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둥지를 틀고 생활을 하면서 여러분들과의 다방면으로 소통을 해왔으나 단 하나 소통이 안되는것이 있다면 아마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책, 음악, 영화 등등 여러 문화매체에 비교적 눈과 귀가 열려있는데 비해 게임은 아직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는 이유는 추측해 보건데 아마도 투자한 시간만큼의 남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게임의 극단적인 단점 때문이 아닐까 감히 예상해본다.
물론 게임이라는 매체 자체가 자극적이며, 때론 폭력적 혹은 선정적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지배적이기는 하지만 가뭄에 콩나듯 명작의 반열에 올릴 수 있는 게임들도 종종 마주치게 된다.
엔딩을 봤을 때의 성취감도 성취감이지만 잘 짜여진 스토리와 팽팽한 긴장감 등과 함께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게임들도 제법 많이 있다는 것. (이코..혹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등등..)
주절거려 볼 게임은 코지마 히데오라는 게임 개발자가 만든 "메탈기어솔리드"

코지마 히데오는 게임 개발자란 직함보다는 게임디렉터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게임을 게임의 장르에 안주시키지 않고 영화에 버금가는 장르로 만들었기에 이런 이름이 만들어졌다고 보여진다. 이의를 제기 하고 싶은 맘이 추호도 없는 이유는 그가 만든 게임인 메탈기어솔리드는 한 편의 잘 만든 영화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용은 심히 군바리스럽고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군복을 입고 활개를 치는 스토리지만 게임은 결코 어설프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군인들이 잔뜩 나오는 게임이기에 총질 칼질을 해가며 수많은적 캐릭터들을 베어 넘기고 쏴 죽여야 게임이 종결되는 그런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인공인 "솔리드 스네이크" (생긴 모습은 비슷하지만 매편마다 주인공은 다른 인물이다. 복잡한 스토리라인 속에 클론 혹은 인간복제라는 베이스가 깔려 있기 때문..)는 적을 사살하기 보다는 눈을 피해 요리조리 숨어다녀야만 미션을 통과하는 게임 방식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메탈기어솔리드의 태동과 함께 "잠입액션"이라는 새로운 게임장르가 만들어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물론 요리조리 피해서 미션을 완료하는 방법 말고도 보이는 족족 다 쓸어버리면서 진행시키는 선택 또한 게이머의 판단에 맡겨질 정도로 자유도는 높은 게임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3편 "스네이크 이터"의 경우 도륙과 살육을 일삼던 게이머는 뒷부분에 가서 절대 통과할 수 없는 미션이 존재한다. A에서 B라는 지점까지 통과해야 완료되는 단순한 미션. 문제는 지금까지 게임을 진행하면서 사살한 적들이 유령으로 등장한다는 것. 당연히 많이 죽이면서 진행한 게이머는 그 좁다란 길에 가득가득 유령들이 넘쳐날 것이고 여간해선 피해다니면서 기절 혹은 마취로 게임을 진행해 온 게이머는 상당히 수월하게 미션을 완료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유령에게 접촉만 해도 HP 엄청나게 빨린다.이거야 말로 완벽한 인과응보!)
꼭 군대가 나온다고 유혈이 낭자하고 살육이 반복되는 스토리가 아닌 국가간의 전쟁에서 소외되고 희생되는 등장인물들과 적당한 유머와 익살까지 겸비하며 이어지는 이 시리즈물은 전쟁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영화들(플래툰,전쟁의 사상자들, 풀매탈자켓 등등..)과 견줘봐도 열등함을 찾아보긴 힘들다. 오히려 우월할 정도로 이 완벽한 게임은 절절하고 감명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