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제 - 중국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요시카와 고지로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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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 한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황제 한 무제의 일생을 통해 이룬 업적과 남긴 유산과 영향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한무제의 인생을 크게 3개 부분(초기, 중기, 말기)으로 나누어, 각 시기 별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인 분야의 업적처럼 공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무자비한 정치 권력 다툼을 벌이거나 기이한 도교적 주술 신앙에 빠지는 개인적인 모습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일본의 중국학 학자 요시카와 고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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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생각하는 중국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에 한무제가 늘 상위권으로 꼽힌다: 한무제의 업적은 매우 다양하다

유학의 확립, 유교 문화의 정립, 영토 확장, 역법의 제정, 문헌 용례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한무제는 중국인의 입장에서 주변 민족들의 영토를 정복하여 영토를 확장시킨 위대한 황제이지만, 침략당한 주변 국가 입장에서는 야심적인 침략자로 인식된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는 얄미우면서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모순적인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위만 조선을 멸망시키고 한4군을 설치한 것은 치욕을 주었지만, 성리학의 나라 조선 왕조에서 국가 정치 이념과 사회 체제의 근간이 되는 유교와 사대부 신분 사회제도의 골격을 처음 만들어 정신 문화로써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한무제 개인으로서의 한무제와 창립된 지 채 60년이 안된 신생 국가 한나라를 집권하게 된 16세 청년 한무제의 활약을 모두 이야기한다:


저자의 분석대로, 어찌 보면 한무제가 이룩한 업적들은 2가지 요소 때문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행운에 가까운 환경 여건 덕분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예를 들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몇 년 안 되는 섭정 기간을 끝내고 20대 초반부터 친정을 시작하게 된다든지, 친정을 시작할 때쯤 마침 능력 있는 문신과 무신들을 만나 그들의 활약으로 덕을 봤다 라든지,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당하지 않았다는 점은 확실히 정권에게 도움이 될만한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무제의 탁월한 업적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가 많다고 한들, 기존의 기득권 세력의 견제를 막아내며 실제로 신진 정부 관리에 임명하여 개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교훈이다

문관이나 무관이나 능력을 가진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정치 참여시키고 보호하는 것 자체가 기존의 방식이나 관행을 극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무제 개인이 가진 성격이 시대적 요구 조건에 일치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예리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한무제라는 인간 자체가 가진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성격. 한마디로 모순적이지만 사랑스러운 매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성적이면서도 폭력적이고, 치밀하면서도 불확실성을 의식하고, 원만하지만 냉정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불과 60년 전까지만 해도, 허구적인 학문으로 비실용적인 학문이자 사상으로 탄압받던 유학을 가지고 경전을 중심으로 하나의 학문 체계를 만들고 사회 제도 및 이념적인 문화로 형식화시킨 것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현실적 정치 문제 해결을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한무제 개인이 가진 합리성과 진취성을 드러낸다.


근린원공 정책의 외교전략을 구사하거나 타민족 정벌이나 영토 확장은 한무제의 야심이나 폭력성을 말해주지만, 무자비한 권력 숙청이나 허례적인 주술 신앙 활동을 위한 과다 재정 지출에도 대규모 반란 없이 국민의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개인이 가진 압도적인 카리스마도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말년에 보이는 비극적인 한무제의 가족사를 보면, 무자비한 권력의 속성 앞에서는 그 어떤 현명함이나 용맹함도 통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전반적으로 중국 역사에서 한나라의 전성기 시기 전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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