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행복한 경제 더불어 시리즈 2
배성호 지음, 김보미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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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중에서 얻게 되는 기쁨들 중 가장 큰 것은 큰 기대가 없었던 책에서 뭔가 보물을 발견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이 책..<더불어 사는 행복한 경제>도 나에게 그런 기쁨을 선사했다고나 할까. 오랜만에 어린이를 위한 경제책을 정독했으니 말이다.
제목에서 가장 눈에 먼저 띄는 것은 <경제>였다. 음..경제책이군...하지만 그 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더불어 사는>과 <행복한>이었다. 다 읽고 보니,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더불어 사는>과 <행복한>인가 싶다. 


5학년 큰 아이의 사회 과목 중 많은 부분이 이 <경제>에 할애가 되어 있었고, 지난 중간고사때도 시험 범위에 들어가 있었는데 교과서에서 다루는 <경제>는 경제 전반에 관한 개념적 정의와 산업, 무역, 경제 발전 등에 촛점이 맞추어진 이른바, 단순한 지식 전달 위주의 목적을 가진 듯 보인다.
아이의 시험 공부는 주로 여러가지 용어들을 중심으로 보통 정의와 목록들을 암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아무리 개념 위주로 설명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학교 시험에 나오는 문제들은, 나조차 외우지 못하는 어려운 용어에 대한 단답형 문제들이 대부분이니, 결국 시험 공부란, 전체적인 숲을 보기보다는, 나무 하나 하나를 더듬더듬 만지고 있는 격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그 어려운 용어들, 실감나지 않는 개념들 때문에 사회 과목을 제일 싫어한다.
 


이 책이 내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경제의 의미와 우리 생활에서 가지는 개념적인 관계들을 설명하면서 더 나아가 <더불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경제활동에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개념에서 출발하여, 바르게 살고, 나누고자 하는 가치가 들어가 있어서 솔직히 읽으면서 약간 감동적인 부분들도 발견하게 된다.




<경제란 무엇일까?> 하는 개념 정의를 설명함에도 스쿠르지 영감의 이야기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 하면 대개 스크루지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무조건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최고인 ’돈벌이’ 경제를 생각했어, 하지만, 그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웃들과 더불어 잘 사는 ’살림살이’ 경제가 필요하거든, 스크루지 할아버지는 성탄절 밤 시간 여행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닫게 된 거야. 자, 그럼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생각해 볼까?  
   

이렇게 함께 생각해 보자~하며 화두를 던져 놓고 책은 전반적으로 계속 우리가 더불어 함께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 챕터별로 다양한 관점과 실례를 들어가며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 권리’라든지, ’정당한 교육을 받을 권리’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복지’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내는 세금’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해 지는 공정무역’ 등등...



또한, 한 주제의 이야기가 끝나는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는 <생각이 깊어지는 자리>라고 하여 여러가지 토론할 거리들,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놓고 있다. 이 부분은 여러 다양한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아이들과 독후 활동 하기에 아주 딱 안성맞춤이다. 혹은 초등 고학년이라면, 사회적인 이슈들이 많기 때문에 토론 수업에도 적당할 듯 하다. 



   
  축구 선수들이 시합 전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오는 것은 축구 경기를 보는 사람들에게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야...  
   
 


   
  코트디부아르에서 로랑 그라그보와 가족들이 농사지은 카카오 열매는 여러 과정을 거쳐 맛있는 초콜릿이 돼....우리가 사먹는 초콜릿 가격이 1,000원이라고 한다면, 이 가족이 받는 돈은 고작 20원밖에 되지 않거든...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 농사를 짓는 데도 불구하고 초콜릿이 어떤 맛인지 모르는 거야. 정말 슬픈 일이지?  
   


<모두를 위한 경제>는 나만 잘 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동력과 눈물이 들어있나까지 살펴보는 데서 출발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도, 어른들이 좋아하는 커피도, 지구 어느 편에서 우리의 아이들과 같은 아이들이 학교도 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일해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면, 그리고 터무니없는 보수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 여러가지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생길 것이고, 그것은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경제의 출발점이 되겠지.
  


이 책이 여러모로 읽기 쉬운 이유는 현지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것들을 아이들도, 어른도 이해하기 쉽게 딱 적합한 예로 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까. 몇 달 전 문제가 되었던 동방신기의 부당한 계약에 대한 공론화와 얼마전에 이슈가 되었던 환경미화원 아주머니들의 아주 열악한 근무 환경을 예로 들어 이 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 여기엔 직장인, 연예인, 공무원, 교사, 환경 미화원 등 모두가 해당된다 -의 적합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 - 정당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70년대 노동자의 대표를 자처하며 노동자 근로 환경을 위해 투쟁했던 전태일의 이야기나 현재도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에 관한 논의들. 우리 아이들의 교과서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는 논제들을 중심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이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들의 문제의식과 사회 의식을 깨우고 있다.
 

아이 책이라고 쉽게 읽을 생각을 해서는 안되는 책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여러가지를 이야기 하느라 아무래도 지식적인 깊이는 없을지 몰라도, 중요한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간과하지 않고 꼭꼭 집어주고 있는 면이 참으로 도움이 된다. 아주 마음에 든다. 




