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행복한 경제 ㅣ 더불어 시리즈 2
배성호 지음, 김보미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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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중에서 얻게 되는 기쁨들 중 가장 큰 것은 큰 기대가 없었던 책에서 뭔가 보물을 발견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이 책..<더불어 사는 행복한 경제>도 나에게 그런 기쁨을 선사했다고나 할까. 오랜만에 어린이를 위한 경제책을 정독했으니 말이다.
제목에서 가장 눈에 먼저 띄는 것은 <경제>였다. 음..경제책이군...하지만 그 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더불어 사는>과 <행복한>이었다. 다 읽고 보니,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더불어 사는>과 <행복한>인가 싶다. 


5학년 큰 아이의 사회 과목 중 많은 부분이 이 <경제>에 할애가 되어 있었고, 지난 중간고사때도 시험 범위에 들어가 있었는데 교과서에서 다루는 <경제>는 경제 전반에 관한 개념적 정의와 산업, 무역, 경제 발전 등에 촛점이 맞추어진 이른바, 단순한 지식 전달 위주의 목적을 가진 듯 보인다.
아이의 시험 공부는 주로 여러가지 용어들을 중심으로 보통 정의와 목록들을 암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아무리 개념 위주로 설명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학교 시험에 나오는 문제들은, 나조차 외우지 못하는 어려운 용어에 대한 단답형 문제들이 대부분이니, 결국 시험 공부란, 전체적인 숲을 보기보다는, 나무 하나 하나를 더듬더듬 만지고 있는 격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그 어려운 용어들, 실감나지 않는 개념들 때문에 사회 과목을 제일 싫어한다.
 


이 책이 내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경제의 의미와 우리 생활에서 가지는 개념적인 관계들을 설명하면서 더 나아가 <더불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경제활동에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개념에서 출발하여, 바르게 살고, 나누고자 하는 가치가 들어가 있어서 솔직히 읽으면서 약간 감동적인 부분들도 발견하게 된다.




<경제란 무엇일까?> 하는 개념 정의를 설명함에도 스쿠르지 영감의 이야기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 하면 대개 스크루지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무조건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최고인 ’돈벌이’ 경제를 생각했어, 하지만, 그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웃들과 더불어 잘 사는 ’살림살이’ 경제가 필요하거든, 스크루지 할아버지는 성탄절 밤 시간 여행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닫게 된 거야. 자, 그럼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생각해 볼까?  
   

이렇게 함께 생각해 보자~하며 화두를 던져 놓고 책은 전반적으로 계속 우리가 더불어 함께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 챕터별로 다양한 관점과 실례를 들어가며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 권리’라든지, ’정당한 교육을 받을 권리’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복지’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내는 세금’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해 지는 공정무역’ 등등...



또한, 한 주제의 이야기가 끝나는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는 <생각이 깊어지는 자리>라고 하여 여러가지 토론할 거리들,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놓고 있다. 이 부분은 여러 다양한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아이들과 독후 활동 하기에 아주 딱 안성맞춤이다. 혹은 초등 고학년이라면, 사회적인 이슈들이 많기 때문에 토론 수업에도 적당할 듯 하다. 



   
  축구 선수들이 시합 전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오는 것은 축구 경기를 보는 사람들에게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야...  
   
 


   
  코트디부아르에서 로랑 그라그보와 가족들이 농사지은 카카오 열매는 여러 과정을 거쳐 맛있는 초콜릿이 돼....우리가 사먹는 초콜릿 가격이 1,000원이라고 한다면, 이 가족이 받는 돈은 고작 20원밖에 되지 않거든...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 농사를 짓는 데도 불구하고 초콜릿이 어떤 맛인지 모르는 거야. 정말 슬픈 일이지?  
   


<모두를 위한 경제>는 나만 잘 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동력과 눈물이 들어있나까지 살펴보는 데서 출발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도, 어른들이 좋아하는 커피도, 지구 어느 편에서 우리의 아이들과 같은 아이들이 학교도 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일해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면, 그리고 터무니없는 보수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 여러가지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생길 것이고, 그것은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경제의 출발점이 되겠지.
  


