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림자
로버트 D. 카플란 지음, 신윤진 옮김 / 글누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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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경험했던 루마니아와 주변 국가에 대한 여행을 바탕으로 루마니아의 역사와 문화를 서술한 책이다

책의 구성은 8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내용은 크게 2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루마니아의 근현대 정치사와 문화적 특징; 루마니아 지방의 역사와 문화.


[루마니아의 근현대 정치사]부분은 ‘1981년의 부쿠레슈티‘2013년의 부큐레슈티에서 느꼈던 루마니아의 정치상황과 생활 현실을 대비하여 그리고 있다. 1930년대 이후 2010년 중반 대까지 격변했던 역사적 사건들과 달라진 루마니아 인들의 생활 모습을 기술하고 있다.


라틴 비잔티움이란 단어는 고대 로마제국의 라틴문화와 비잔티움 제국의 그리스 정교 문화가 결합된 [루마니아의 문화]의 독특한 성격을 나타낸다는 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주장을 작가도 동의하여 사용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저자는 루마니아의 정서와 역사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루마니아 출신의 종교학자인 미르치아 엘리아데나 블라디미르 티스마네아누, 역사학자 티모시 스나이더의 작품을 사용하여 기술하고 있다.


나머지 부분은 [루마니아 지방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5개 지역에 걸쳐 다루고 있다: 바라간 스텝; 거대한 유대인 공동 묘지; 흑해의 틈;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어서; 어부의 요새.


바라간 스텝은 왈라키아 산맥과 문테니아 산맥의 중간 지대를 말하며, 루마니아 동부 지역의 도시 포크샤니, 브를라드, 콘스탄차 지역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거대한 유대인 공동 묘지는 루마니아 북쪽 몰다비아 고원 지대인 우크라이나와 국경 지역인 부코비나 지방을 다루고 있다: 푸트나, 이아시.


흑해의 틈에서는 루마니아의 동쪽 국경을 맞대는 몰도바를 언급하고 있다: 프루트강, 베사라비아, 키시나우, 드니에스테르강 등.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어서부분은 부쿠레슈티에서 북서쪽으로 카르파티아 산맥 너머에 있는 지역을 소개하고 있다: 브라쇼브, 시비우, 타르구 무레슈, 클루즈-나포카.


어부의 요새는 루마니아 북서쪽의 헝가리와의 국경 지대 일대와 헝가리를 다루고 있다: 마라 무레슈, 오라데아,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 책은 특징적인 서술이 몇 가지 있다:


-      여행 문인지 역사서인지 문화서인지 지나온 과거 인생에 대한 회고의 감상인지 모를 정도로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      다수의 문학 작품과 작가들, 서양 철학 사상가들을 언급함으로써 작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대한 표현을 그려내고 있다.


-      루마니아를 비롯한 과거 공산권 동유럽 국가에 대해 유태인계 미국인인 작가가 느끼고 있는 2중적인 신분 자아의 모순에서 오는 약자에 대한 공감과 강자로서 지켜져야 하는 정의로움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      각 단락마다 시간의 흐름 순서나, 연관성이나 개연성 등이 전혀 없어서,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      저자가 보여주는 결과론적 역사 기술 방식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1980년대 서방 정치가들은 소련 공산국 내부에서 갈등과 분열이 시작되어 스스로 붕괴되기를 바랐다거나, 미국 레이건 정부가 소련 공산 독재 국가에서 국민 스스로가 혁명에 가까운 정부 전복 운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든가 하는 것은 치밀한 분석에 의한 예견한 결과가 아니라 막연한 희망사항에 가까운 언급이었기 때문이다.


-       역사학 박사 학위라는 문구를 자주 등장하는데, 저자가 일종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듯처럼 보일 정도로 불편한 느낌을 독자에게 준다

    만약 그런 차원에서라면, 수많은 작가와 작품들을 인용하는 것이 저자가 선택한 일종의 보상 심리의 장치 역할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이 책 앞머리에 루마니아 지방 관련 지도가 실려있고, 역자의 친절하고 일관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각주가 있어서 다행이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어나가기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역자가 상당히 매끄러운 번역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히려 웬만한 관련 학과 교수의 번역서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역자도 밝혔듯이 국내에 루마니아관련 도서가 드물다는 이유에서 희소성이 높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쉽게 읽을 수 없는 부류의 책이라는 생각이다.


또 한가지, 역자가 보기에 루마니아의 근현대 정치사가 남한과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는 해석은 개인적으로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느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재미가 없다.


아마도 여행에서 느낀 점을 서사나 에피소드 위주의 객관적이고 직접적인 기술이 아닌 정치적 사건에 대한 기억과 인상을 주관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으로 묘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작가의 서술 방식대로 기술한다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흡사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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