왕래가 적었기에 자주 이용했으나 그 부근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며 정체구간으로 돌변해버린 도로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좁은 땅덩어리라는 한계성과 함께 길게 내다보지 않는 관주도기간 건설의 근시안을 경험하게 된다.)
역시나 정체구간에서 느릿느릿 빠져나가는 차들을 뒤따라 거북이걸음을 할 때 뒤에서 굉장한 소리를 내며 역시나 느리게 진행하는 엠블란스가 보이기 시작한다. 길은 좁아터졌지, 차량은 많지, 도저히 틈을 내 그 엠블란스의 진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동은 어느 것도 없어보였다.
갑자기 앞에 섰던 차가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조금은 무모할지 몰라도 중앙선 노란라인에 자신의 차량 바퀴가 걸칠 정도로 길을 비껴주기 시작한다. 나 역시 질세라 똑같은 모션을 취하기 시작.더군다나 마주 오는 반대편 차선의 차들도 군말 없이 서행운전하며 분명 중앙선을 침범한 우리 쪽 차량들에게 불평불만 없이 행동을 취해준다. 다행스럽게 뒤에서 조급하게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던 엠블란스는 2차선 도로에서 졸지에 3차선 도로를 만들어준 전방의 차들로 인해 수월하게 정체구간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사소한 행동 하나로 어쩌면 그 엠블란스는 소중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목격했다던 어떤 선진국의 행동처럼 비상차량 사이렌과 동시에 모세가 홍해 가르듯 도로 양옆의 녹지로 차들이 덜컹덜컹 올라서는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기분 좋은 발견이었다. 매너 없고 무식한 도로운전자들 틈에서 사소한 것 하나라도 이렇게 타인을 위한 배려를 접하게 되면 기분까지 유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