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와 채제공, 그리고 정약용 - 조선의 혁신가들 박영규의 새로 쓰는 삼각인물전 1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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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 후기 부흥기를 이끌었던 영조와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3(정조, 채제공,정약용)의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개혁 정치의 전개 양상을 당시의 정치 상황 속에서 조명하고 있다.

책의 저자는 이른바 한 권으로 읽는 왕조 실록시리즈로 유명한 박영규 작가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정조 임금을 중심으로 정조가 계획한 정치 혁신 3단계를 완성하기 위해 활약했던 선대를 이은 충신인 채제공과 신진 관료 정약용에 관한 이야기들을, 11개의 단원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3명의 운명적 만남; 이산; 채제공; 홍국영; 채제공과 남인의 정치 투쟁; 천주교; 정조의 혁신 기구와 정치; 신도시 화성; 채제공의 말년과 정약용; 정조의 밀찰 정치; 다산의 말년.

-       우선, 정조, 채제공, 정약용 3명의 기묘한 인연을 소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정조와 채제공은 스승과 제자 사이로, 채제공과 정약용은 사숙이자 친인척 관계로, 정조와 정약용은 직접 발굴한 신진 군신 관계로, 선대 아버지 세대에 있었던 작은 인연들도 자식들에게도 이어지게 된다.

-       정조의 정치적 입장이나 가치관이 형성되기까지 삶의 배경이 되는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와 할아버지 영조, 그리고 당시의 조선 조정의 정치적 상황이 묘사된다: 출생 콤플렉스를 가진 아버지 영조가 섬세하지만 민첩하지 못하고 심약한 아들 사도세자에게 발휘되는 엄격한 훈육 방식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병증으로 발전하게 되고 조정 노론 세력의 정치적 계획에 의해, 결국, 가족뿐만 아니라 조선의 조정에도 비극을 가져오게 된다.

-       영조의 정치적 상황도 그려진다: 서인의 노론 세력의 지지를 받아 왕위에 오른 영조는 노론의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해 탕평책의 일환으로 소외된 남인 계열의 채제공을 중용하고, 채제공은 영조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되어 정조의 스승으로 활동하게 되고, 정조에게도 중신으로 인정받게 된다.

-       영조의 말년 시기, 즉 영조가 사망하고 다음 왕으로 정조가 즉위하기까지의 시기는 정조의 권력 쟁탈과 복수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영조가 사망할 무렵, 당시 조선의 조정은 왕실의 외척 세력과 왕족들, 특히 정조의 손위 옹주 모자에 의해서 좌우되고 있었다. 정조의 최측근 세력인 동덕회 4인방의 활약으로, 영조로부터 세손 이산의 대리청정 허락을 받아내게 되고, 그로부터 1년 후, 결국 미약한 왕권이지만 명분 상의 임금의 자리에 정조가 즉위하게 된다. 정조는 즉위 후 세손의 왕위 계승에 도전했던 왕족과 노론의 핵심 세력들을 우선 제거한다.

-       정조는 자신이 펼칠 정치를 3당 체제의 탕평책으로 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3단계 계획을 수립한다: 노론과 외척 세력의 약화; 소론 중심으로 하는 남인의 보호와 육성; 3당 탕평책 기반 위에서 작동하는 절대왕권의 구축.

-       첫째 단계를 실현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측근 세력 동덕회의 한 명인 홍국영을 기용한다. 역대 최고의 권력을 한꺼번에 홍국영에게 제수하여 무소불위의 소위 세도정치를 행사하여 노론 기득권 세력을 대거 약화시키게 된다.

-       1단계를 어느 정도 완성하게 되자, 다음 단계인 남인 세력의 보호와 육성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때 남인의 대표격인 중신 채제공을 집중 등용하고 조정 기득권 세력인 노론과 소론의 온갖 공격으로부터 채제공을 보호하고 지켜내는 정조와 채제공의 고생과 노력이 시작된다. 즉위한지 10여년만에 노론, 소론, 남인의 3당 붕당의 탕평 조정을 구성하는데 성공하게 되지만, 얼마 못 가 천주교 사건을 만나 탕평정부는 와해된다.

-       진산사건과 신해박해는 정조와 남인 세력에게 정치적으로 매우 큰 부담과 타격을 주며 약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       정조가 시행한 새로운 정치는 정치 구조의 개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게 된다: ‘규장각기구를 통한 정치, 학문, 문화의 혁신; 금난전권과 서얼제도 철폐 같은 사회경제적 제도의 개혁; 국왕 호위 부대의 개편을 통한 왕권 강화; 반면에 문학의 탄압 정책인 문체반정정책의 시행.

-       수원 화성을 건설하기 위해 정조가 치밀하게 준비한 사전 계획과 도시 건설 계획도 드러난다: 채제공의 지휘 감독 아래, 정약용이 화성의 설계와 축성을 하게 된다. 이때 정조가 바라는 수원 화성의 건축에 동의한 조선의 조정은 노론 세력이었으며, 이를 위해 정조가 이른바 영조의 금등지사를 이용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       정조가 평소에 사용한 비밀 서신인 밀찰에 관한 이야기도 밝혀진다: 정조의 정치 역학은 소수지만 합리적이고 타협이 가능한 노론 벽파와 밀찰을 통한 정치로써 정국을 자신이 주도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       미완성된 세력인 남인의 구심점인 채제공의 죽음 이후 새로운 대체자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맞이한 정조의 죽음은 남인 세력의 몰락을 가져오게 된다: 정조의 정치 개혁은 미완성으로 끝나버리고, 결국 조선의 몰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편, 정약용은 남은 여생을 유배지를 떠돌며 정치를 완전히 떠나 학문에서 수많은 저작을 남기게 된다.

 

 

 

전반적으로, 조선 후기 조선 문화와 정치/경제 면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기에 궁궐에서 벌어졌던 정치 권력 투쟁의 살벌한 모습들이 입체적으로 생생하게 묘사된다.

무엇보다, 가장 똑똑한 조선의 임금 중에 한 명인 정조가 벌인 정치 행태(치밀한 계획과 은밀한 서신 교환)은 매우 놀랍고 충격적이다: 특히, 26살 때 그 모든 계획을 세웠다는 게 그 정도까지일 줄은 상상을 초월한다. 반면에 문체반정같은 정책을 보면, 비정상적인 개인사 탓이겠지만, 인간으로서 오로지 권력밖에 모르는 정조라는 사람이 불쌍하게 느껴지게 된다.

결국 3당 탕평정치 체제를 완성해내지 못하고 실패로 끝난 정조의 정치 개혁이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만약 성공했다 하더라도, 정조보다 못한 수준의 후대 왕들이 과연 이 복잡 미묘하고 섬세한 3당 탕평정치 체제를 잘 운영해나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이 책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 참고문헌 목록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에서 참고문헌의 부재는 객관성을 얻기 힘든 요소이라는 점에서 개선되어야 하는 사항으로 아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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