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1>을 드디어 봤다. 사실 난 해리포터와는 뭔가 코드가 안 맞는지 그다지 큰 관심이 있지 않기 때문에 늘 그렇듯이 큰 기대 없이 '그냥' '잘' 보고 왔다. 

그건 책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맨 처음 해리포터가 전 세계적인 화제를 일으키기 시작했을 때 다른 사람처럼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었는데, 그게 딱 1권으로 그치고 말았다. 남들이 다 재미있다는 것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걸 보면, 역시 뭔가 코드가 잘 안 맞는 건 분명하다.  

뭐...우리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난 외울 수도 없는, 기억도 나지 않는 주문들을 어떻게 그리 잘 외우는지 막대기만 보면 들고 주문들을 외우고 누가 어떻고 누구는 어떻고 신 났다. 

 

 

   


그래도 보면서...한 가지 든 긍정적인 생각은  

해리포터 시리즈가 이제는 하나의 <예술 영화>가 된 듯한 느낌이랄까. <죽음의 성물>같은 경우 두 편으로 나뉘기 때문에 이번 편은 스토리상 극적 긴박감이나 임팩트가 좀 약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느낌은(어떤 시각적 느낌 말이다) 배경이나 색감, 인물들의 분위기, 스토리와 시각적 효과의 배치, 특히 극중 삽입된 애니메이션(The Tale of Three brothers) 효과 등을 볼 때, 이젠 예술 영화(ㅋ)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제껏 개봉했던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서 중간에 내 주의를 환기시킬만한 장면이 그리 생각나지 않았었는데, 이번 <죽음의 성물> 같은 경우는 더더욱 지루한 스토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The Tale of Three brothers> 애니메이션 때문에 눈이 확 뜨이며 즐거운 경험을 했다. <죽음의 성물>에 관한 일종의 전설 같은 것을 설명 듣는 과정에서 소개되는 이 애니메이션은 소위 <그림자 애니메이션> 혹은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리는 종류의 것이다. 이런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은 <Prince & Princess>가 있다. 

 
효과적인 면이나, 색감 같은 걸 보면 이제껏 선보였던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훨씬 디테일한 표현과 풍부한 입체감 때문에 극적 긴장감을 더해 주지 않았나 싶다. 실루엣과 그림자에 풍부한 입체감을 더하고 사실적인 느낌을 더 주어서 그런지 한 편의 독립된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서 최근의 기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보게 될 줄이야. 물론,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판타지 장르에서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나날이 발전되어 가고 있어 감탄을 자아내긴 하지만...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눈이 즐거웠던 또 하나의 이유는 멋진 배경 화면들!! 성물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고 공간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배경이 되는 멋들어진 자연들이 내 눈을 사로잡을 만했다. 정말 실제 존재하는 공간인지, 아니면 적절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들어간 건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너른 벌판, 너른 자연, 바다와 절벽, 강과 숲 등이 여정을 떠난 세 명의 주인공과 함께 한 장면씩 여백의 미를 가진 작품 사진 같았다. 


 

<예술이 된> 이라고까지 몇몇 장면들을 칭찬했지만...사실 아쉬운 건 아쉬운거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이 책이 먼저 나오고 영화가 나중에 나오는 경우, 책을 읽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 좀 아쉬워 하는 경향들이 있다. 이건 아이들도 비슷하다. 물론 다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그런 대부분의 현상은 인간의 개인적인 상상력이 그만큼 더 깊고 넓고 무한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텍스트로 제시된 장면을 머릿 속에 재현하는 것. 각자가 그리는 장면들과 묘사들은 다를 지라도 그 개인적이고 은밀한 작업은 어떤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만든 영화 장면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화려한 영상 세대의 아이들이 오히려 더 상상력의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뜬금없이 든다. 자극적인 소리, 화려한 영상, 빠른 전개는 행간의 의미를 생각할 겨를 없이 더 해석될 수 있는 텍스트를 제한된 시각적 화면에 가두어 버리니까.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텍스트에 빠지길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고... 