이 책이 여러모로 읽기 쉬운 이유는 현지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것들을 아이들도, 어른도 이해하기 쉽게 딱 적합한 예로 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까. 몇 달 전 문제가 되었던 동방신기의 부당한 계약에 대한 공론화와 얼마전에 이슈가 되었던 환경미화원 아주머니들의 아주 열악한 근무 환경을 예로 들어 이 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 여기엔 직장인, 연예인, 공무원, 교사, 환경 미화원 등 모두가 해당된다 -의 적합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 - 정당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70년대 노동자의 대표를 자처하며 노동자 근로 환경을 위해 투쟁했던 전태일의 이야기나 현재도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에 관한 논의들. 우리 아이들의 교과서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는 논제들을 중심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이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들의 문제의식과 사회 의식을 깨우고 있다.
 

아이 책이라고 쉽게 읽을 생각을 해서는 안되는 책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여러가지를 이야기 하느라 아무래도 지식적인 깊이는 없을지 몰라도, 중요한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간과하지 않고 꼭꼭 집어주고 있는 면이 참으로 도움이 된다. 아주 마음에 든다. 




<시장에서 배우는 경제> 편에서는 나눔을 통해 서로 이익을 보는 <벼룩 시장>에서 시작하여 대형마트로 인해 문을 닫는 동네 구멍가게들의 문제, 과대 광고나 소비적인 광고로 인해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문제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나 부자들이 사회를 위하여 기여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벼룩시장에서는 어떤 물건을 얼마에 사고팔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공부도 할 수 있어. 가격을 결정하는 선택은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지. 게다가 벼룩시장에서 사고파는 물건들은 이미 사용한 물건들을 재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을 보호하며 지구를 살리는 경제도 몸소 배울 수 있어  
   
 

   
  ...이제 더 이상은 어린이가 자주 먹는 과자나 패스트푸드 등을 광고할 때 끼워주는 장난감 등을 알릴 수 없게 되었어. 이를 금지하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안’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돼었거든....  
   
 

 
위인전에서 자주 보았던 제주의 거상 <김만덕>이나 방글라데시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은행인 그라민 은행을 설립한 유누스의 이야기, 세계적인 부자인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의 재산 기부 등을 다루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이득을 벌어들인 기업들이나 개인이 어떻게 그것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 정성껏 좋은 제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 봉사하고, 정직 성실하고 양심적인 인재를 배출하며, 기업 이익은 계속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고 정직하게 납세하며, 그리고 남은 것은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다시 낸다.  
   


세금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다시 우리에게 환원되어 지는지, 사회에 어떤 혜택을 주는지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세금을 많이 내어 세계적인 복지국가들이 된 나라들을 통해
우리 자신의 이익 이전에, 공동체인 사회를 먼저 생각했을 때, 다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된다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해 준다.

   
  개개인이 각자의 능력대로 복지를 누리게 할 것인지, 아니면 비록 세금은 많이 내더라도 모두가 함께 안정된 삶을 살아가게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아. 그래서 나라마다 복지 정책을 세우는 것에 대해 결정하는 바가 다른 것이지  
   


또한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인 시민단체 모임도 소개하고 있다.<녹색연합>,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그린피스>, <참여연대> 등등...각 단체들이 각자의 목적에 맞게 활동하고 있는 내용들을 소개하며, 결국 그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다 함께 행복해 지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정말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다 배우지 못하는 것들이고,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들이다.
 




 <지구촌 시대의 세계 경제>에서는 광우병 파동이나 멜라민 과자 같은, 전세계 무역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들의 안좋은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세계화가 꼭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님을...발전 지상주의, 경제 지상주의의 논의를 뒤로 하고, 어떤 것이 더 행복한 결과를 주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과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려면 지구가 7개 정도 필요하다고 했어. 하지만 7개의 지구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그래서 나온 결론이 지속 가능한 발전이지. 지구에서 생명이 계속 살아갈 수 있고, 또한 그것을 위한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야.  
   
