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의 거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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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은 감추고 싶을 만큼 지독히 냄새나고 더러운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 미래와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앞 뒤로 거울을 두고 현재의 내가 서 있는 것 같은 이야기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현재의 나를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미래의 일을 볼 수 있는 소녀 카산드라와, 미래의 모든 위험요소를 확률로 계산하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카산드라의 오빠...현실에선 패배자들이지만 카산드라를 만나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보고자 하는 네 명의 <대속의 주민들>. 그들은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을 본다.

다가올 미래의 테러를 꿈으로 보는 카산드라. 그녀의 부모와 외삼촌에 의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실험>대상으로 키워진 그녀는 실제 만들어진 능력과 특정 트라우마에 의해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그녀는 자폐아에 정신분열증 환자일 뿐이다. 어느 누구도 그녀가 말하는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아닌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예감>하지.
즉 미래를 미리 느끼고 있어. 이 능력은 주의력의 한 형태지.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예감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야.
그래서 예감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지. 그래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들은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꿈에도 몰랐다는 듯,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 거야. 
 

만일 이곳에 예를 들어 언제 폭탄 테러가 터질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네 능력은 관심을 받겠지. 하지만 우린 달라.
우린 네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그런 일에는 아예 관심이 없어.
사실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야.
이 세상에 그런 종류의 정보를 알지 못해서 안달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긍정적이고 밝고 행운을 가져다 주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라면 모를까.
정말이지 불행하고 암울한 미래를 미리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알고 싶어하여 점을 보고 신의 인도를 구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만큼은 행복할 거라는 믿음의 반증이다. 불행과 고통이 있는 것이 인생의 당연한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교만의 증거이기도.
그래서 불행한 미래는 알 필요도 없이 그냥 닥치면 당하고 마는 '벼락'같은 일이 되고만다.

   
 

그건 어느 누군가에게 떨어지는 벼락 같은 거다. 누군가가 당하게 되겠지만, 우리로선 어쩔 수 없는 것...그래서 자기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무심히 기다리고만 있는 것.. 

 
   

   
 

"사람들은 보긴 하지만 눈여겨보지는 않아.
듣긴 하지만 귀 기울여 듣지는 않아.
알긴 하지만 이해하지는 못해.
미래를 아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니야. "

"왜요? 사람들은 모두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알고 싶어 할 것 같은데요." 
 
"너와 나, 우리는 미래에 관심을 갖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의 지평선을 보지 않으려고
오히려 고개를 돌려 버린단다.
두렵기 때문이야. 미래를 생각하면,
자신에게 닥치게 될 그 모든 불행한 일들을 보게 될까 봐 두려운 거야.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남아 있고 싶은데 말이야.
그들의 길의 끝에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죽음이 기다리고 있지.
두 눈을 크게 뜨고서 그 죽음을 향해 걸어가야만 하거든. 그게 너무도 힘든 거야."
 

 
   

   
  사실 우리는 미래를 좋아하지 않아. 솔직히 미래란 것은 겁나는 거거든....
<설문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 중 75%는 미래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62%는 생각조차 하기 싫어한다.>
우리는 나름의 방식을 사용하여 각자의 미래를 찾아내고 있어.

여기서 <미래>란 다른 미래가 아니라 <밝은 미래> <희망찬 미래>를 말하는 거고,
내 생각으로는 65억에 달하는 인간들 중에서 4분의 3은 한 번쯤은
도사, 영매, 주술사, 마라부, 혹은 점성술사 따위를 보러 간 적이 있을 거야.
지금 세계 각국에서 로토가 성행하고 있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건 바로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굳게 믿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카산드라는 꿈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녀는 종종 꿈을 통해 과거 어느 시점에 고대의 카산드라를 만나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당장 앞의 테러 정도만을 볼 수 있는 카산드라는 천년 후에 미래의 아이들 앞에서 과거의 책임을 묻고 재판을 받게 되는 일들을 겪으면서, 비로소 아주 먼 미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카산드라가 건너간 천년 후의 세대는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
베르나르의 상상력은 심각한 죄책감까지 불러 일으킨다. 미래의 세대는 우리 세대를 이기주의자에 쾌락주의자, 미래를 전혀 생각지 않은 무책임한 사람들로 원망하고 있다. 죄책감을 느낀다는건 지금 우리 현실이 그렇다는걸 부정할 수 없어서다. 정말 명백하지 않은가!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없지만, 사실은 볼 수 있다. 앞부분에서도 인용했지만, 충분히 예감하고 예측할 수 있음에도 두려움에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과거에서 온 이 사람을 통해서 오늘 우리는 한 세대 전체를 심판할 것입니다.
바로 서기 2000년의 세대, 훗날 <이기주의자들의 세대>라고 불리게 된 세대죠.
그들은 자신들의 즉각적인 쾌락을 위해
자기 아이들에게 물려줄 행성의 상태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지구의 자원을 마구 낭비해 버렸습니다.....
여러분, 나는 카첸버그 양을 고발합니다.
세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세계를 변화시킬 능력도 있었지만,
아직 모든 것이 가능하던 그 시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로 고발합니다"

