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는 다 먹어 - 우리 산의 참나무와 도토리 어린이 산살림 4
도토리 기획, 장순일 그림 / 보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도시 태생에 바깥 외출이 별로 없던 나는, 자연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을 볼 때 너무 낯선 기분을 느끼곤 한다.  한 번도 손 끝으로 발끝으로 느껴보지 못한 감각들.  책이나 브라운관을 통해서가 아닌 내 눈을 통해서 직접 만나지 못한 생명들에 감탄과 좌절을 동시에 느낀다.

딱히 자연의 품에 안긴 생활을 열렬히 사모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은 언제나 공존한다.  내가 얼마나 무지했었는가...라는 깨달음과 함께.

싸이월드를 즐기지 않는 나지만, '도토리'를 연상하면 일단 싸이월드의 아이템 구매 수단으로 먼저 연상이 된다.  세상에... 도토리가 자라면 참나무가 된다는 것을 이 책 보고 처음 알았다.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 빨개짐..;;;

몰랐다는 것보다, 전혀 관심이 없어왔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  관심 대상이 아니니 모른다는 것도 모른 채 그냥 살아오는 것이다.  거북선의 재질이 참나무였다...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참나무는 모른다.  본 적 없고, 보았어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도토리와 참나무의 관계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연상단계.

이 책에는 도토리의 쓰임새를 잘 알고 계시는 할머니와 도토리 모으기에 열중하는 귀여운 다람쥐가 등장한다.   세밀화로 유명한 보리 출판사 답게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놓아서 빛바랜 사진 속의 실물 다람쥐와 숲을 보는 느낌이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숲의 모습 뿐아니라, 그 숲에 있는 나무와 동물들과 곤충들, 하다 못해 그들의 배설물까지 있는 그대로 담아놓았다.

참나무의 꽃들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도토리를 좋아하는 짐승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흙내음이 가득한 숲과 짐승들과 도토리가 주인공인 책.  그들의 생활을 전해주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이곳에 있다.  잊지 않고 기억해 주고 다시 전해주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우리가 받았던 것처럼.  갑자기 도토리 묵이 먹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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