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 - 삼국시대부터 해방 공간까지 전환기의 인물들
이덕일 / 푸른역사 / 1999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은 몹시 문학적이었다. '역사의 길목에 선'이라니... 당연히, 역사의 길목에 섰을 법한 중요한 사람들이 등장인물로 나온다. 모두 우리가 국사 책이나 혹은 교양 서적에서 들어봤을 법한 인물들. 그렇지만 그들의 깊은 이야기를 관심이 있어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한 제대로 알아가기는 어려운 일. 그 외로운 길에 지침서가 되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역사 학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부지런한 학자들 열여덟 분이 함께 뭉쳤다.(뭐, 원고야 따로 썼겠지만^^;;;)

저마다 전공 분야가 다르고 관심 분야도 다른 터라, 보아하니 가장 자신있고, 깊게 연구한 사람을 택해서 원고를 쓴 것 같다.  사람이 많으니 글의 스타일도 다르고 당연히 느낌도 많이 다르다. 어쨌든 공통적인 것은 그 글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어하는 우리 역사속 중요한 인물들의 자취와 그 행적을 살펴보는 그들의 시선이다.

인생사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그것이 국가와 민족 개념으로 확대되어서 역사의 중요한 길목에 본인이 놓여있다고 한다면, 그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든 아니든, 어쨌든 그 사람의 결정은 그와 그 주변인물들, 나아가 국가와 민족에까지 영향을 미칠만큼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다.  당대에 그가 책임을 지든 못 지든 그 사실들은 변하지도 않을 뿐더러 잘 잊혀지지도 않는다. 

예를 들자면,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 먹을 때는 일본의 제국주의 야심이 천년 만년 유지되고 채워질 줄 알았을 테지만, 그가 배두드리며 즐거이 지낸 시간은 그가 두고두고 욕먹는 시간에 결코 견줄 수 없다.  한 순간... 혹은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그리고 나라 전체를 바꿔버리는 역할도 해버리는 것이다.  그러한 때에, 자신의 욕심으로,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생의, 국가의 중대사에 누를 끼치는 일은 마땅히 없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쉽던가?  그런 판단이 늘 바로 세워지던가?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한 순간의 선택이라지만, 그것 역시 평상시 그 자신의 모습이다. 그 사람의 성품과 인격 생활 태도 모든 것이 다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얘기. 원래부터 나라에 애국하고 나라의 독립을 학수고대했더라면, 이완용이 그런 바보같은 선택을 했겠느냐는 말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지.

그래서 평소에도 종종 하는 생각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더 그런 생각이 강렬히 들었다.

살면서, 인생사 중요한 결정을 눈앞에 두었을 때.. 개인의 삶을 뛰어넘어 더 큰 범주의 큰 결정을 눈앞에 두었을 때, 눈앞의 작은 이익, 혹은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 스스로를, 민족을, 국가를, 사회를 배신하는 일이 없기를... 그러기 위해서 평소에 작은 일에서부터 유혹을 뿌리치고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늘 삐딱하게 살다가, 중대한 일 앞에서만 바르게 사는 일은  그닥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는다.  뭐, 그런 인물에게 그런 기회가 잘 오리란 생각도 안 들지만...;;

이 책은, 사실 전문 분야의 책에 속하기 때문에 쉽게, 빠르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차분히, 그리고 신중히 읽어나가는 편이 이 책의 참맛을 더 잘 알아차리는 길이 될 것 같다.  게 중에는 내 마음에 참 안 드는 인물들도 더러  등장할 테지만, 그들은 어떤 마음과 배경을 가지고 그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그들이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구구절절한 변을 들어 보자.  제법 흥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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