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트레스 받았어! 마음과 생각이 크는 책 3
미셸린느 먼디 지음, R. W. 앨리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내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무엇이었을까?  솔직히, 잘 떠오르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처럼 학원이다 뭐다 바쁜 시절도 없었고, 그저 뛰어놀기 바쁘던 내게 어떤 스트레스가 있었을까?  이 책을 보면서 내게는 어떤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위로 언니가 둘이 있는 나는 집안의 막내지만, 흔히들 짐작하는 것처럼 귀염받고 자란 편은 아니었다.  식구가 아홉이었던지라 시아버지에 시동생에 시누이에 너무 바빴던 어무이께서는 아이들 셋을 토닥이며 보살펴 주시기엔 너무 벅찬 분이었고, 아부지의 무뚝뚝함이란 그 방면에서 넘버원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언니들과 부대끼며 사는 게 나의 일상이었는데, 나의 한 언니는 어려서는 나를 엄청 구박했었다.  그것도 못해?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야?  그딴 게 왜 궁금해?  이런 식의 반응은 어린 나를 상처입히기 일쑤였다.

늘 못한다고 구박하던 언니가 나를 추켜세워주며 인정해주었던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급 임원을 하면서였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시 학급 임원을 하고 때마침 학교에서 받은 지능검사에서 각별히 높은 수치를 받아오자 언니의 나에 대한 대접은 하늘을 찔렀다.  넌 할 수 있어.  너라면 해낼 거야.  역시 잘하는 구나!  이런 종류의 말들이, 그때부터 쏟아졌다.  당시의 지능 검사는 고등학교 가서 받은 점수보다는 턱없이 높은 거여서 사실 진짜라고 믿어지지 않지만, 아무튼, 그때의 효과는 꽤 좋았다.(지금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ㅡ.ㅡ;;;)

아마도 나로서는, 가족으로부터 '인정' 받는 것이 꽤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늘 못한다 소리 듣고 살던 녀석이 어느 날부터 잘한다! 소리를 들어보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계속 그 만족도를 채워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건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인정임과 동시에 나 스스로의 '자신감' 회복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였기에 성장기의 내게는 중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임에 틀림 없다.

이 책은, 아이들도 당연히 어른들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명확히 알려주며, 그것을 자연스레 해소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길을 정겹게 알려준다.

너무 많은 공부를 해야 할 때, 시간은 부족할 때, 원하는 만큼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그 모든 순간에 '스트레스'가 찾아옴을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풀어나가기 위해서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힐 것, 도움을 청할 것, 적절한 운동을 해줄 것, 마음을 열고 활짝 웃을 것... 등등을 제시하고 있다.

대단히 전형적인 제시어들이지만, 사실 모두 적확한 얘기들일 것이다.  아이이든 어른에게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어린 내가 나의 자존감을 종종 무너뜨렸던 언니에게 "그렇게 말하지 마!"라고 말할 수 있었더라면, 나의 자신감 회복의 시간은 더 당겨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는 스스로 그렇게 말해보겠다는 자각이 있지 않았고, 그것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있었더라면, 언니에게 그렇게 하지 말란 얘기를 먼저 했을 테지...;;;)

나의 경우에는 '성적'이라는 매개체로 변화가 왔지만, 그건 그리 좋은 변화의 동기는 아닌 듯하다.  그리고 그토록 오래 걸려서 변화가 왔다는 것은 그만큼의 상처가 내게 쌓였다는 것이니 역시 바람직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과 부모, 혹은 선생님과의 대화가 참 중요하다고 본다.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어줄 자는 역시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사람일 테니까.  혹여 부모의 욕심으로, 교사의 욕심으로 아이에게 지나친 것을 강요하며 마음의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지,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도 그런 시간을 살아왔다는 것을 기억하며... 회복의 시간을 주기 위해 애쓰기 위하여...

그나저나, 어제 오늘 너무 바빠서 주말을 제대로 쉬지 못했더니 피곤이 쌓인다.  스트레스가 되기 전에 오늘은 좀 쉬어야 할 텐데.... 서재질을 못했다는 게 문제라는 거지.... 즐거움이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는데... 조금은 자제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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