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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그림 정원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0년 10월
구판절판
모든 책들이 그렇듯이 난 서문을 가장 꼼꼼히 재미있게 읽는 편이다. 타샤 튜더에게 기쁨을 준 말들을 나 역시 오롯이 즐길 수 있으리란 기대. 그녀에게 행복을 주었던 그림을 내가 곱씹으며 행복을 느낄 수 있으리란 기대.
'다른 이들이 남긴 꽃'의 향기를 맡으며 아주 잠시나마 바쁜 일상에서 고요하고 아름다운 꽃밭으로 날아갔다 온 느낌이다.
<그대를 조금만 나누어 준다면 그것이 바로 선물>
이건..내가 어떤 나눌 것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나에게 나눌 마음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나누고자 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 마음만으로도 풍성함이 되니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자기다워지는 길을 아는 것>
세상에 단 하나 존재하는 '나'라는 실재를 오롯이 들여다보고 존중하는 것은 참 귀한 일이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다. 보통은 '나다운 것'을 넘어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 교육받고 사회 생활을 하기 때문에...온전히 나다워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행복은 사소한 편린들로 이뤄져 있다. 키스, 미소, 다정한 눈빛, 진심으로 하는 칭찬, 유쾌함과 상냥함이 깃든 작은 행동 같은 곧 잊힐 소소한 것들로.>
제일 어려운 것들이다. 마음을 담은 키스 한 번, 따뜻한 미소 한 번, 진심을 담은 칭찬, 배려 등은 사소한 편린들이지만 행동하기엔 결코 작은 일들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더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행복해지길 원한다면,,어쩌면 그건 나 자신에게 달린 일일 수도 있겠다.
<오늘이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이, 그만이 행복하다. 진정으로 오늘을 살았기에 내일은 아무 가치 없으리라 말할 수 있는 이가 바로 행복한 사람>
오늘을 무시하고 맞는 내일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 평소에 그렇게 살고 있을까 나는? 내일 아침에 눈을 못 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순식간에 나는 이 생에서의 삶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오늘에 충실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우리는 꿈꾸는 대로 살게 마련이다. 홀로>
이 책에는 <꿈>에 관련된 구절들이 많이 인용된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으면서도 스스로 컨트롤 당할 수 밖에 없는 것. '꿈'이 아닐까.
<나는 이상하게도 별로 사랑받지 못하는 사랑스러운 것들을 사랑하고 싶어졌기에 모든 계절 중 겨울을 가장 사랑한다>
이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했다. 겨울을 좋아하는 내 마음을 그대로, 내가 표현할 수 없었던 어떤 말을 그대로 담아낸 것 같아서다. 굳이 '사랑' 운운하지 않아도 난 인간을 닮은 겨울을 사랑한다. 비록 추워서 꽁꽁 싸매고 다녀야 하지만...
<오후의 차 한 잔, 인생에 그보다 더 근사한 시간이 있을까>
좋은 문장들을 읽는 즐거움이 그림을 보면서도 느껴진다. 한결같이 따뜻한 터치로 그려진 그림은 따스한 봄날 같기도 하고 푸근한 위로같기도 하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잠깐을 선사해 준다.
꿈을 향해 자신 있게 걸어간다면,
꿈꾸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꿈은 기대하지 않은 순간 일상이 될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아름다움을 넘어서 격려가 된다. 나의 일상이 된 꿈. 그것을 깨달을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최상일테다. 꿈을 꾸고 있는지도, 꿈을 이루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채 달려가기만 하는 인생이 되지 않기를...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빨리 달리지 않겠다고, 너무 앞만 보고 내달리지 않겠다고. 그녀의 그림처럼 잠시 머무르는 시간을 놓치지 않겠다고. 효율과 기능과 결과에 매이지 않고 지금처럼 잠시 앉아 숨을 고르겠다고...
바쁜 연말에, 복잡한 연초에 꼭 맞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