"<위험에 처한 인류를 방치한 죄>로 당신을 고발하는 바요!"

"<단기적인 쾌락들>이라고 부른 것은 장기적으로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온
이기적인 욕구 충족들이었습니다. ...그
들은 자동차로 매연을 내뿜음으로써 공기를 오염시켰습니다.
쓸데없는 물건들을 잔뜩 쌓아 놓은 다음 아무 곳에나 갖다 버려 물을 중독시켰습니다.
산아 제한 없이 아이들을 마구 낳아 인구 과잉과 각종 전염병, 기아를 초래했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근본주의 이념들을 저지하지 않음으로써
파괴적인 대전들과 그 밖에 숱한 참혹한 일들이 일어나게 했습니다...
또 그들은 관광 산업과 소비 사회와 그들이 <경제성장>이라고 부르던 것의 이름으로
손 닿는 모든 것을 더럽혔습니다.."
 
   


당장 앞에 일어날 미래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혹은 그런 미래를 미리 앎으로 예방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현재의 카산드라는 그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여러 모순을 갖고 냄새나는 현실 앞에서 점점 의욕을 잃어간다.

주저앉은 카산드라는 절망과 희망을 반복하는 현대의 우리다.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흥을 내다가 어느새 현실의 무분별한 폭격 앞에 주저앉아 절망적인 미래를 내다보며 우울해 한다. 결정되지 않은 미래가 우리의 머릿속에서 희망이 되었다가 절망이 되었다를 반복한다. 그러면서도 미래는 마치 결정되어 있는 것마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현대인의 <카산드라의 거울>이 아닐까.

   
 

"곧바로 오게 될 나의 개인적인 미래 외에, 인류의 전체적인 미래는 어떻게 되나요?"

"그것도 끝이 형편없는 영화라고 할 수 있어.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릴 거야.
지구가 살기 힘든 곳이 되는 시기가 올 것이고, 모든 것이 야만 상태로 돌아가게 될 거야."
 
"그렇다면 우리가 무얼 하든 아무 소용없다는 얘기인가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 원칙적으로 모든 것은 나쁘게 끝나는 것이 사실이다만,
최후의 순간에는 항상 어떤 해결책이, 어떤 탈출구가 남아 있는 법이니까.
어떤 희망이 있지. 극히 미세한 것이긴 하지만."

"희망이라고요? 그건 바로 우리의 고통을 연장하는 것이 아닌가요?"

 
   

   
 

나를 가만히 놔둬요!
당신은 내게 말해 주지 않았지만,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아무것도!
시스템 전체가 썩어 있어요. 미래의 세대들을 구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요.
테러리스트들에게 폭탄을 팔고,
석유를 수입하기 위해 그들을 밀어 주는 게 바로 <우리>라고요!....

아무도 자기 자동차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인명을 구하기 위해 투자되는 액수가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투자되는 액수만큼 되는 날은 결코 오지 않아요.
광신도들로 이루어진 한 세대 전체가 몰려오고 있어요.
유유히 문명을 파괴하고,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서, 과거에 야만족들이 그랬듯이요.
게다가 그들의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 사람들은 가치를 전도시켜서
그들을 호감 가는 <자본주의 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지식인들은 열심히 그들에게 변명거리를 찾아 주고 있어요.

 
   



확률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던 카산드라의 오빠는 스스로의 한계와 현실로 인해 죽음을 택하게 된다. 미래에 대한 모든 책임은 카산드라의 몫이 된 것 같았을 때, 절망에 빠져 있던 카산드라는 3%도 안되는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꿈을 꾼 후 용기를 내기로 한다. 현재에 서서 미래라는 거울을 바라 보았을 때, 그곳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결국 현재이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믿어보기로 한다.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현재의 나라는 것을.   