 



마지막 챕터인 <희망을 나누는 경제>는, 결론적으로, 경제가 희망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친환경 급식으로 우리 농민들을 이롭게 하고, 희망을 나누는 바자회를 열어 여러 좋은 일들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 작은 실천, 착한 소비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면, 깨어 있어 바른 생각을 하는 시민들이 늘어나 결국 사회적으로 <더불어 행복한 경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희망적인 메세지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표지 뒷면에는, 여러 교사들의 추천사들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을 옮겨 본다. 우리 세대보다 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바른 시민으로 바른 경제를 이끌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 

 

여러가지 부족한 부분들 - 수박 겉핡기 식이 아닐까 하는-에도 불구하고, 간만에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만난 것 같다.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사회와 경제를 이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하니..괜찮다.

   
  고등학교 경제과목 수업에 등장하는 ’구성의 오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부분에게 옳은 것이 전체에게도 옳은 것은 아니며, 각 개인에게 옳은 것이 사회 전체에게도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얘기입니다. 이 책은 개인의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이 사회 전체에게도 합리적이고 올바른 것이 되게 하는, 즉 ’구성의 오류’를 줄여주는 훌륭하고 늠름한 시민을 키워내는 데 꼭 필요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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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1-09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현맘님의 리뷰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코알라에게도 사주고, 같이 읽어야할거 같아요.
아직은 조금 어려울까요? 좋은 책 같습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1-09 21:28   좋아요 0 | URL
코알라는 몇 학년이죠?
사실 저희 아이에게도 읽으라고 하면 부담 줄 것 같아 읽으란 소리는 안했어요.
이런 지식 책을 좋아라~하는 어린이들이 과연 있을까 싶거든요.
근데 이 책은 엄마가 읽고 활용하기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저도 평소때 경제에 관해서 두리뭉실하게 알고 있던 걸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새롭게 정리하게 되니까
아이한테 이야기 해주기가 너무 좋더라구요.
이 책 딱 읽고 났는데 둘째 녀석이 (2학년이예요) 물어보는거예요.
엄마~왜 축구 선수들은 입장할 때 아이들이랑 같이 들어가??
바로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라 나름 뿌듯했어요..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11-10 09:44   좋아요 0 | URL
11살이랍니다.
아.. 엄마가 활용하기 좋은 책이란 말이죠?
욕심은 많고, 행동은 게으른 제가.. 활용할지 모르겠지만,,
감사드려여~
 
잘한다 오광명 ㅣ 초승달문고 17
송언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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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별나고 말썽꾸러기인 오광명과 사랑 많은 멋진 선생님의 씩씩한 학교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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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 그림에서 우리문화찾기 ㅣ 10살부터 읽는 어린이 교양 역사
배유안 지음, 엘리자베스 키스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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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아이들 옆에 끼어 앉아 단숨에 읽었다. 마음에 뭔가 아련하고 벅찬 무엇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감동이 있다. 가장 암울하고 힘들었던 시기의 우리나라 사람들을 거의 7~80년이 지나 살고 있는 내가 바로 앞에서 얼굴 맞대고 있는 느낌이었다.

외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을 통해 접하는 그들은, 마치 내가 외국 사람이 되어 그들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리만큼, 객관적이면서도 사실적이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이 간다. 파란 눈의 외국인 앞에 서서 긴장하고 있는 순박한 그들의 모습, 그 시절 풍경들이 그림 이전에 더 많은 것들을 말하고 있달까.

그림에 간간이 달려있는 그녀의 오래된 설명을 읽으며, 왠지모를 기쁨과 반가움이 가득하다.

<아기업은 여인 1934, 채색목판화>
결핵퇴치 모금 운동의 일환으로 1934년 크리스마스 실에 사용된 그림이다. 한국 이름인 기덕(기적을 불러 오는 덕)을 사용하며 그 시절 사람들을 지금 우리 앞에 데려다 준 엘리자베스 키스.

"이 청년은 원산에서 만난 농부다. 내가 그림을 그리자고 했더니 그 날은 말쑥하게 차려입고 왔다. 평상시 농부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는데 참으로 유감이었다."

"함흥 여자들은 서울 여자보다 키도 크고 자세도 꼿꼿하다. 젖은 빨래를 이고 있었는데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이 동네에서 어느 한 연인이 살아있는 새끼 돼지를 머리에 이고 가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젖은 빨래를 한아름 이고 있는 이 함흥 여인의 그림에 붙어있는 엘리자베스 키스의 사족이다. 지금은 가볼 수 없는 곳. 우리 아이들에게 분단이 되기 전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니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념과 정치적 입장을 떠나, 그곳도 우리와 같은 피를 가진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 살고 있다는 것. 시대와 시간을 초월하여 이어지는 어떤 느낌들이 있다.

