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 진실의 그래픽 3
오드 메르미오 지음, 이민경 옮김 / 롤러코스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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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0 오드 메르미오.

저자가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과 임신중지를 맡아 여러 환자를 지켜본 의사 마르탱의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남긴 책이었다. 내가 아이를 낳은 해에 오드는 아이를 낳지 않기를 선택하고 힘들어했다. 나는 내가 아이를 포기하면 견딜 수 없을 사람인 걸 알았다. 그래서 아이를 지우자는 곁의 사람과 엄마의 말을 물리치고 낳겠다고 했다. 그건 그거대로 힘든 일이었다. 내 고집으로 둘, 아니 세 사람의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갔고, 오래도록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다. 산후우울증, 휴직 없이 유축기를 들고 직장에서 젖을 짜다 나르는 나날, 가난한 지층집 벽에 피어오르는 곰팡이와 아기 얼굴에 번지는 아토피성 피부염, 감내했던 어려움과 고통을 생각하면 누구도 자기 의지가 아닌 다른 이유로 출산을 강요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준비되지 않고 원치 않는 상황에서는 낳아도 지워도 괴롭고 그 어려움은 매우 오래, 때로는 평생을 간다.
엄마는 내가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자신도 인공중절을 해봤고, 별거 아니라고, 더 준비가 된 다음이 나을 거라고 했다. 별거 아니라 하는 엄마를 보며 별거 아닌 걸 알았다. 돈도 제대로 안 벌고 술 먹고 폭력을 일삼는 남자의 아이를 더는 낫지 않기로 한 날, 아빠가 엄마 뺨을 때려 코피가 흐르고 엄마가 전에 없이 긴 외출을 하고 돌아온 그날, 아빠가 간만에 다정한 척 수퍼에 데려가 나와 동생에게 주전부리를 사주던 그날이었을까.
인구정책은 의도적으로 피임교육과 여성 건강에 대해 말하는 걸 회피하고 있을까. 피임법을 자세히 다루는게, 콘돔이나 피임약을 손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게 성관계를 조장한다는 개소리는 그만 하고 자세하게 접근법을 의무로 가르쳐야 맞지 싶다.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 후 정확한 복용법에 따라 약을 먹는 법, 장기간 효과가 있고 간편한 피하이식장치가 있다는 것(심지어 기혼 여성들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을 알려주고, 콘돔을 술 담배와 동급 취급해 성인인증 받아야지만 살 수 있는 이상한 상황을 개선해야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낙태죄 헌법불합치는 다행인 변화이지만 이전 읽은 책 아주 오래된 유죄를 보면 대체 입법도 이상한 방향으로 갈까 걱정이다. 아직 멀었다. 심지어 그나마 진일보한 제도와 법률을 갖춘 듯한 프랑스 사람들조차 마냥 속편한 상황이 아닌 걸 이 그래픽 노블을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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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11-20 13: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 무엇보다 차가운 스틸 수술대에 누웠을때 느낌에 관한 부분을 읽고 낙태에 대한 기존 생각을 정말 많이 바꿨던 기억이나네요! 근데 전 왜 별2개를 준거였는지!ㅋ 즐건 주말되시구요!

반유행열반인 2021-11-20 13:39   좋아요 4 | URL
주제도 그렇고 엄청 흥미롭거나 재미있을 수 없는 책이고 저자가 명료하게 뭘 주장하거나 하지 않아서 뭘 말하는 거냐 싶기도 할 거 같아요. 그래도 그냥 그랬다고, 이런 일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이야기 듣고 위로 받는 사람도 있으니 거기다 대고 어쩌라고, 하는 말만이라도 줄어들면 세상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주말 잘 보내세요!!!

Yeagene 2021-11-20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들어본 책인데 그래픽 노블인 건 처음 알았네요..프랑스는 우리나라보다 훨 낫다고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문제가 있나 봅니다..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11-20 21:52   좋아요 1 | URL
의료 행위는 우리나라보다는 원활(?)하게 이루어지는데 인식은 어디가나 비슷한지 여기 주인공은 루프를 하고도 아이를 가져서 그런데도 제대로 피임 안 하는 사람 취급 받고 억울하고 그런 게 나오더라구요…저도 읽기 전엔 그래픽 노블인 줄 몰랐어요. 짤막한데 쉽게 생각할 주제는 아니더라구요.
 
[eBook] 오, 사랑 - 제1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26
조우리 지음 / 사계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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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9 조우리.

루시드 폴-오, 사랑
https://youtu.be/DKDVhCWsgP4

사랑이 아니라 한다. 또는 나쁜 사랑이라고, 빨리 헤어지라 한다. 사랑은 보편의 일인데 그 사랑의 틀마저 정해진 것처럼 말하고, 독점적 이성애자라는 꼬리표는 붙일 필요를 못 느끼지만 그 밖의 모양에는 온갖 멸칭을 긁거나 지져서 새기고 그런 인간들, 로 몰아세운다. 뭉뚱그려 부르자면 간단한 한 글자, 죄, 두 글자 죄악,을 붙이면 쉽다.
이렇게 맨날 안고 있으면 미친 듯이 좋은데. 맨날 왜 그래.