   
  나는 살아 있어!
나는 살아 있고, 의식은 너무도 깊고도 광대하게 열려 있어!
그리고 나는 놀라운 것들과 불안스러운 것들을 모두 포함한 이 세계를 사랑해.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고,
또 어쩌면 변화시킬 수도 있어.
그래.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이 세계를,
그 모든 사소한 것들과 그 모든 모순까지 사랑해야 해.
 
 
   

   
  "고대의 카산드라님, 당신은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는 인류를 구할 수 있어요. 난 확신해요."
 
"그래, 공주야, 어떻게 구할 수 있지?"

"성공적인 미래를 상상하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거기에 이르기 위한 방법들을 갖추는 거죠."


"그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

"시도해 봐야 해요. 작은 일들부터 해볼 수 있어요.
난 미래는 아직 결정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요.
때로는 자기가 처한 곳에서 조그만 결정을 내림으로써 그럴 수 있겠죠.
당신도 말했잖아요. 아직 탈출구가 남아 있다고요.
극히 미세하지만 분명히 있다고요"
 
   

   
  어떤 괜찮은 미래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사람이 어느 순간 그것을 상상해야만 해.
우리가 있는 이 미래는...지금 네가 상상하고 있는 미래이지.
우리가 이 미래를 관찰하고 즐기면서
이곳에 더 오래 머물수록 이 미래의 존재 가능성도...
 
 
   

  

세상이 잊어버리고 포기한, 스스로도 쓰레기더미에 묻혀 하루하루 생존해 가는 <대속의 주민들>이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카산드라의 예언과 그 예언에 따라 비극적인 미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그들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상상하는대로 이루어지는 미래!! 그들이 꿈을 꾸기 시작한다.


꿈은 꾸기 때문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미래는 미래에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 미래가 현재 내가 꿈 꾸는 것에 달려있다면.
<카산드라의 거울>은 미래에 대한 현재의 영향력에 대해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꿈꾸는 카산드라를 통해 현재의 내가 어떠해야할지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미래를 볼 수 있고 없고 보다, 미래가 어떻게 도래하는지 알고 모르고를 떠나, 더 중요한건 현재의 '꿈꾸는 나'라는 걸.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교훈을 찾는다는건 좀 우스운 것 같지만, 카산드라가 미래의 법정 앞에 섰을 땐, 솔직하게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서기 3000년의 아이들 - 나의 미래의 후손들이기도 한-은 서기 2000년의 카산드라에게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묘사는, 한마디로 끔찍하다. 도시 전체가 노숙자 소굴이고, 우리 모두가 최악의 빈곤 상태에 있는 모습이다. 미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았던 서기 2000년을 살았던 사람들의 책임이다. 미래에 대해 무관심한 죄. 상상하고 생각한대로 만들 수 있었던 미래를 방치한 죄. 현재의 나도, 이 순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볼 수는 없지만 분명히 다가올 미래. 
<카산드라의 거울>을 통해 보여진 미래는 또 다른 신세계가 아니라
현재의 꿈을 그대로 담은 현재 그 자체다.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볼 수 없다>일 거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미래를 만들겠다면, 그걸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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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1-14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와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 멋있다, 아아.
나도 그런 거 있었음 좋겠어요.^^
늘 내 미래가 궁금하고, 자주 내 과거가 그립고 그렇거든요.

카산드라 이거 진짜 꽤 난해하네요?
예전에 <나무>, <인간>까지 읽고 베르나르는 못봐서, 감이 떨어졌는데,
철학적 명제들이 많은데요, 그래도 좋을 것 같아요, 역시!^^
인용구들 좋아요! 큭큭.
저도 틈틈이 한 권이라도 읽어야겠어요.
금단현상 그런 거 일어날 것 같아요,ㅎㅎㅎㅎㅎㅎㅎㅎ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14 09:51   좋아요 0 | URL
아우..근데 카산드라 보니까 과거와 미래를 왔다갔다하는데
정말 좀 안되보였어요..ㅋㅋ 카산드라가 볼 수 있는 과거가 현생의 과거뿐 아니라 태초에 세포였을 시기 - 그러니까 전생과 그 전생과 또 그 전생...-부터의 자신의 모든 과거예요..
그녀는 현재는 프랑스 소녀이지만 전생엔 러시아 의사였대요..ㅋㅋㅋ
전 그런 과거로의 여행은 무서울 것 같아요.