<시장에서 배우는 경제> 편에서는 나눔을 통해 서로 이익을 보는 <벼룩 시장>에서 시작하여 대형마트로 인해 문을 닫는 동네 구멍가게들의 문제, 과대 광고나 소비적인 광고로 인해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문제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나 부자들이 사회를 위하여 기여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벼룩시장에서는 어떤 물건을 얼마에 사고팔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공부도 할 수 있어. 가격을 결정하는 선택은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지. 게다가 벼룩시장에서 사고파는 물건들은 이미 사용한 물건들을 재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을 보호하며 지구를 살리는 경제도 몸소 배울 수 있어  
   
 

   
  ...이제 더 이상은 어린이가 자주 먹는 과자나 패스트푸드 등을 광고할 때 끼워주는 장난감 등을 알릴 수 없게 되었어. 이를 금지하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안’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돼었거든....  
   
 

 
위인전에서 자주 보았던 제주의 거상 <김만덕>이나 방글라데시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은행인 그라민 은행을 설립한 유누스의 이야기, 세계적인 부자인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의 재산 기부 등을 다루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이득을 벌어들인 기업들이나 개인이 어떻게 그것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 정성껏 좋은 제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 봉사하고, 정직 성실하고 양심적인 인재를 배출하며, 기업 이익은 계속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고 정직하게 납세하며, 그리고 남은 것은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다시 낸다.  
   


세금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다시 우리에게 환원되어 지는지, 사회에 어떤 혜택을 주는지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세금을 많이 내어 세계적인 복지국가들이 된 나라들을 통해
우리 자신의 이익 이전에, 공동체인 사회를 먼저 생각했을 때, 다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된다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해 준다.

   
  개개인이 각자의 능력대로 복지를 누리게 할 것인지, 아니면 비록 세금은 많이 내더라도 모두가 함께 안정된 삶을 살아가게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아. 그래서 나라마다 복지 정책을 세우는 것에 대해 결정하는 바가 다른 것이지  
   


또한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인 시민단체 모임도 소개하고 있다.<녹색연합>,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그린피스>, <참여연대> 등등...각 단체들이 각자의 목적에 맞게 활동하고 있는 내용들을 소개하며, 결국 그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다 함께 행복해 지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정말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다 배우지 못하는 것들이고,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들이다.
 




 <지구촌 시대의 세계 경제>에서는 광우병 파동이나 멜라민 과자 같은, 전세계 무역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들의 안좋은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세계화가 꼭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님을...발전 지상주의, 경제 지상주의의 논의를 뒤로 하고, 어떤 것이 더 행복한 결과를 주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과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려면 지구가 7개 정도 필요하다고 했어. 하지만 7개의 지구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그래서 나온 결론이 지속 가능한 발전이지. 지구에서 생명이 계속 살아갈 수 있고, 또한 그것을 위한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야.  
   
 



마지막 챕터인 <희망을 나누는 경제>는, 결론적으로, 경제가 희망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친환경 급식으로 우리 농민들을 이롭게 하고, 희망을 나누는 바자회를 열어 여러 좋은 일들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 작은 실천, 착한 소비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면, 깨어 있어 바른 생각을 하는 시민들이 늘어나 결국 사회적으로 <더불어 행복한 경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희망적인 메세지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표지 뒷면에는, 여러 교사들의 추천사들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을 옮겨 본다. 우리 세대보다 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바른 시민으로 바른 경제를 이끌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 

 

여러가지 부족한 부분들 - 수박 겉핡기 식이 아닐까 하는-에도 불구하고, 간만에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만난 것 같다.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사회와 경제를 이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하니..괜찮다.

   
  고등학교 경제과목 수업에 등장하는 ’구성의 오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부분에게 옳은 것이 전체에게도 옳은 것은 아니며, 각 개인에게 옳은 것이 사회 전체에게도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얘기입니다. 이 책은 개인의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이 사회 전체에게도 합리적이고 올바른 것이 되게 하는, 즉 ’구성의 오류’를 줄여주는 훌륭하고 늠름한 시민을 키워내는 데 꼭 필요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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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1-09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현맘님의 리뷰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코알라에게도 사주고, 같이 읽어야할거 같아요.
아직은 조금 어려울까요? 좋은 책 같습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1-09 21:28   좋아요 0 | URL
코알라는 몇 학년이죠?
사실 저희 아이에게도 읽으라고 하면 부담 줄 것 같아 읽으란 소리는 안했어요.
이런 지식 책을 좋아라~하는 어린이들이 과연 있을까 싶거든요.
근데 이 책은 엄마가 읽고 활용하기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저도 평소때 경제에 관해서 두리뭉실하게 알고 있던 걸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새롭게 정리하게 되니까
아이한테 이야기 해주기가 너무 좋더라구요.
이 책 딱 읽고 났는데 둘째 녀석이 (2학년이예요) 물어보는거예요.
엄마~왜 축구 선수들은 입장할 때 아이들이랑 같이 들어가??
바로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라 나름 뿌듯했어요..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11-10 09:44   좋아요 0 | URL
11살이랍니다.
아.. 엄마가 활용하기 좋은 책이란 말이죠?
욕심은 많고, 행동은 게으른 제가.. 활용할지 모르겠지만,,
감사드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