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 하버드대 마틴 푸크너의 인류 문화 오디세이
마틴 푸크너 지음, 허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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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화가 가지는 속성을 기반으로 인류의 역사 속에서 문화의 특징이 나타나는 구체적인 사건들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문화인류학적인 개론서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기원전 34천년 전에 구석기 동굴 유적부터 최근 코로나 시기에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BTS 그룹의 k-pop 현상까지, 하나의 문화가 탄생하고 전파되고 보존되고 파괴되고 재생되고 파생되는 일련의 반복되는 생애주기를 겪으면서 드러나는 문화의 속성을 다루고 있으며, 이를 위해 동서양의 대표적인 15개의 역사적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하버드대학 영문학과 비교문학 마틴 푸크너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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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7년 동안 한국은 이웃국가 중국과 기존의 역사 왜곡 작업 이외에도 문화적 충돌과 마찰을 겪고 있는 중이다: 논쟁의 주된 이유는 시대와 지역, 민족, 언어 상으로 구분되는 한()족과 조선(朝鮮)족과 한()족이 영유하던 생활 습관, 의복, 음식, 문서 기록까지 이른바 원조 논란에 있다. 논란이 커지는 것은 문헌 자료나 유물과 유적에 근거한 검증없이 문화의 독창성과 소유권을 주장하는 태도와 문화의 독점성 논리때문이다:

한마디로 어디까지가 독창성이 인정되는 원본이고, 어디서부터가 새롭게 인식되는 파생본인지에 관한 분류 기준이 있을까? 도대체 문화가 무엇이길래 자신의 문화를 상대방의 문화보다 우월하고 상대방의 문화가 저급하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문화가 가지는 근원적인 성질과 역사에서 드러나는 특징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문화 자체는 특정 시기에 특정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공유하던 습관과 제도, 사유 방식, 문자 체계 등을 포함하는 지식과 생활 양식이나 예술 활동 등을 포함하는 유물이나 유적을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탄생부터 소멸까지 분명한 생명 주기를 가진다는 것이다.


일단 탄생된 문화는 같은 종족의 다음 세대에게 계승되어 순수하게 보존/유지되기도 하고, 이웃 사회와의 교류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까지 전파되며 번성하거나 쇠퇴되기도 하며, 심지어 소멸되고 단절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의 소멸과 단절이 영원한 끝이 아니라, 불완전한 복원의 형태로 계승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국 문화의 역사는 단절과 복원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문화의 번성은 오히려 순수한 보존이 아니라 타문화의 수용과 재해석에서 비롯된 혁신과 개혁이 궁극적인 문화의 창조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저자의 배경이 영문학자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문헌 증거에 기초한 텍스트와 텍스트 내용이 가지는 의미를 근거로 문화의 독창성과 복제/차용, 재해석의 역사적 사례들을 열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르네상스 시대에 교회 신학자들이 성경 내용과 배치되는 고대 그리스 고전 작품들을 해석한 이유가 인문학적 개혁이 목적이 아니라 교회 신학과 충돌없이 교회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문헌적 증거를 찾아내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근대 서양에서 개인의 자연권을 주장하는 진보적인 계몽주의 사상이 아이러니하게도 노예 해방을 주장하는 동시에 노예제도 기반의 식민주의 정책의 기반이 되는 모순적인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었다는 것이다. 세이 쇼나곤의 저서 베겟머리 서책(마쿠라노소시)이 가지는 문학사적 가치가 10세기 일본 헤이안 시대 궁중의 삶을 당대 유행하던 중국 문학 풍이 아닌 일상적 수필 형태로 여성의 저자가 기록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런 접근 방식이 세부 사항들을 조명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을 전달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2차 사료를 다룬 참고 문헌들의 내용을 참조하는 한계 때문에 더러 생략되거나 편협된 시각을 보여주는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다

예를 들면, 아소카 대왕이 동배의 여동생을 제외한 99명의 모든 남자 이복 형제를 죽인 뒤에 왕위를 차지했던 사건 때문에 악인으로 평가받지만 왕위 계승을 위한 생존투쟁의 결과라는 역사적 맥락은 언급되지 않는다. 옌닌이 견당사로 파견된 이유가 9세기 중반 일본의 주류는 밀교 계통인 진언종으로 자신이 출가한 교종 천태종은 비주류 소수파의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사실과 저자가 언급하는 옌닌이 도움을 청한 신라인이 장보고였다는 사실은 기술되지 않는다. 한류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국가주도의 지원 정책때문이라는 주장을 인용하는 부분은 한류 분석에 관한 초기 외국의 왜곡된 분석 기사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으로 IMF이후 경제 불황으로 인해 붕괴된 연예산업 구조와 일본 문화 수입 개방 정책으로 인해 국제적 경쟁 환경으로 변해버린 연예 산업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연예 기획제작사의 수출 전략과 체계화 노력의 성공이라는 점은 언급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문화와 관련된 여러가지 현상과 다양한 모습에 대해서 살펴 보면서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안도감이다: k-pop으로 대변되는 한류 현상에 대해서 과도한 자신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시기어린 비방에 화내거나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화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우리 문화의 보존과 유지도 중요하지만, 미래 세대의 새로운 시각에 의한 새로운 해석과 사용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전반적으로 문화를 중심으로 문화의 역사를 통해 문화가 가지는 본질적인 요소와 특성들을 알려주는 문화인류학적인 입문서라는 생각이 든다.



***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26246)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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