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화이자로 부스터샷까지 접종완료했다. 1차 접종에서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고, 2차 접종 후에는 하루 정도 체한 듯한 증상에 타이레놀을 한알 먹었고, 어제 부스터샷을 맞은 이후 오늘은 몸살기운이 있지만 가벼운 정도라서 약은 먹지 않고 주말 동안 푹 쉬려고 한다. 그런데 하루 종일 빈둥대기에는 남은 인생이 아까운 느낌이 들어서 페이퍼라도 하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말에 백자평을 처음 써 본 이후로, 읽은 책들에 대한 백자평을 종종 남기고 있다. 실제로는 140자 정도가 작성범위로 허용되는데, 짧은 범위 안에서 그 책을 표현하고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것이 나름 재미있기도 하다. 그런데 백자평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정작 고민하게 되는 것은 글이 아니라 별점이다. 글이 짧다보니 글보다 별점이 더 부각되는 느낌인데, 평가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고려할 때 별점을 어떻게 주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게 된다. 

  알라딘에서는 책의 판매와 연관되기 때문에 가급적 후한 별점을 요구하는 듯 하다. 별점 5점 만점에서 3점 이하를 부여한 책에는 마니아 점수가 부여되지 않고 별점 4점과 5점을 부여한 책에만 마니아 점수가 부여되는 것 같다. 별점 3점 이하에도 약간의 마니아 점수가 부여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상황에서 마니아가 된 적은 없었고, 같은 조건에서 별점만 4점 이상으로 수정했을 때 마니아가 되는 경우들은 있었다. 

  알라딘에서 원하는 바와 상관 없이, 나는 개인적인 성향으로도 평가를 후하게 하는 편이기는 하다. 평소에 학생들에게도 가급적 점수를 잘 주는 편이고, 논문 심사를 할 때도 연구자가 불성실하지만 않다면 점수를 잘 주는 편이다. 다만, 다른 평가들에서는 기준을 분명하게 해두는 것에 비해 알라딘에서의 평가는 어떤 기준 없이 그때 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별점을 주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한 행동이 마음에 걸리는 걸 보면, 사실은 마음 내키는 대로 했던 그 행동도 내 마음에 진정으로 부합하는 행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내 마음은 설명 가능한 질서를 원하고 있었다. 


  투명한 다섯개의 별들이 어떻게 빛을 발하도록 할까? 일단, 객관적인 평가와 주관적인 평가로 구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객관적인 평가는 그 책이 저술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충실하게 만들어졌는지가 평가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고, 주관적인 평가는 그 책이 나에게 좋았고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지가 평가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일반 독자의 별점은 공적이기보다 사적인 평가이기 때문에 후자의 주관적인 평가가 더 의미를 가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면 단지 나와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박한 평가를 받은 저자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가급적 저자가 억울할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책의 저술 목적을 기준으로 하는 객관적인 평가를 지향하도록 해야겠다. 나는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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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2-04 16: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근사하고 여러모로 와닿는 글이네요! 바로 오늘도 별점 주며 고민했더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별 반개도 가능하면 좋겠어요.

scott 2022-02-04 16:53   좋아요 4 | URL
별 반개!
찬성합니다 🖐^^

persona 2022-02-04 16:57   좋아요 4 | URL
저도 별 반개 찬성이요! ㅋㅋㅋ
도망다니는 별은 어떨까요? 저는 자꾸 헛눌러서 스크롤 하다 안 읽은 책에도 별이 2-3개로 막 찍히더라고요. 별 주기 어려우면 독자로서도 내 독서가 뜻깊었다고 생각하게 되진 않을까 잠시 착각해봤습니다. ㅋㅋㅋ

