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화는 알게 모르게 여러 유사점들을 내포하고 있기에 언제 한번 비교해보자 싶었는데 마침 딩가딩가하는 신정연휴가 잡혀있기에 썰을 풀어볼까나 한다.

 

공통점과 차이점

폭력의 역사는 절대 추종자들이 존재하는 "데이빗 크로넨버그"표 영화이다. 폭력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이가 되며 퍼져나가는지 군더더기 없는 액션과 더불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평범한 시골식당의 가장이지만 결국 폭력으로 점철된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지우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한 토막의 사건으로 인해 결국 그의 폭력성향적이였던 과거의 삶은 다시 드러나기 시작한다. 과거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가 저지르는 폭력이 전과는 다르게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라는 식상스런 대의명분이 있을 뿐이다.

데스 센텐스는 폭력의 역사와 흡사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폭력의 구심점에 가장이 존재하며 지근거리에서 피폭된 폭력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거대한 소용돌이마냥 확산되는 모습을 영화의 진행과 더불어 증폭되어진다. 폭력의 역사에 나오는 가장은 과거삭제형의 개과천선과정을 지향하고 싶어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가장은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의 굴레에 갖혀버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영화의 마지막 가족의 존재를 지워버린 악인을 응징하는 장면에서 오히려 그 대상이 중얼거렸던 "당신도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라는 대사는 이젠 지켜나갈 것도 없이 단지 피로 점철된 복수의 연속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공통점을 언급하자면 폭력의 구심점에 가장(아버지)이 존재한다는 점이며 사건의 결말은 되돌아갈 수 없는 가정의 화합을 보여주고 있다. 폭력의 역사 마지막 장면 그 어색하고 암울한 가족들의 저녁식사 모습에서 더 이상 화평했던 과거로의 회귀가 폭력으로 인해 회복불가능을 암시해주고 있고 데스 센텐스의 경우 보다 직접적인 묘사인 가족의 몰살로 보여주고 있다.



차이점을 언급하자면 가장이 폭력에 관련되는 모습. 전작의 경우 사람목숨 파리 마냥 쉽게 쉽게 제거해 나가지만 결국 짙은 후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직 암흑가의 해결사의 신분에서 벗어나고픈 그에게 절대 다시 발을 들여놔야하지 말아야 하는 무간지옥에 발을 들여놔버렸으니까. 그리고 그가 다시 폭력의 세계에 접근하는 순간 그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들에게 똑같은 상황이 전이되는 무서움을 보여준다. 정당방위이겠으나 아버지를 위해 살인을 하고 학교에서의 폭력사태까지 이 모든 것은 영화 속에선 전염병마냥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이와 반대로 데스 센텐스의 경우 물리고 물리는 복수의 과정 속에 가장은 새로운 폭력의 세계에 점점 빠져들어 가는 모습을 보인다. 억울하게 희생된 아들의 살해자가 법적으로 5년 이하의 징역 후 풀려 날꺼란 변호사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적인 응징수단에 발을 들여놈과 동시에 반복되는 복수로 인해 만신창이가 돼 버린다. 폭력의 역사와는 다르게 이 영화에서의 폭력은 테두리를 벗어나진 않는다. 교환되는 복수의 진행 속에서도 그 폭력의 정도는 범위 밖에서 파괴되는 모습을 보이진 않는다.

배우



폭력의 역사의 경우 반지의 제왕 연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비고 모덴슨이 열연을 펼친다. 유명 시리즈의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딜레마는 시리즈를 벗어남과 동시에 밑천이 동이 나버린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극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초반 평범한 소도시의 가족친화적인 가장의 모습에서 어눌하며 어색한 연기가 그의 과거가 들어나면서 그럴 수밖에 없는 모습을 배우의 역량으로 표현했다고 보여주고 싶다. 크로넨버그 감독과는 궁합이 맞았는지 그의 다른 작품 "이스턴 프라미시스"에서도 열연을 선보인다.



저주받은 배우 "케빈 베이컨"이 열연한 데스 센텐스의 경우 그의 커리어에 뒤지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워낙에 상복과 흥행과는 담을 쌓은 저주받은 배우이긴 하지만 기본기와 실력만큼은 탄탄하기에 점차 무너져가는 가장의 비참한 모습을 머리까지 삭발하는 열연으로 꾸준히 보여준다.

감독



크로넨버그의 영화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직설적이다."란 표현이 떠오르곤 한다. 과거 느와르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폼과 기합 혹은 스타일이라는 거품은 걷어 내버린 직접적인 폭력의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곤 한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과 배우들의 대사하나 행동하나에 모든 심리적인 표현과 묘사까지 녹아드는 영화를 보여주곤 한다.



데스센텐스의 경우 쏘우씨리즈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제임스 왕이 쏘우의 테두리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싶은 영화다. 그러나 쏘우때만큼의 충격이나 신선함을 만나기는 힘들지 않나 싶다. 두 영화의 스토리는 그만큼 진부할지라도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감독의 역량이라고 생각되어지는 바 크로넨버그의 경우 관록이 빛이 났고 제임스 왕의 경우 새롭고 신선함을 기대했으나 과거의 답습으로 머무르는 아쉬움을 보여주고 있다.

 

칙칙한 결말을 가지고 있는 영화 두 편이겠으나, 영화를 영화로만 즐기며 감독들과 배우들의 일종의 철학을 접하고 싶다면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어쩌면 좋은 경험과 공부라고 보인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미즈행복 2008-01-0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보시는 동안 마님과 쥬니어분은 뭐하세요?
영화 집중해서 잘 보도록 가만 있어주시나요?
정말 궁금하답니다 ^^
-매일 늦은 시간에만 보셔서 상관없나? -

Mephistopheles 2008-01-02 17:54   좋아요 0 | URL
제가 영화보고 있는 동안 마님과 주니어는 꿈나라입니다.

다락방 2008-01-02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 사진이요,
손범수인줄 알았어요. orz

Mephistopheles 2008-01-03 02:09   좋아요 0 | URL
저도 저 감독 사진을 보고 놀랐죠..엄청 젊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