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7
전진석 지음, 한승희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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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 이야기에서 술탄 샤리야르는 동생에게 속아 왕궁을 십자군에게 점령당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그의 수난은 그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술탄으로서의 최종 카드를 제시해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를 얻는 것까지는 평범한 설정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 이야기다.

이번에도 액자식 구성으로 궁중시인 세하라는 십자군 점령군 국왕에게 자신이 그곳 성을 지켜야 하는, 모시는 술탄을 왜 옹호하는 지의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나 여태까지의 이야기처럼 유명한 설화나 동화,신화, 혹은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얘기를 해준다.

21세기의 성전(聖戰)이라 미화한 미국의 침략 전쟁, 그것이 미래의 이야기라는 설정으로 등장을 하는데, 마치 어제 읽은 "안전지대 고라즈데"에서 보았음직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건 정말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미래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우리에겐 현재의 이야기이고, 그래서 우린 얼마든지 감정과 생각을 이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씨리즈의 전개가 예사롭지 않았지만 이번 이야기에서 스토리 작가의 잠재력을 보았달까.  이 정도면 영화 시나리오 정도의 이야기도 끌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는 항상 작가의 짧은 코멘트가 실리는데, 이번 코멘트는 유독 의미심장했다.  일부분을 옮겨본다.

-11세기에 시작되어 수백 년 동안 벌어진 십자군 전쟁을 바티칸이 공식적으로 반성하는 데 천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부시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면서 자랑스럽게 '십자군 전쟁'을 부르짖었습니다.  세상을 창조하고, 인류를 창조한 신이 있을지는 몰라도, 전쟁을 막아주는 신은 없는 게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엄청난 죄를 짓고도 행복한 죽음을 맞을 죄인들이 갈 수 있는 지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 죄 없이도 억울한 죽음을 맞은 선량한 이들이 갈 수 있는 천국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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