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어린이표 - 웅진 푸른교실 1, 100쇄 기념 양장본 웅진 푸른교실 1
황선미 글, 권사우 그림 / 웅진주니어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많이 읽히는 책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은 딸이 30분 동안이나 책 속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주더니 결국 ’엄마도 한번 읽어봐~’한다. 더 많은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나. 아이는 ’재미있다’는 말로 책을 추천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나의 마음엔 주인공 아이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과 어쩜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보통의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풍경 - 말썽을 피운 아이들에겐 경고 스티커를,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숙제를 잘 해오거나 심부름을 잘 한 아이에겐 칭찬 스티커를 주는 풍경- 속에 숨은 지나치기 쉽지만 각각의 아이들에겐 중요한 에피소드들을 너무나 재미있게 풀어냈다. 주인공 건우는 ’나쁜 어린이 표’를 자꾸 받는 장난 꾸러기 친구다. (사실 ’나쁜 어린이’라는 말은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아이들의 의도치 않은 장난에 ’나쁜 어린이’라는 딱지를 붙여 버리는 어른들의 성급한 판단을 빗댄 것일까.)

 

사실 건우가 ’표’를 받는 이유는 꼭 나쁜 일을 해서는 아니다. 먼저 장난 친 친구의 장난을 맞받아치다가 딱 선생님께 그 순간을 걸려서, 좀 더 오버하는 여자친구의 눈물 때문에, 의도치 않은 행동의 결과 때문에..그런데 선생님은 늘 가차없이 건우에게 ’나쁜 어린이 표’를 한개씩 두개씩 주고 건우는 의도치 않은 자신의 행동에 자꾸만 표가 늘어나는 것이 못내 서운하고 섭섭하다. 그러면서 선생님에 대한 미움의 마음에서 시작된 ’나쁜 선생님 표’ 리스트. 선생님이 하는 말과 행동의 불일치나 선생님의 실수 등을 적어 나가며 자신에게 ’나쁜 어린이 표’를 부여하는 선생님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나쁜 선생님 표’를 만듦으로 조금씩 표출하게 되고 결국은 선생님께 그것을 들키고 만다.

 

그걸 본 선생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내내 건우의 입장과 마음에서 책을 읽던 나는 그 순간 만큼은 선생님의 마음이 되어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이 짠하게 아프기도 했다.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통제하고 교실의 질서나 규칙을 세운다는 명목하에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가지고 만들어 가는 ’삶의 이야기’나 ’마음의 동기’에 대해서 얼마나 무시했는지. 쉽게 결과로 아이들을 판단해 버리는 성급함이 아이를 얼마나 죽이는 일인지. 판단하고 정죄하는 어른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일이 그것을 그대로 보고 배우는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건우의 ’나쁜 선생님 표’를 본 선생님의 마음은 어쩌면 나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늘 지적하고 가르치려 하고 규칙을 세우거나 교육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의 말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들..

 

우리 딸은 이 책을 ’재미있다’고 표현해 버렸지만 내 마음은 정말 여러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단순한 행동의 결과만을 보고 판단하고 ’나쁘다 좋다’ 또는 ’못됬다 착하다’로 단정짓는 것이얼마나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다치게 하는 것인지...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리스트를 본 선생님의 반응이다. 건우를 혼내는 대신 그 리스트를 달라고 하여 자신의 수첩에 고이 끼워두는 모습. 쉽게 아이들을 판단하고 혼내는 순간마다 꺼내 보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려는 작은 의지의 표현이리라..나 역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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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10-30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그러게요. 나쁜어린이표 읽으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했던 걸 반성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참 좋은 작품이에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0-30 09: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지요..^^

신지 2010-11-03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누구든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을 텐데요..리뷰 읽다가.. 어쩐지 시큰했네요 ㅠ 밤이라서 그런가..

그래도 "건우를 혼내는 대신 그 리스트를 달라고 하여 자신의 수첩에 고이 끼워두는 모습" 이라니. 좀 안심이 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하고 달라서, 어른이 조금만 자기를 이해해주면.. 금세 용서해주더라구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1-03 12:13   좋아요 0 | URL
반가와요. 신지님..
이 책 읽다보면, 갑자기 마음이 뻐근하게 먹먹해지는 부분이 있어요.
단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 뿐인데요..
그러면서 엄마로서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