 

다음 2편이 나오면 또 온 가족이 함께 가서 봐야겠지만, 다음 번엔 조조는 절대 보지 않겠다 다짐한다. 아침부터 어두컴컴한 영화관에 있었더니 하루 종일 머리가 지끈지끈 하다..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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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1-0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었어요?
이제 정말 하나 남은 해리포터. 저는 더 묵혔다가 30대 되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을 설치고 가셔서 조조가 힘드셨던 거 아니예여?
아 영상 이미지 봐요, 진짜 예술이예요, 예술!
그래도 요즘은 판타지물이나 모험물이 아이들 데리고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예전엔 별로 그런 게 없었는데, 그죠?^^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07 00:29   좋아요 0 | URL
솔직히 '재미있었다'고 맣하기엔 뭔가 찜찜해요..ㅋㅋ 왜냐면, 전편들을 다 봤지만, 전 아직도 세 명의 주인공 말고는 이름조차 헷갈리거든요. 그러니, 머릿속으론 계속 전 편을 기억해내야 하고 스토리는 따라가야 하고 얼마나 바빴는지...
영상 이미지들은 정말 예술이었어요. 허접한 헐리웃 영화들보다 훨씬 더 좋았어요. 그건 인정!
예전엔 주로 디즈니나 픽사의 에니메이션들을 함께 봤죠..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함께 보는 영화의 장르가 달라지네요. 아이들이 더 크면 18금 영화도 같이 볼 수 있을까요?^^

아이리시스 2011-01-08 16:16   좋아요 0 | URL
현맘 님처럼 저도 원래 모험이나 판타지물에 영 재미를 못느끼는 타입이거든요. 그나마 해리포터는 좀 나았지만, 예전엔 아예 볼 생각도 안했어요. 이런 타입의 영화는.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거 비롯.

저는 책이 좋아요, 책. <해리포터>도 책보고 영화 보면서 매번 뒷북쳐서 그런지 영화는 막 좋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시리즈는 약간 흐름을 타기도 해야되는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저는 실격인 듯.ㅋㅋㅋ

근데 저 미쳤나봐요. 포스터가 내 스타일 아니다, 재미로만 따지기 그렇다, 막 이런 내용인데 댓글 시작이 <재밌었어요?>라니. 졸렸거나 미쳤거나 둘 중 하나였나 봐요. 아하하하하.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09 18:0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잘 생각해보니, 영화라는 장르 자체에 큰 흥미가 없는 것 같아요.
해리포터뿐 아니라 그런것 같네요..저도 책이 좋아요,책.^^

2011-01-09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9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1-0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린스&프린세스 너무 이쁜 애니죠?
엔딩에서 서로 변해되는 그림자 극 너무 귀엽고 상큼했어요.

해리 포터는,,,, 판타지와 코드가 맞는 사람만 가능한가봐요. 후후.
아........ 저는 해리 포터 영화를 사랑해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07 17:25   좋아요 0 | URL
처음 프린스&프린세스 봤을 때 입까지 벌리고 재미있게 봤었죠..ㅎㅎ
해리포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니
제가 얼마나 재미없는 사람인지 아셨죠?ㅋㅋㅋㅋㅋ

아이리시스 2011-01-08 16:18   좋아요 0 | URL
<프린스&프린세스>는 그림 너무 예뻐서 예전에 아껴두다가 못본 것 같아요. 진짜 예쁘긴 예쁘네요. 한 번 봐야지!^^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09 18:07   좋아요 0 | URL
내용도 재미있어요~저희 아이들이 처음에 몇 번씩 돌려볼 정도로 좋아했어요.

꿈꾸는섬 2011-01-0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작년에 해리포터 다 읽어야지 했는데 결국 5권까지 읽었어요. 불사조기사단.
6권, 7권도 분발해서 읽으려구요. 전 코드가 맞는지 재밌더라구요. 영화는 다음에 봐야겟어요.ㅎㅎ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09 18:0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다들 재미있다는데 제가 이상한거예요..ㅋㅋ
시리즈로 나오는 것들을 기다리며 읽는 것을 잘 못하나봐요.
참을성이 없나..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