"지게는 거의 단점이 없는 기구다. 지게는 일단 등에 지면 짐의 무게가 등 전체에 골고루 나눠지기 때문에 지게꾼이 두 발로 일어설 수만 있다면 어떤 짐도 나를 수 있다. 한국에는 지게가 없는 곳이 없으며, 지게로 나르지 못하는게 거의 없다. 살아있는 돼지도 지고 갈 수 있고, 집채만 한 농짝도 실어 나를 수 있으며 부서지기 쉬운 옹기들도 얹어서 옮길 수 있다." <필동이,수채화>

가난한 촌부, 그의 얼굴에서 고단하고 피곤한 삶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모델이 되어 주느라 낯선 이 앞에서 긴장한 모습까지도..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그녀의 그림을 따라 가다보면, 이 그림을 설명한 책의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 저 언덕배기로 함께 가 있는 듯하다.

"서울은 연날리기에 최고로 좋은 도시다. 서울의 언덕은 경사가 완만하여 아이들이 쉽게 올라가서 연을 날릴 수 있다. 연 날리는 철이 돌아오면 하늘이 온통 형형색색의 연으로 뒤덮인다. 조선 어린이들의 연 날리는 기술은 대단하다. 미국에서 온 남자 선교사는 조선의 연날리기 시합은 미국의 야구 시합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고 했다."

살아있는 역사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암울했던 시절이지만 연을 날리며 해맑게 즐거워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래도 희망을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연을 따라 하늘에 매달려 있는 것 같다.

"요즘 조선 상점들은 별 재미가 없다. 거의 모든 상점들을 일본 사람들이 차지하고 대부분 도시 중심가에 현대식으로 꾸며 놓았기 때문이다. 다만 세 가지 상점은 한국식 그대로 남아 있는데, 모자 가게와 돗자리 가게, 놋그릇 가게다."

과도기 시절 그때의 거리 풍경도 만날 수 있다. 한국적 풍경과 모습들을 어떻게든 없애버리려고 했던 일본의 만행이 원망스럽고 슬프다. 정감있고 아름다왔던 조선의 거리들이 부자연스럽게 철거되고 변질되어가는 모습이 그려져 마음 한켠이 묵직하다.

"스케치를 시작하니 두 노인 학자들은 곧 얘기를 나누면서 내가 있다는 걸 금세 잊어버렸다. 훗날 한국을 다시 찾아왔을 때, 그때도 이런 멋진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은 연주도 잘하지만 행동도 점잖아서 좋은 가정에서 자란 것 같았다. 한국 사람들은 손이 잘생겼으며 대금을 부는 사람의 섬세한 손놀림이 정말 보기 좋았다."

그 시절 대금의 명인인 김계선(1891~1944)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 속 사람의 숭고한 모습이 내 귓가에 대금소리를 선사하는 것 같다.

"일본 여자들은 두 다리를 붙이고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 한국 여자들은 가부좌로 앉았다가 피로하면 서슴지 않고 다리를 자주 고쳐 앉는다. 다리를 고쳐 앉을 때마다 치마가 불쑥 들렸다가 내려가는 게 재미있다."

여성을 남성보다 못하게 여기는 남존여비 사상은 임진왜란 뒤에 생겼다는 말을 들으며, 원래 우리나라 여성들은 훨씬 더 당차고 재주많지 않았을까 싶다. 눈매며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 시대를 살아갔을까 궁금해진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달빛아래 흥인지문' 작품이다. 목판화로는 표현하기 힘든 돌담 결을 세세하게 표현한 아주 아름다운 작품이다. 캄캄한 밤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동대문. 여전히 서울에 서 있는 그 동대문은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곁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어떤 감상을 품고 있을까...

"원산 어느 언덕에 올라서서, 멀리 초가집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노라면 완전한 평화와 행복을 느낀다."