라파엘 2022-02-04 18:41   좋아요 4 | URL
조금 더 섬세한 평가를 위해서 정말 별 반개도 가능하면 좋겠어요 ^^

공쟝쟝 2022-02-08 15:18   좋아요 2 | URL
별반개 주장에는 언제나 두손을 저요저요 들고 갑니다

scott 2022-02-04 16: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라파엘님 학생들의 노력 +성취를 이끌어주시는 스승!
학점 테러 보다
동기부여를 해주시는 스승님들을 통해 욜심히 공부 했던(칭찬에 마구 반응 했음)
실력은 에이 플러스가 아니였지만 노력에 에이 플러스를 주시는 스승님 덕분에 학교 생활을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전, 대체적으로 제가 올리는 리뷰 별점은 후하게 주는데
한 권의 책을 집필하는 능력과 편집자의 노고까지 생각 하며!
그러나.
오타와 오역을 방치 하는 책은
도저히 별을 주기가 ㅎㅎㅎ

라파엘 2022-02-04 18:44   좋아요 4 | URL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콧님 말씀대로 오타와 오역을 방치하는 책은 아무래도 좋은 평가를 주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그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되어서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2-04 18: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별 세 개는 마니아 점수에 안올라 갔군요?
저는 몰랐네요^^
저도 별점을 좀 후하게 준 편인 듯 하단 생각을 종종 하곤 했는데요. 특히나 국내 작가들의 책은 별을 너무 낮게는 못주겠더군요.
혹시나 본인들이 책의 반응을 보고 싶어 들어와서 살펴 보는데 별도 적고, 혹평을 쏟아 놓으면 좀 상처받지 않을까? 뭐 그런 오지랖 생각이 들곤 해서 조심스럽던데, 대신 외국 작가들 책은 굳이 그들이 와서 보진 않을테니~란 생각이 들어 별 세 개도 막 누르게 되더라구요^^ (전 상, 중, 하로 별 다섯, 넷, 셋으로 나름 규칙을 정해서 누르는 편입니다^^)
이것도 차별이겠죠?ㅋㅋ
암튼 학생들에게도 점수를 후하게 주시는 스승님이 최고로 멋진 스승님이십니다^^

라파엘 2022-02-04 20:28   좋아요 4 | URL
나무님 말씀처럼 제가 작가라도 제 책의 리뷰나 평가는 궁금해서 종종 확인해볼 것 같네요 ㅎㅎ 저도 보통 별 세개 이상은 주는데, 별 두개 이하 수준의 책은 읽어도 굳이 읽은 흔적을 남기지 않아서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아요 ㅋ 아무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공쟝쟝 2022-02-08 15:19   좋아요 2 | URL
나무님 착해…. 전 국내외 따지지 않고 박하게 주는 편…. 그치만 개인적으로 신선하면 다섯개는 안아까워요!! ㅋㅋ

책읽는나무 2022-02-08 15:28   좋아요 3 | URL
착한 게 아니라 눈치를 많이 본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죠?🙄🙄

라파엘 2022-02-08 16:29   좋아요 3 | URL
박한 별점을 통해 유해한 책들로부터 독자들을 지켜내는 멋진 쟝쟝님 👍👍

라파엘 2022-02-08 16:30   좋아요 4 | URL
각 개인의 성향은 장점이나 단점으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현되면 장점이 되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현되면 단점이 되는 것 같아요. 즉,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은 성향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현된다면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더 민감하게 파악하고 배려할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인거죠 ㅎㅎ

mini74 2022-02-04 2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점수니 뭐니에 무지한 일인 ㅠㅠ입니다. 저도 내 맘에 안든다고 혹은 개인적으로 재미없다고 해서 별점을 낮게 주는 것에 고민이 항상 많아요. 미안한 맘. 내가 뭐라고 라는 맘. 이만큼 쓴 게 어딘가 하는 맘 ㅠㅠ 과정에서 결과로의 노고를, 결과가 어떻든 무시하긴 힘든거 같아요. 별 반 개 저도 찬성 ! 입니다 ~

라파엘 2022-02-04 22:34   좋아요 2 | URL
점수에 초연한 자유로운 영혼 미니님!! 정말로 별 반개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ㅎㅎ 따뜻하고 평안한 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