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율, 강의와 강연 하이데거 전집 10
마르틴 하이데거 지음, 김재철 옮김 / 파라아카데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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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이데거의 인식론 철학인 근거율에 관한 이론을 설명하는 강의와 강연 내용을 묶어서 해설한 것으로 하이데거 전집 10권의 독일어 판본을 완역한 책이다.


번역자는 하이데거 철학 전문가인 김재철 교수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하이데거가 주장하는 인식론 관련 형이상학적 철학인 근거율에 대해 해설하고 기존의 근거율관련 인식론자들의 철학과 비교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13번에 걸쳐 강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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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학창시절에 배웠던 하이데거는 20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실존주의 철학자이며, ‘존재와 시간이라는 대표작이 유명하다는 사실이 전부였다

그 후에 힘겹게 읽었던 존재와 시간의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하이데거가 생각하는 존재의 인식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전부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근거율은 인간이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존재의 의미와 이유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이데거는 근거율근거 없이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명제로 정의 내리고 있는데, 한마디로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자신의 인식론적 주장을 라이프니츠와 데카르트, 칸트의 철학과 비교하고 차이점을 설명한다.  

하이데거는 서양 철학의 전통인 이성의 역할과 기능을 신과 무관하게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칸트처럼 인간의 이성이 인식할 수 있는 경험의 범위 밖에 있는 존재를 초월론적으로 인식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하이데거는 존재 대상의 존재 이유가 실제 이성의 인식 성공 유무와 상관없이 이성이 인식할 수 있는 경험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이다. , 존재의 의미가 신이 인간에게 부여했다고 알려진 인간 이성의 작용의 성공적 작동 유무와 상관없이 그 나름의 세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하이데거가 생각하는 신이 개입하지 않는 실존적 존재의 세계관은 동양의 노장 사상에서 말하는 인간과 무관하게 흘러가는 자연적(스스로 그러하게 존재하는)’ 세계관과 맞닿는 대목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왜 동양에서는 이미 2500년 전에 깨달았던 것을 서양에서는 이토록 늦게 깨달았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도 이성의 작용으로 사물을 인식한다는 2원론적인 서양의 사유 전통에서 탈피하는 것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보게 된다.


한편으로 이 책에서 칸트 철학의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있어서 많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하이데거의 실존주의 철학 사상의 기반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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