한 외국인 화가가 이름도 없던 조선의 땅 어느 마을에서 완전한 평화와 행복을 느낀다고 기록해 놓은 그 정서가 2010년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도 전달이 되는 듯하다. 외적으론 가장 힘겨운 시간을 걷고 있던 조선의 땅이지만, 정감있는 자연과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조선의 사람들과 함께 낯선 이방인에게 완전한 평화를 선사하고 있는 그 넉넉함.

이 책이 주는 감동은 이방인의 눈으로 그려진 우리 땅, 우리네 사람들이지만 그런 정감과 넉넉함을 그대로 전달하는 진솔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느낌 그대로를 우리 아이들도 받을 수 있을까. 오래전 연을 날리며 그 시대를 살았던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은 또 어떤 감동을 받게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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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10-2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멋지긴 한데 약간은 서구적인 느낌이 있군요.
역시 다르긴 해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0-27 12:41   좋아요 0 | URL
그렇죠? 특히 마지막 두 그림은 더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 당시 서양의 미술 사조를 많이 따랐을테고,
이 사람은 당시 일본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하니,
일본풍도 약간 섞인 느낌이예요..

꿈꾸는섬 2010-10-30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런 책 소개 너무 좋아요.^^ 흥미롭네요. 이방인이 그려낸 우리나라 전통의 모습,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0-30 09:07   좋아요 0 | URL
이 책 사려고 했었는데 도서관에서 먼저 보게 되었어요.
전 개인적으로 참 좋았어요.^^

아이리시스 2010-10-3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것도 안 읽고 그림만 보다가 분명 한국적인데 한국이 아닌데, 라고 생각한 게
정말 그런거였군요. 사진 좋고 재밌었어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0-30 12:31   좋아요 0 | URL
맞아요..한국적인데 시선은 영국적인 것..^^
카메라도 미국 제품이면 미국풍으로 찍히고, 일본 제품이면 일본풍으로 찍히는게 있음 좋겠네요..그림처럼!
 
나쁜 어린이표 - 웅진 푸른교실 1, 100쇄 기념 양장본 ㅣ 웅진 푸른교실 1
황선미 글, 권사우 그림 / 웅진주니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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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많이 읽히는 책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은 딸이 30분 동안이나 책 속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주더니 결국 ’엄마도 한번 읽어봐~’한다. 더 많은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나. 아이는 ’재미있다’는 말로 책을 추천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나의 마음엔 주인공 아이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과 어쩜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보통의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풍경 - 말썽을 피운 아이들에겐 경고 스티커를,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숙제를 잘 해오거나 심부름을 잘 한 아이에겐 칭찬 스티커를 주는 풍경- 속에 숨은 지나치기 쉽지만 각각의 아이들에겐 중요한 에피소드들을 너무나 재미있게 풀어냈다. 주인공 건우는 ’나쁜 어린이 표’를 자꾸 받는 장난 꾸러기 친구다. (사실 ’나쁜 어린이’라는 말은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아이들의 의도치 않은 장난에 ’나쁜 어린이’라는 딱지를 붙여 버리는 어른들의 성급한 판단을 빗댄 것일까.)

 

사실 건우가 ’표’를 받는 이유는 꼭 나쁜 일을 해서는 아니다. 먼저 장난 친 친구의 장난을 맞받아치다가 딱 선생님께 그 순간을 걸려서, 좀 더 오버하는 여자친구의 눈물 때문에, 의도치 않은 행동의 결과 때문에..그런데 선생님은 늘 가차없이 건우에게 ’나쁜 어린이 표’를 한개씩 두개씩 주고 건우는 의도치 않은 자신의 행동에 자꾸만 표가 늘어나는 것이 못내 서운하고 섭섭하다. 그러면서 선생님에 대한 미움의 마음에서 시작된 ’나쁜 선생님 표’ 리스트. 선생님이 하는 말과 행동의 불일치나 선생님의 실수 등을 적어 나가며 자신에게 ’나쁜 어린이 표’를 부여하는 선생님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나쁜 선생님 표’를 만듦으로 조금씩 표출하게 되고 결국은 선생님께 그것을 들키고 만다.