아이리시스님이 난해하다고 하시니 좀 위로가 되요.
저 원래 소설 잘 안읽는데 이거 읽으면서 재미는 있는데 좀 힘들더라구요.ㅋㅋ
그래서 연말에 다 읽었는데도 몇 일 더 뒤적이느라 도서관에서 연체도 하고..
리뷰 쓰는데도 오래 걸렸어요.
가벼운 소설 - 읽고도 아무 생각 없는거 - 이런거 읽을래요.
아이리시스님이 추천 좀 해 주세요~

마녀고양이 2011-01-1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여, 과연 인류가 3000년까지 갈 수나 있을까.. 좀 의심스러워요. ^^
그런데 <카산드라> 구성은 괜찮나요? 베르베르의 소설은
착상 및 도입부, 중간까지는 괜찮은데, 항상 마지막 결말을 제대로 못 하거든요.
아마 스케일이 너무 커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래서
이젠 읽는 자체가 망설여져요.

아, 별 다섯 주셨네요~ 다시 고민 중. 다시 한번 시도해봐?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14 14:12   좋아요 0 | URL
<구성>같은거 물어보시면 저 머리 아픈데..ㅋㅋ
말씀 들어보니..그런 것 같기도 해요.
스케일도 크고 과거와 미래를 막 왔다갔다하고
뭔가 확률시계도 나오고 그래서 거창한 사건을 기대한건 맞는데요
사실 마지막은 거의 저렇게 끝나요. 관념적으로..ㅎㅎㅎ
그게 베르베르의 소설 특징이군요! (저 읽어본게 없어서..)

별 다섯은...저에게 주는 칭찬 스티커예요. 두 권이나 읽다니!!
 
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 - 유년의 상처를 끌어안는 치유의 심리학
우르술라 누버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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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해왔다. 관심있는 여러 심리학 책들에서도 그랬고,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도 내 안의 어린 아이를 찾아내는 연습도 했었고...하지만 지식적으로 아는 것과 실행에 옮겨 변화하는건 다르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난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어른 아이'의 상태에서 그리 많이 벗어나지 못했었다. 여전히 감정적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상처가 나에게 준 행동적 심리적 영향 이전에, 상채기가 난 곳의 통증을 붙잡고 거기에서 머물며 아프다 아프다 했었다. 지금은? 지금은 무덤덤하다. 살아보니 내가 살아낸 과거가 상대적으로 나빴다고만 할 수 없다는걸 어른의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도서관에 서서 잠깐 손에 붙들었던 책이다. 꼼꼼히 읽지는 못했지만 대충 흝어보다가 공감가는 부분들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진부한 여타 심리학 책들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들은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나의 '성격'이라고 불리는 인격적 현상에 대해 이제껏 정의했던 것보다 더 설득력 있는 부분을 발견했기에 나름 만족스럽다. 책 자체는 전문적이라기 보다는 많은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에세이처럼 가볍게 설명하고 있다.

  

부모님의 잦은 불화, 불안정한 거주...의지할 데 없었던 맏이는 결국 나 말고는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 결론을 내려고 내린게 아니다. '나'란 존재 말고는 그 어느 것도 믿음을 줄 수가 없었다.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것 같은 위태함을 가지고 있는 주변 관계로 인해, 그래서 난 더더욱 나의 내면으로 깊이 파고들었던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성향도 사실은 정말 '책'을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책으로 숨는 것'이 좋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에 대해 무관심 한 것'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기 싫어하는 것' '일정한 거리 두기의 달인'

그런 모든 것이 내가 그저 무심한 성격의 사람이어서 그럴 것이라 생각했었다. 사람에 대해 무관심 한 것, 아니 정말 무관심하다기 보다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 것. 싸우지 않는 것. 그것은 성격이 쿨하거나 긍정적 독립이라기보다는 어릴적 받아 들여지지 않았던 경험, 쉽게 부모를 의지할 수 없었던 상황, 그런 상처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막연히 어린 시절의 어떤 것과 연관이 있으리란 추측은 나 역시 할 수 있었지만, 이 책에서 단호하게도 그걸 '도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너무 마음에 와 닿는다. 

