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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너는 자유다 -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떠난 낯선 땅에서 나를 다시 채우고 돌아오다, 개정판
손미나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모 여자 아나운서가 직접 번역을 했다하여 화제가 되었으며 엄청나게 팔려나간 ㅁㅅㅁㄹㅇㅇㄱ라는 책이 생각난다. 결국 대리번역에 이름만 올린 모양을 갖춘 책인 것이 들통이 났고, 전도유망한 여자 아나운서는 표면적으로는 바닥으로 추락한 사건으로 전개되었다. 또 얼마 전 미술관력 서적에서 제법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던 ㅎㅈㅁ라는 분 역시 대필사실이 밝혀져 동반 추락되는 수순을 밟게 되었다. 물론 표면적으로만이겠지만서도....
심드렁한 기분이 든 건 사실이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떠들며 두들기기 이전부터 이러한 사실들은 이미 암묵적으로나마 아는 사람 다 아는 사실 이였던, 새삼 놀랄만한 진실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성공 발판이 된 특정 도서(ㅇㅂㅇㅇㄷ) 표절시비에 휘말린 대단한 입을 가지신 정치인도 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고 장사를 하시는 분들도 뻔할 뻔자 기본적인 요약과 단락만을 가지고 그럴듯한 드라마틱한 일생을 책 한 권으로 집필하고, 일단 기본 구독자수(기업직원들)를 확보하며 책이랍시고 버젓이 서점에 줄줄이 꽂혀있는 책을 본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원해서(어쩌면 선착순) 받은 선물이었지만, 이 책이 택배로 내 앞에 놓여 있을 때 위의 블라블라 주절주절, 궁시렁거렸던 생각부터 대뜸 들기 시작했다. 혹시나 같은 부류가 아닐까 하는 노파심이 발동 걸려 버린 것. 책 표지를 확인하며 일단 한 단계의 고비는 넘어간다. 대부분 자기 사진 대자로 앞판에 떡 하니 박아 넣는 뻔뻔,건방진 서적은 아니라는 판단이 서 버린다. 스페인을 가본 적은 없으나 그 유명하다는 안달루시안 지역 고속도로 둔덕에 오른 시커먼 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뒤를 이어 그녀의 빠방 뽀샤시한 사진이 나오긴 했지만....
책을 조금씩 야금야금 읽고 나니. 이건 절대 여행안내서의 성격을 가질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대뜸 들어버린다. 어디까지나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나운서 손미나씨의 개인적인 사생활 내용으로 빼곡하게 적혀 있었고 어쩌다 묘사하는 스페인의 정경은 마치 환희에 찬 그녀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기라도 하는 듯 찬양일색이다. 첫 장부터 시작해 마지막 한 장까지 오직 손미나가 눈으로 본 스페인, 피부로 느낀 스페인 그리고 마음으로 느낀 스페인이 그득그득할 뿐이다.
스페인에서 작렬하는 태양만큼이나 열정적인 표현이 전부이며, 주관적 사상이 한 권 가득 들어가 있더라도 이 책에서 그녀는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사람이 빠지기 쉬운 "척"하는 분위기만큼은 포착되진 않는다. 그녀가 TV에 얼굴을 내미는 직종이며 그 중에서도 왕성한 활동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연예인 느낌의 아나운서라는 간판만큼은 걸러도 나올 건더기는 없어 보이기도 한다. (6개월이나 휴직되는 것만 빼고.)
어느 때부터인가. 이성에게 표현하는 가장 큰 칭찬은 "예쁘다.", "미인이다."가 전부가 아닌 일부가 되었다.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부딪치며, 어느 것 하나 똑같지 않은 여러 가지 성격의 인격체들을 만나면서 예쁘다. 미인이다. 란 표현이 얼마나 한정적이며 한시적인 표현인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TV를 통해서만 누군지를 알던 그녀가 어쩌면 공들여 끄적거렸을 이 한 권의 책 속에서의 손미나씨는 상투적인 "예쁘다."라는 표현보단 "매력과 자신만의 멋이 있다."가 어울리지 않나 싶다.
스페인이라는 그녀의 마음 속 그 따끔한 햇살의 그곳을 심리적 고향으로 지정한 여유와 도전이 부러웠던 만큼 나 또한 더 늙기 전에 나만의 심리적 마음의 고향을 찾아보고 싶다. 스페인이니, 히말라야처럼 거창할 것 까지는 없다. 뒷산 새벽의 약수터일지라도 스페인 속에 녹아들은 그녀처럼 나만의 안식을 찾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의 필요성만큼은 부럽고 욕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