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혁명의 세계사 - 잉글랜드에서 이집트까지
피터 퍼타도 엮음, 김덕일 옮김 / 렛츠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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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혁명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후대 세대의 관점에서 혁명의 의미를 현재 시점에서 이해하기 위해 과거 혁명 당시 시대적 배경과 맥락 속에서 혁명의 발생 메커니즘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혁명 주체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혁명 결과와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역사 서적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24명의 집필진이 전세계의 24개 혁명 사건들에 대해 혁명 당시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밝히고, 혁명 발생 원인과 발생 과정, 혁명의 결과와 영향을 서술함으로써 혁명의 의미와 교훈을 제공하면서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의 혁명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17세기 잉글랜드 명예혁명부터 21세기 이집트와 중동 아랍세계에 퍼진 민주화혁명운동까지 24개의 혁명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24명의 전세계적인 역사전문가들의 집필진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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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혁명이라는 사건을 접하게 되는 것은 역사가나 평론가가 남긴 역사적 서술과 평가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역사 자체가 오로지 승자의 기록이라는 명제에 혁명 사건에 관한 서술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도식적인 접근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지적하는 것부터 이 책은 혁명의 의미의 해석 방식에 접근하고 있다.


혁명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정의에 대해서 우리가 제대로 알기가 어렵게 만드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점들을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 또한 역사적 기술에 포함되는 하나의 부분이라서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가가 설정한 부분적인 관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 그리고, 혁명적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작업이 시대에 따라 변질될 수 있다는 역사 수정주의의 오염성 등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잉글랜드의 명예 혁명이 영국 왕 제임스 2세의 제거나 국가적 차원의 내전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네덜란드 군대의 수장 윌리엄 3세와 영국 의회 사이에 이루어진 전략적 합의에 의해 딸 메리 스튜어트와 사위 윌리엄 3세가 아버지 제임스 2세 왕과 동생, 조카를 영국에서 쫓아내고 새로운 왕이 되었다.


혁명적 사건들이 특정 시기에 직접적 혹은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연달아 발생시키는 일종의 연쇄작용을 하기도 한다: 18세기 미국의 독립 혁명은 영국에 맞서 식민지 미국과 연합 관계로 참여한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에 빠지게 되고, 유럽 본토 프랑스 혁명은 카리브해 식민지 아이티 독립 혁명을 촉발시키게 되고, 여기에 자극을 받은 라틴 아메리카의 식민지 국가들이 스페인에 맞서 독립 혁명 전쟁을 치르게 된다.


반대로 특정 지역의 국가들이 처한 구조적 특징과 당시 유행하는 세계적인 철학 사상이 결합하게 되는 경우에도 특정 시기에 인접 국가들에까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19세기 중반 산업 혁명으로 인해 산업화를 추구하던 시기를 지배하던 계몽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인종적 그리고 민족적 정체성, 종교적 동질성을 찾는 추세가 중부 유럽 지역의 다민족 제국인 합스부르크 제국과 오스만 제국에 영향을 끼쳐서 민족국가의 독립을 위한 혁명과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아무래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혁명의 의미를 후세대가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나아가 역사를 수정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일본의 19세기 중엽의 메이지 유신은 세계 선진국들의 산업화 시기와 발맞춰서 일어난 산업경제화의 발판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면과 궁극적으로 군국주의 국가로의 진화의 단초가 되었다는 부정적인 면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양상은 묻어두고 긍정적인 면만을 기념하고 강조하는 21세기 일본 정부의 시도는 20세기 볼세비키 혁명을 구세주 러시아 사상과 러시아 제국의 향수에 기반한 필수적인 혁명으로 기념하고 숭배하면서 21세기 우크라이나 지역에 대한 영토 확장을 또 하나의 러시아 제국의 꿈을 부활시키려는 푸틴 정부의 영토 확장의 합리화 시도와 유사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사건은 1968혁명 사건이다: 1960년대 미국과 베트남의 전쟁 때문에 미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반전 사상과 민권 운동의 흐름이 권위주의에 대한 도전 운동으로 발전하면서 유럽 전역을 넘어 심지어 동사이아의 중국과 일본에까지 번지면서 그야말로 전세계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양상이 흥미롭다.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는 가장 큰 교훈은 혁명 사건에 대한 해석 방식이 아닐까 싶다: 전쟁과 혁명은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나눠지기 때문에 오로지 승자의 기록만 남겨지는데, 당시의 전체적인 시대적 배경과 혁명 참여 주체들의 상호작용을 파악하게 되면, 혁명 사건에 대한 보다 입체적인 이해와 숨겨진 교훈을 찾아낼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혁명 사건들의 배경과 맥락을 서술하고 혁명의 결과와 의미가 가지는 영향을 조명하는 역사 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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