'도망'   

 

나 같은 경우는 겉으로는 절대 표현하지 않았던 두려움과 불안 - 언제 혼자 남겨질지 모르는-이 부모로부터의 불완전한 감정적 '도망'으로 표출되었다.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것. 공감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대 내 불안과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 것. 부모의 불안정한 상황에 내 감정이 휘둘리지 않게 보호하는 것. 그것은 어렸던 나에게 '무관심'과 '거리두기' 같은 현상으로 반복 훈련되어졌던 듯 하다. 그것이 부모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느꼈던 것 같다. 내 감정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감정에서 '도망'나와 버린 꼴이다.  

불안한데 두려워하지 못하고 (정확히 말하면 두려워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슬픈데 울지 못하고 (울지 않기로 하고), 기쁠 때 기뻐하지 못하고 (기쁨을 드러내지 않기로 하고)...행복할 때도 최악의 불행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 웃기는 일이다. 한참 중학교 때 나는 모든 일에 무표정하고 시크한 사람을 동경했던 것 같다. 사이보그. 어떤 물리적 환경, 심리적 환경에도 자아를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 (사실은 그런 것이 자아가 아예 없는 상태일 수도 있다는 것은 최근에 알았다.)

 

그게 얼마나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내 삶을 속박하고 있는지...하나 하나 거슬러 내려오며 지난 일들을 생각해 보면 나의 모든 인간관계를 규정지었던 것들이 결국 '감정적 도망'이었던 것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소소한 일상과 관계 맺음에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이 거의 없는 것, 눈 앞에서는 충실하지만 딱 거기까지인 것. 친절하지만 '정'은 없는 것.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가장 매정하고 차가운 것. 내가 가지고 있는 남편에 대한 '믿음'도 남편이 절대 나를 버리지 않고 사랑할 것이라는 믿음이 아니라, '언제든 나를 떠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니 얼마나 네거티브한가.

항상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관계는 가족이었다. 가족들로 부터 받는 상처는 혹은 배신은 파장이 크다. 가족이 날 배신하는데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리고 그 생각이 나의 행동을 규정짓고 한계를 짓고, 다른 사람들과의 경계를 넘어가지 않게 한다. 그것이 지금 내 나이에까지 굳어져 이젠 그게 내 '성격'이 되어버린 것. 그건 일종의 '감정적 관계로부터의 도망'이다. 

 

뒷 부분에 결론지어져 나와있는 부분은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서 어떡하란 말인가! 하는 궁금함따윈 없다. 뻔하니까. 그런데 마음이 흡족한 이유는 내 상태를 어떤 '말'로 정의 내릴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뭔가를 해결하는데, 혹은 받아들이는데 반 이상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나는 이제 어떤 '상태'로 '바뀔' 나이는 지났다는 거.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거.   

 

하지만 한 가지 이렇게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어릴 적 기억들을 끄집어 내는 것이 지금도 역시 필요한건, 우리 아이들 때문이다. 내가 겪어 보지 않은 수 많은 것들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겪었고 힘들어 했던 것들만큼은 다시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아야 되지 않을까. 난 지금의 나를 그렇게 '나쁜 상태'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 아이들은 나와는 조금 달랐으면 좋겠다 싶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기쁨에 동참하고, 자신의 모든 희노애락을 거리낌 없는 당당함으로 표현하고 그것으로 함께 더불어 살아갔으면 한다.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은 그러라고 만들어진 존재니까. 우리 아이들만큼은 본연의 인간답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 역시 불완전한 '나의 어떤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닐테지. 안다. 그러니 그 부분도 맡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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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머스탱 2020-02-29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숨는것 신기하게도 저와 비슷한 부분들이
 

 우리 아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1>을 드디어 봤다. 사실 난 해리포터와는 뭔가 코드가 안 맞는지 그다지 큰 관심이 있지 않기 때문에 늘 그렇듯이 큰 기대 없이 '그냥' '잘' 보고 왔다. 

그건 책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맨 처음 해리포터가 전 세계적인 화제를 일으키기 시작했을 때 다른 사람처럼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었는데, 그게 딱 1권으로 그치고 말았다. 남들이 다 재미있다는 것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걸 보면, 역시 뭔가 코드가 잘 안 맞는 건 분명하다.  

뭐...우리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난 외울 수도 없는, 기억도 나지 않는 주문들을 어떻게 그리 잘 외우는지 막대기만 보면 들고 주문들을 외우고 누가 어떻고 누구는 어떻고 신 났다. 