 

그걸 본 선생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내내 건우의 입장과 마음에서 책을 읽던 나는 그 순간 만큼은 선생님의 마음이 되어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이 짠하게 아프기도 했다.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통제하고 교실의 질서나 규칙을 세운다는 명목하에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가지고 만들어 가는 ’삶의 이야기’나 ’마음의 동기’에 대해서 얼마나 무시했는지. 쉽게 결과로 아이들을 판단해 버리는 성급함이 아이를 얼마나 죽이는 일인지. 판단하고 정죄하는 어른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일이 그것을 그대로 보고 배우는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건우의 ’나쁜 선생님 표’를 본 선생님의 마음은 어쩌면 나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늘 지적하고 가르치려 하고 규칙을 세우거나 교육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의 말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들..

 

우리 딸은 이 책을 ’재미있다’고 표현해 버렸지만 내 마음은 정말 여러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단순한 행동의 결과만을 보고 판단하고 ’나쁘다 좋다’ 또는 ’못됬다 착하다’로 단정짓는 것이얼마나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다치게 하는 것인지...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리스트를 본 선생님의 반응이다. 건우를 혼내는 대신 그 리스트를 달라고 하여 자신의 수첩에 고이 끼워두는 모습. 쉽게 아이들을 판단하고 혼내는 순간마다 꺼내 보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려는 작은 의지의 표현이리라..나 역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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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10-30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그러게요. 나쁜어린이표 읽으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했던 걸 반성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참 좋은 작품이에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0-30 09: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지요..^^

신지 2010-11-03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누구든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을 텐데요..리뷰 읽다가.. 어쩐지 시큰했네요 ㅠ 밤이라서 그런가..

그래도 "건우를 혼내는 대신 그 리스트를 달라고 하여 자신의 수첩에 고이 끼워두는 모습" 이라니. 좀 안심이 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하고 달라서, 어른이 조금만 자기를 이해해주면.. 금세 용서해주더라구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1-03 12:13   좋아요 0 | URL
반가와요. 신지님..
이 책 읽다보면, 갑자기 마음이 뻐근하게 먹먹해지는 부분이 있어요.
단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 뿐인데요..
그러면서 엄마로서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되네요.^^
 
세계의 모든 집 이야기 - 문화와 역사가 살아 있는,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ㅣ 상수리 호기심 도서관 5
올리비에 미뇽 지음, 오렐리 르누아르 그림, 이효숙 옮김 / 상수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세계의 모든 집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집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에 집이 생긴 역사를 통해 과거에 존재했었던 다양한 집의 모양과 기능을 알려주고 다양한 주제별로 세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집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 



아무래도 프랑스 원본이다 보니 유럽의 집을 중요한 한 챕터로 다루고 있고 나머지는 ’세계의 집’ 편에 몰아서 소개하고 있다. 평소때 유럽이나 미국 등 자주 접할 수 있는 나라의 집들은 익숙하지만 아프리카의 집들이나 섬나라 집, 오세아니아 지방의 집들은 처음 보는 것들도 많아 다양한 호기심들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 

 

사실 프랑스풍으로 그려진 집들이나 삽화는 처음엔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각 집들의 특징과 비교해 보기엔 좀 작은 듯 싶어 그닥 매력을 못 느꼈었는데, 자세히 하나하나 매치시켜가며 관찰해 보니 그린 사람의 센스나 감각들도 느껴지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는 평범해 보이는 사진보다는 훨씬 더 가깝게 잘 다가갈 것 같기도 하다. 세밀화나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열광할 수도 있을 듯하고. 

 

뒷 부분에 좋았던 것은 집짓기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나 상식, 재료에 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부분들을 다루었다는 점인데 사실 집이라고 하면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은 외관만 생각하기 일쑤인데 여기서는 아이들 책임에도 물이나 전기 배관들을 어떻게 설치하는지 단열과 난방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어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집에 대해서 잘 알 수 있게 한 점이 마음에 든다. 

 


집과 집에 관련된 공간에 대한 책이라 집에 대해 관심이 많거나 공간이나 인테리어에 꿈이 있는 아이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재미있는 삽화덕에 소장하고 싶은 책도 될 듯 하고...가능하다면 원서 그대로 사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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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10-30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참 흥미롭겠어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0-30 09:11   좋아요 0 | URL
네~저도 꽤 꼼꼼하게 읽었던 책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