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
이덕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 후기,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세도정치 이후의 조선 양반들 중에서 양심적인 인사를 찾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매관매직이 기승을 부리고 부정부패가 만연한 그 사회는 뿌리부터 열매까지 모두 좀 먹어, 아래로 백성들은 못 살겠다 이판사판을 외치고 있었고, 위로 임금부터 신하까지 모두 썩어 제 뱃속 챙길 궁리만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대쪽같은 선비 기질과 나라 위한 우국 충정에 그 많던 재산 다 처분하여 온 가족이 모두 망명하여 조국 독립에 헌신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회영과 그의 형제, 가족들이다.  당시로서는 참으로 보기 드문 일이며 또한 어려웠던 결심이 아니었을까. 원래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가진 것 내어놓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게다가 그저 시대를 무시하고, 아니 외면하고 살았더라도 자기 한평생, 혹은 그 가문 대대로 별 탈 없었을 그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다 내어놓고 시대의 불운 앞에 같이 뛰어들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했던 이회영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데, 거기에 그가 흠뻑 취했던 '아나키즘'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사실, 내게는 몹시 어려운 개념이었다.  무정부주의자는 아나키스트가 아니지만, 아나키스트는 무정부주의자가 맞다는 말, 수학의 집합 개념으로 이해를 해보려고 하지만, 언어적인 이해가 심리적인 이해로 곧 연결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을 그렇게 한결같이 움직일 수 있는 '신념'의 힘에 놀랄 뿐이다.  예비된, 혹은 완성된 안락과 평화를 모두 포기할 만큼 사람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그 힘에 감탄할 뿐이다.

언니가 운영하는 가게 근처에 우당 이회영 전시장이 있다.  가보지는 못했고 표지판만 보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 거리에 그 표지판이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가...(단순히 주의력이 부족했을 뿐일 지도...;;;;;)

전시장이 운영하는 시간에 그 길을 지나는 게 쉽지 않아 자꾸 미루게 되는데, 방학하고 나면 곧 가볼 생각이다.  좀 더 그 숭고한 정신에 감탄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래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부끄러웠던 식민지 생활에 위안이 된다.  애국지사보다 더 많은 친일파가, 그 후손들이 여전히 잘 살고 있다는 것은 물론 부끄럽지만.(ㅡㅡ;;;)

이덕일씨의 다른 책에 비해 쉽게 읽혀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자부심도 좀 생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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