 

 

   


그래도 보면서...한 가지 든 긍정적인 생각은  

해리포터 시리즈가 이제는 하나의 <예술 영화>가 된 듯한 느낌이랄까. <죽음의 성물>같은 경우 두 편으로 나뉘기 때문에 이번 편은 스토리상 극적 긴박감이나 임팩트가 좀 약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느낌은(어떤 시각적 느낌 말이다) 배경이나 색감, 인물들의 분위기, 스토리와 시각적 효과의 배치, 특히 극중 삽입된 애니메이션(The Tale of Three brothers) 효과 등을 볼 때, 이젠 예술 영화(ㅋ)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제껏 개봉했던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서 중간에 내 주의를 환기시킬만한 장면이 그리 생각나지 않았었는데, 이번 <죽음의 성물> 같은 경우는 더더욱 지루한 스토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The Tale of Three brothers> 애니메이션 때문에 눈이 확 뜨이며 즐거운 경험을 했다. <죽음의 성물>에 관한 일종의 전설 같은 것을 설명 듣는 과정에서 소개되는 이 애니메이션은 소위 <그림자 애니메이션> 혹은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리는 종류의 것이다. 이런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은 <Prince & Princess>가 있다. 

 
효과적인 면이나, 색감 같은 걸 보면 이제껏 선보였던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훨씬 디테일한 표현과 풍부한 입체감 때문에 극적 긴장감을 더해 주지 않았나 싶다. 실루엣과 그림자에 풍부한 입체감을 더하고 사실적인 느낌을 더 주어서 그런지 한 편의 독립된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서 최근의 기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보게 될 줄이야. 물론,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판타지 장르에서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나날이 발전되어 가고 있어 감탄을 자아내긴 하지만...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눈이 즐거웠던 또 하나의 이유는 멋진 배경 화면들!! 성물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고 공간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배경이 되는 멋들어진 자연들이 내 눈을 사로잡을 만했다. 정말 실제 존재하는 공간인지, 아니면 적절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들어간 건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너른 벌판, 너른 자연, 바다와 절벽, 강과 숲 등이 여정을 떠난 세 명의 주인공과 함께 한 장면씩 여백의 미를 가진 작품 사진 같았다. 


 

<예술이 된> 이라고까지 몇몇 장면들을 칭찬했지만...사실 아쉬운 건 아쉬운거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이 책이 먼저 나오고 영화가 나중에 나오는 경우, 책을 읽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 좀 아쉬워 하는 경향들이 있다. 이건 아이들도 비슷하다. 물론 다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그런 대부분의 현상은 인간의 개인적인 상상력이 그만큼 더 깊고 넓고 무한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텍스트로 제시된 장면을 머릿 속에 재현하는 것. 각자가 그리는 장면들과 묘사들은 다를 지라도 그 개인적이고 은밀한 작업은 어떤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만든 영화 장면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화려한 영상 세대의 아이들이 오히려 더 상상력의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뜬금없이 든다. 자극적인 소리, 화려한 영상, 빠른 전개는 행간의 의미를 생각할 겨를 없이 더 해석될 수 있는 텍스트를 제한된 시각적 화면에 가두어 버리니까.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텍스트에 빠지길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고... 

 

다음 2편이 나오면 또 온 가족이 함께 가서 봐야겠지만, 다음 번엔 조조는 절대 보지 않겠다 다짐한다. 아침부터 어두컴컴한 영화관에 있었더니 하루 종일 머리가 지끈지끈 하다..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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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1-0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었어요?
이제 정말 하나 남은 해리포터. 저는 더 묵혔다가 30대 되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을 설치고 가셔서 조조가 힘드셨던 거 아니예여?
아 영상 이미지 봐요, 진짜 예술이예요, 예술!
그래도 요즘은 판타지물이나 모험물이 아이들 데리고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예전엔 별로 그런 게 없었는데, 그죠?^^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07 00:29   좋아요 0 | URL
솔직히 '재미있었다'고 맣하기엔 뭔가 찜찜해요..ㅋㅋ 왜냐면, 전편들을 다 봤지만, 전 아직도 세 명의 주인공 말고는 이름조차 헷갈리거든요. 그러니, 머릿속으론 계속 전 편을 기억해내야 하고 스토리는 따라가야 하고 얼마나 바빴는지...
영상 이미지들은 정말 예술이었어요. 허접한 헐리웃 영화들보다 훨씬 더 좋았어요. 그건 인정!
예전엔 주로 디즈니나 픽사의 에니메이션들을 함께 봤죠..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함께 보는 영화의 장르가 달라지네요. 아이들이 더 크면 18금 영화도 같이 볼 수 있을까요?^^

