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지킨 새색시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4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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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이 없던 옛날에는 불을 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불이 꺼지지 않게 불씨를 소중히 여겼다. 

난방과 주방의 기능을 겸한 우리네 전통 부엌에서는 더더욱 불씨 지키는 일이 보통 중요한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마을에 불씨를 한 번도 꺼뜨리지 않고 칠 대나 이어온 집이 있었다.  

온 동네에 칭찬이 자자했고, 집안에서도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런 이 집에 새색시가 시집을 왔다. 

 

시집온 지 사흘째 되는 날부터 부엌 살림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불씨 지키는 일도 새색시의 몫이 되었다.  

저녁이 되자 새색시는 이글이글 타는 아궁이 잉걸불을 불씨항아리에 옮겨 담았다. 잉걸불은 불이 이글이글 핀 숯덩이를 말한다. 새색시가 얼마나 기합을 잔뜩 주고 열심히 불씨를 보관했겠는가. 하지만 이튿날 아침 날벼락이 떨어졌다. 불씨 항아리에 담은 불씨가 꺼져 있었던 거다. 눈앞이 캄캄해진 새색시. 무려 7대를 이어온 것이 자신의 손안에서 꺼졌으니 보통 두렵고 막막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어미는 집안 망했다고 통곡을 하고 시아버지는 설마 집안이 망하겠냐며 며느리 손을 들어주었다. 부싯돌로 불을 쳐서 며느리에세 새 불씨를 넘겨준 고마운 시아버지. 하지만 이를 어째! 그 날 밤도 신경 써서 불씨를 보관했건만 다음 날 또 불씨가 꺼져 있었다. 어이쿠!! 

며느리 쫓아내야 한다고 방방 뛰는 시엄씨,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싹싹 비는 새색시. 이번에도 마음씨 좋은 시아버지 덕분에 쫓겨나는 것은 면했지만 이날 밤이 문제다.  

 

며느리는 필시 누군가 고의로 불씨를 꺼뜨린다고 생각하고 불침번을 섰다. 아니나다를까! 수상한 작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 누꼬? 새파란 옷을 입은 조그만 여자 아이가 아닌가. 요 꼬맹이가 불씨 항아리에서 오줌을 싸버렸다. 당연히 불씨는 또 꺼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냥 당할 수는 없지! 새색시는 몰래 다가가 여자애 치맛자락에다 명주실을 꿰었다. 날이 밝으면 아이 집을 찾아가 혼꾸멍을 내주는 게 목표였던 것이다.  

다음 날 자초지종을 들은 식구들은 다 함께 명주실을 따라 길을 나섰다. 실은 마을을 벗어나 깊은 산속으로까지 이어져 있었고 까마득히 높은 바위 꼭대기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명주실이 얼마나 길었는지는 묻지 말자.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기! 

식구들은 서로 밀고 당기면서 바위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바위틈 풀무더기 사이에 매여 있는 명주실을 발견한다. 엄.훠.나! 

 

풀 밑을 파보니 산삼이 나오네. 그 밭은 산삼밭이었다. 오매 여기야말로 진짜 심봤다!!! 

결국 이 집은 산삼을 팔아서 큰 부자가 되고 말았다. 땅도 사고 집도 사고 비단도 사고... 

칠 대를 내려오는 동안 불씨를 지킨 정성이 갸륵해 산신령님이 주신 복일 지도 모르겠다. 불씨 꺼뜨렸다는 오명을 쓸 뻔했던 새색시도 시댁 식구들 사랑 받으면서 그 후로 잘 살았다는 후문이 있다.  

아마 이 며느리도 자신의 며느리에게 자신이 지켜내려고 애쓴 불씨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전설'을 또 강요하지 않았을까. 앞으로의 며느리도 불씨 지키느라 고생 꽤나 했을 듯하다.  

장작불까지는 아니지만 연탄불 꺼졌을 때의 막막함은 기억난다. 번개탄 피울 때의 그 지독한 연기도. 겨울철 불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즘은 이런 불씨보다 불조심하기 위해서 더 강조해야 하지만... 얼마 전에도 산불이 났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이쪽이나 저쪽이나 불씨!! 잘 지키고 잘 지켜보자. 조심 또 조심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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