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내 어린 유년시절은 일종의 속박적인 삶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내 아들을 보면서 느끼곤 한다.
완고하고 고집이 대단하신 우리 아버지는 어린 나이의 당신의 자식들을 아버지식 정의대로라면 3不이라 칭하는 3가지 사항을 엄격하게 금지시키셨다.
그 첫째가 만화였고 둘째가 영화 셋째가 장난감 이였다.
그나마 세 번째 장난감은 어머니가 아주 가끔씩 사주는 걸로 만족은 할 수 있었다. 정규과정(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쪼질쪼질 받는 용돈을 모아 그동안 맘속에만 품었던 학교 앞 문방구의 조립식 장난감(프라모델)을 사는데 투자했었다. 물론 아버지가 사가지고 오신 장난감은 내 어린 기억에 단 하나도 존재하진 않았다.
만들던 조립식 장난감은 로봇이 주를 이루었고 내 나이 그 또래 환장을 하며 좋아했던 마징가나 그레이트 마징가, 그랜다이저와 같은 종류였다. 그 후 조금 더 정교해진 멋을 자랑하는 건담 류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손가락 지문까지 희미해지며 본드를 발라 만든 장난감으로 만족을 못했고 결국 아버지 몰래 친구 집에서 토막토막 봤던 것이 늙수그래 중년의 로망이 돼 버린 로봇과 용자물 애니메이션이였다.
악당들을 향해 일갈 함성과 함께 로켓트 펀치와 빔을 쏘는 로봇들은 내 영웅이 되었고 조금씩 머리가 커가면서 자주 접하게 되는, 보다 정교하고 멋진 안드로이드 트랜스포머 로봇들은 여전히 내 머리 속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곤 했었다.
아마도 난 꽤나 반골적인 성격을 가졌거나 청개구리였을지도 모른다. 완고하게 금지시킨 항목들을 머리가 크며 성장을 해가면서 더더욱 밝히고 가까이 하게 되었으니까. 오죽했으면 중학교 시절엔 TV에서 토요일 오전시간에 만화영화(지옥의 외인부대: 에어리어88)를 방송한다는 소릴 듣고 점심시간에 뛰어나가 VTR녹화를 걸어놓고 나왔을 정도였으니까.
집안의 간섭이 흐려지는 20대 초반의 시기에도 역시나 나는 이런 로봇과 만화, 그리고 용자물에 언제나 가깝게 접근하는 위치에 존재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물을 먹기 시작하면서 아마 이러한 나의 열혈스런 로봇용자물의 애정은 조금씩 식어가기 시작했었다. 각박하고 숨 막히는 현실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 남기위해 어쩌면 마징가Z마냥 보이지 않는 로켓트 펀치와 브래스트 파이어(가슴판광선)를 쏴재끼면서 나름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화에서처럼 한방에 도륙을 내는 강력한 무기를 나에게 선사해주진 않았었나 보다. 이리저리 치이고 부대끼는 시절,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난 이 만화를 만나게 되었다.
전설의 용자물, 선라이즈(애니메이션 제작사) 공식 마지막 용자물...
수많은 열혈대사와 함께 피를 끓게 만드는 카리스마....
(하지만 사진은 가오가이가의 최종 진화형 제네식 가오가이가)
주제가에서 흘러나오는 박력스런 일발필살의 대사들에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본격 몰입의 단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자막도 없는 녹화된 비디오를 연이어 보며 나도 모르게 주제가를 흥얼거리게 되었고, 웃기지도 않게 현실세계에서 나름 피폐해진 내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용기와 열혈, 근성을 불어 넣어주게 되었다.
요즘도 피곤할 때 가끔 이 만화의 주제가를 듣곤 한다. 어쩌면 자기최면일지도 모르고 자기만족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중년의 로망은 바로 슈퍼로봇과 용자물 이것만한 나만의 로망도 없을 듯싶다.
뱀꼬리 : 파이날~~~ 퓨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