아이리시스 2011-01-08 16:16   좋아요 0 | URL
현맘 님처럼 저도 원래 모험이나 판타지물에 영 재미를 못느끼는 타입이거든요. 그나마 해리포터는 좀 나았지만, 예전엔 아예 볼 생각도 안했어요. 이런 타입의 영화는.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거 비롯.

저는 책이 좋아요, 책. <해리포터>도 책보고 영화 보면서 매번 뒷북쳐서 그런지 영화는 막 좋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시리즈는 약간 흐름을 타기도 해야되는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저는 실격인 듯.ㅋㅋㅋ

근데 저 미쳤나봐요. 포스터가 내 스타일 아니다, 재미로만 따지기 그렇다, 막 이런 내용인데 댓글 시작이 <재밌었어요?>라니. 졸렸거나 미쳤거나 둘 중 하나였나 봐요. 아하하하하.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09 18:0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잘 생각해보니, 영화라는 장르 자체에 큰 흥미가 없는 것 같아요.
해리포터뿐 아니라 그런것 같네요..저도 책이 좋아요,책.^^

2011-01-09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9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1-0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린스&프린세스 너무 이쁜 애니죠?
엔딩에서 서로 변해되는 그림자 극 너무 귀엽고 상큼했어요.

해리 포터는,,,, 판타지와 코드가 맞는 사람만 가능한가봐요. 후후.
아........ 저는 해리 포터 영화를 사랑해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07 17:25   좋아요 0 | URL
처음 프린스&프린세스 봤을 때 입까지 벌리고 재미있게 봤었죠..ㅎㅎ
해리포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니
제가 얼마나 재미없는 사람인지 아셨죠?ㅋㅋㅋㅋㅋ

아이리시스 2011-01-08 16:18   좋아요 0 | URL
<프린스&프린세스>는 그림 너무 예뻐서 예전에 아껴두다가 못본 것 같아요. 진짜 예쁘긴 예쁘네요. 한 번 봐야지!^^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09 18:07   좋아요 0 | URL
내용도 재미있어요~저희 아이들이 처음에 몇 번씩 돌려볼 정도로 좋아했어요.

꿈꾸는섬 2011-01-0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작년에 해리포터 다 읽어야지 했는데 결국 5권까지 읽었어요. 불사조기사단.
6권, 7권도 분발해서 읽으려구요. 전 코드가 맞는지 재밌더라구요. 영화는 다음에 봐야겟어요.ㅎㅎ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09 18:0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다들 재미있다는데 제가 이상한거예요..ㅋㅋ
시리즈로 나오는 것들을 기다리며 읽는 것을 잘 못하나봐요.
참을성이 없나..ㅎㅎㅎ
 
타샤의 그림 정원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0년 10월
구판절판


모든 책들이 그렇듯이 난 서문을 가장 꼼꼼히 재미있게 읽는 편이다. 타샤 튜더에게 기쁨을 준 말들을 나 역시 오롯이 즐길 수 있으리란 기대. 그녀에게 행복을 주었던 그림을 내가 곱씹으며 행복을 느낄 수 있으리란 기대.
'다른 이들이 남긴 꽃'의 향기를 맡으며 아주 잠시나마 바쁜 일상에서 고요하고 아름다운 꽃밭으로 날아갔다 온 느낌이다.

<그대를 조금만 나누어 준다면 그것이 바로 선물>

이건..내가 어떤 나눌 것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나에게 나눌 마음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나누고자 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 마음만으로도 풍성함이 되니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자기다워지는 길을 아는 것>

세상에 단 하나 존재하는 '나'라는 실재를 오롯이 들여다보고 존중하는 것은 참 귀한 일이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다. 보통은 '나다운 것'을 넘어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 교육받고 사회 생활을 하기 때문에...온전히 나다워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행복은 사소한 편린들로 이뤄져 있다. 키스, 미소, 다정한 눈빛, 진심으로 하는 칭찬, 유쾌함과 상냥함이 깃든 작은 행동 같은 곧 잊힐 소소한 것들로.>

제일 어려운 것들이다. 마음을 담은 키스 한 번, 따뜻한 미소 한 번, 진심을 담은 칭찬, 배려 등은 사소한 편린들이지만 행동하기엔 결코 작은 일들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더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행복해지길 원한다면,,어쩌면 그건 나 자신에게 달린 일일 수도 있겠다.

