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소설이라는 문학장르에서 내 개인적으로 판단 하는 잣대는 일단 "재미"라고 보고 싶다.
아무리 좋은 소설일지라도 읽기 힘들고 한줄 한줄 이어가기 버겁다면 일단 책에서 흥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에코의 소설을 참 힘겹게 읽는 족속 중에 하나이다.

이런 면으로 따진다면 작가 김영하의 소설은 탁월하다고 감히 판단하고 싶다. 기껏해야 그의 소설이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긴 하지만서도 (빛의 제국이 첫번째) 그가 풀어가는 이야기 보따리는 제법 흥미롭고 몰입하기 딱 좋은 구도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출발 총성과 함께 숨까지 참아가며 온몸의 근육을 팽창시키면 튕겨나가는 100미터 스플린터마냥 그의 소설은 탁월한 몰입감과 함께 순식간에 읽어재끼고픈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소설은 어느 시점에서 (대략 100미터 달리기와 비교한다면 80미터쯤 에서.) 선수 중 하나가 금 밟았어요~ 라는 맥빠지는 소리를 듣는 심정을 가지게 한다.

그래도 80여미터를 전력질주한 관성의 법칙 때문에 기록은 형편없을지언정 100미터는 무난히 통과하는 안도감과 동시에 왠 현학적이며 온갖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잔뜩 부여한 어느 문학평론가의 "해설"부분에선 한숨까지 나와버린다. 소설이 철학서로 순식간에 변태를 하는 보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고나 할까.

직언을 하자면 소설 본문은 하나도 안지겨웠으나 해설부분에서 엄청나게 지겨워졌다는 것.

또한 내 세대가 지금의 현재진행형인 20대가 더 이상 아니기에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존재한다. 흔히 "문화백수"라 일컬어지는 주인공의 행동에선 그림동화나 우화에 나올 법한 "여우와 포도"의 여우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다만 졸지에 고아가 되버린 후 남겨진 부채로 인해 길거리로 내쫒겨지는 모습에서는 여타 캥거루족 백수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만, 이런 곤두박질 이후에도 보여주는 주인공의 행동과 사상은 "당신은 아직 정신을 못차렸습니다." 란 팻말을 등에다 못질하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한다. 거기다가 넷을 통해 만난 여자친구는 근사한 직장에 미모와 재력을 소유한 위치에 있기까지 한다. (이건 뭐 귀여니 소설의 남자주인공의 여성화도 아니고..)

물론 이러한 무리수를 두고라고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을지 모를 계급화와 양극화, 그로인해 발생되는 괴라감과 고독도 무시할 순 없겠다지만 양념이 너무 진해 식재료의 참맛이 날라가버린 효과를 보여주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인기작가의 소설 한 권을 읽으면서 작가의 상식과 지식에는 감탄을 하게 되지만서도 약간은 맥 빠지는 결론부분과 굳이 책의 끝머리에 붙여놨어야 했을까 의심스러운 어느 문화평론가의 해설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을 가지게 한다.


뱀꼬리 : 비교적 대중적인 작가가 쓴 대중적인 소설에 너무 많은 의미와 생각을 부여하고 있는 내 자신이 어쩌면 "먹튀"일지도 모른다는 뜨끔함 역시 부인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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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7-11-11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한참 전에 사놓고 아껴 읽을려고 놔둔 책인데 리뷰들이 다들 신통치 않다는게 대부분이라 좀 그렇네요. -_-+

다락방 2007-11-1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김영하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내 제 보관함에 있었답니다.
메피스토님의 의견에 공감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읽어볼 참입니다.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끙.
오늘까지가 이 책 천원 할인 쿠폰이 유효한데 말이죠. 흐음.

Mephistopheles 2007-11-1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 검은꽃을 비롯해 다른 책도 좀 읽어봐야 겠어요. 김영하씨는 여기저기 줏어들은 평가로는 빛의 제국부터 좀 다운되는 분위기라고 하더라구요.^^
다락방님 // 이야기 자체는 몰입감이 좋은데 읽고 나서 좀 우왕좌왕하게 만들어주더군요.^^

달콤한책 2007-11-12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서점에서 몇 번 들었다 놨다 했는데, 안 사길 잘했다는 안도감이^^

Mephistopheles 2007-11-12 19:1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재미는 있었어요..일단 후다닥 읽으면서 다음에 어떻게 될까..?? 라는 상상을 자극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