<오늘이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이, 그만이 행복하다. 진정으로 오늘을 살았기에 내일은 아무 가치 없으리라 말할 수 있는 이가 바로 행복한 사람>

오늘을 무시하고 맞는 내일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 평소에 그렇게 살고 있을까 나는? 내일 아침에 눈을 못 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순식간에 나는 이 생에서의 삶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오늘에 충실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우리는 꿈꾸는 대로 살게 마련이다. 홀로>

이 책에는 <꿈>에 관련된 구절들이 많이 인용된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으면서도 스스로 컨트롤 당할 수 밖에 없는 것. '꿈'이 아닐까.

<나는 이상하게도 별로 사랑받지 못하는 사랑스러운 것들을 사랑하고 싶어졌기에 모든 계절 중 겨울을 가장 사랑한다>

이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했다. 겨울을 좋아하는 내 마음을 그대로, 내가 표현할 수 없었던 어떤 말을 그대로 담아낸 것 같아서다. 굳이 '사랑' 운운하지 않아도 난 인간을 닮은 겨울을 사랑한다. 비록 추워서 꽁꽁 싸매고 다녀야 하지만...

<오후의 차 한 잔, 인생에 그보다 더 근사한 시간이 있을까>

좋은 문장들을 읽는 즐거움이 그림을 보면서도 느껴진다. 한결같이 따뜻한 터치로 그려진 그림은 따스한 봄날 같기도 하고 푸근한 위로같기도 하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잠깐을 선사해 준다.

꿈을 향해 자신 있게 걸어간다면,
꿈꾸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꿈은 기대하지 않은 순간 일상이 될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아름다움을 넘어서 격려가 된다. 나의 일상이 된 꿈. 그것을 깨달을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최상일테다. 꿈을 꾸고 있는지도, 꿈을 이루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채 달려가기만 하는 인생이 되지 않기를...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빨리 달리지 않겠다고, 너무 앞만 보고 내달리지 않겠다고. 그녀의 그림처럼 잠시 머무르는 시간을 놓치지 않겠다고. 효율과 기능과 결과에 매이지 않고 지금처럼 잠시 앉아 숨을 고르겠다고...
바쁜 연말에, 복잡한 연초에 꼭 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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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0-12-2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샤튜더도 유명한데, 워낙 책이 많아서 고르기가 좀 힘들어요.
<월든>은 지난주에 샀는데 정말 다 좋다고들 해서요.
그림책은 잘 안보지만 편안해지고 좋네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2-29 21:20   좋아요 0 | URL
<월든> 좋다는 이야기 너무 많이 들었는데 저도 막상 보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여기저기 인용된 구절들을 보면 꼭 한 번은 읽어야지 싶어요.

마녀고양이 2010-12-29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사의 책들은 정말 이뻐요. 저두 4권 정도 가지고 있어요.
행복한 그림과 글이네요.

오늘처럼 몸살로 몽롱한 날은, 기본적인 한가지 소원,
아.. 아프지 말았으면 하고 빌게 되요. 이걸 당연하게 여기는 제가 한심하기두 하구요.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2-29 21: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림들이 예쁘죠? 그림도 따뜻하고 내용도 따뜻해요.
그나저나 몸살 걸리셨어요? 이런...
내일부터 다시 추워진다는데...따뜻한거 많이 드시고 얼른 쾌차하세요!
아프시지 않도록 제가 응원해 드립니다! 아자아자!!!!

꿈꾸는섬 2011-01-0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이쁘죠. 사야지 하고 계속 보관함에 담겨 있는 책이에요. 다음엔 꼭 장바구니에 담아야겠어요.

현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02 23:58   좋아요 0 | URL
이 예쁜 책을 꿈섬님은 일찍 알아보셨군요! 전 도서관에서 처음 봤거든요^^
꿈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건강하시구요...^^
 
도둑님 발자국 베틀북 오름책방 4
황선미 지음, 최정인 그림 / 베틀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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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동생의 가출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된 가족의 소중함. 뭉클한 감동이 함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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