십대의 힘든 사랑을 다룬 점에서 이전에 읽은 1차원이 되고 싶어, 와 결이 비슷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 과정, 그런데 마냥 힘든 마음 같은 걸 잘 그려내는 게 신기하다. 그렇지만 이 책이 조금 먼저 나왔고, 청소년 소설로 나와 그런지 성애 장면도 없어서 허들이 더 낮을 것 같다.
열여덟 사랑이와 열아홉 솔이는 오픈채팅방 오프모임에서 우연히 만나고, 사랑하게 된다. 같은 학교 다니며 사귀는 여자 아이 남자 아이는 아이들 앞에서 애정을 과시하며 온갖 부러움과 질투를 사곤 하는데, 이 아이들은 같이 있는 모습 만으로도 SNS에 신기한 것마냥 공유되고, 모르는 사람들조차 온갖 악플을 달고, 주변 친구들마저 더럽고 병적인 것 취급을 하여 고립된다.
그와중에 사랑이는 엄마의 숨겨진 과거, 자신의 출생의 비밀 같은 걸 알고 고민하다 아이들의 학교 폭력을 피해 솔이와 멀리 도망친다. 소설은 좋다. 학교도 가족도 출입국 제약도 전염병도 일단은 없는 그 세상 속에서 아이들은 잠시나마 달아날 수 있다. 단둘이.

소설 속 인물들은 주인공들과 사랑이 엄마 아빠 말고는 대개 납작한 느낌이라 아쉬웠다. 나쁜 사람은 많이 나오지 않는데, 사랑이를 괴롭히고 소문을 퍼뜨리는 암흑의 핵심 같은 세영이, 익명의 인터넷 유저들, 사기치고 얼굴조차 안 나오는 민박집 주인 정도이다. 나머지 두 아이가 만나는 어른들은 대개 친절하고 아이들에게 호의적이었다. 그게 아이들에게 세상이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어 좋을 수도 있지만 잘 모르겠다. 나는 아이들이 타투샵 라방에 참여할 무렵에도 걱정했고, 외따로 이국 땅에 떨어졌을 때, 무작정 찾아간 주소지와 펍, 역무실, 부동산, 전부 걱정 투성이였다. 부모 몰래 처음 집을 나온 어린 여자 아이 둘은 눈에 띄고 귀신 같이 그들을 악용하려 꼬이는 인간들이 있잖아. 내가 오히려 클리셰에 빠져 있는 걸까.
사랑이가 만난 할머니의 가족들도 굉장히 작위적인 느낌이었다. 그저 핏줄 또는 연인과 얽혀 있다는 이유 만으로 그렇게나 끈끈한 애정을 과시하다니. 원래부터 엄청 친한 대가족 마냥 다양성 백과사전, 도감처럼 그려놓은 가족의 모습이 작가가 뭘 의도한지는 알겠지만 너무 올바름을 말하기 위한 도구처럼 그려진 것 같았다. 이건 다정한 원가족을 체험하지 못한 나의 좁은 시야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사랑이와 솔이를 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 이야기니까, 동화 같대도 그런 이야기가 필요한 것도 같다.
사랑이가 온갖 막장 드라마 소재가 자신에게 밀려오는 걸 너무 쉽게 모든 걸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갸웃했다. 그 아이가 오래도록 사랑 받고 커왔고, 지금도 사랑해주는 가족들이 참 많다, 그러면 가능한 이야기일까. 트집을 잡는 건 허구 속 주인공조차 부럽기 때문입니다. ㅋㅋㅋㅋㅋ
솔이의 엄마 이야기는 에이드리언 리치를 떠올리게도 했다. 영국 어느 미술관의 붉고 검은 그림들을 바라보다 가족을 떠날 결심을 하고 다른 사랑에게로 간 마음은 어떤 걸지 나는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랑이 누군가를 머물게 하거나 멀리 떠나게 하는 이야기가 가득해서 금세 읽었다. 어른이 십대 흉내내는 것 같은 주인공 묘사에 처음에는 약간 오그라드는 느낌도 들었는데, 뒤로 갈수록 밑줄 치고 싶은 문장과 표현이 많았다. 오픈채팅, 페이스북, 유튜버, 인스타그램,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끈들이 이어준 사랑 이야기도 언젠가는 내가 어릴 때 놀던 피씨통신 동호회, 엠에센, 네이트온, 싸이월드에 얽힌 흑역사처럼 구시대 유물 같은 게 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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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11-20 0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전막을 치면서 헤쳐가기엔 소재들이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요? .. 사실 전 표지에서 탁, 멈춰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11-20 09:30   좋아요 1 | URL
저는 위험한 소재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1-11-20 09: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루시드폴 너무 좋네요~!
제목하고 표지를 보면 열반인님 취향(?)이 아닐거 같은데 내용은 좋은거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1-11-20 09:30   좋아요 2 | URL
제 취향이란 뭘까요 ㅎㅎㅎㅎ별 기대 없이 정보 없이 어쩌다보니 읽었는데 나쁘지 않았어요.

Yeagene 2021-11-20 1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요즘 시대의 사랑이야기같은 느낌이에요 ㅎㅎ 열반인님 맘에 안드시는 구석도 있는데 그래도 전체적으론 맘에 드시나 봐요ㅎㅎ(뭔 소리?;;;;)

반유행열반인 2021-11-20 11:08   좋아요 2 | URL
기대 안 하고 보니 금방 읽어지는 책이라 소소하게 재미있었어요. 제가 생각보다 누구 죽고 망하고 파국인 이야기 좋아하는데 이제 달달한 거도 가끔 읽으면 정화되는 기분이구나 싶어요 ㅋㅋ SNS는 요즘 사랑의 수단이지만 에이드리언 리치는 29년생 우리 할머니 또래인 거 보면 오오오오오오래 전부터 사랑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거보다 훨씬 무궁무진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상한 유전자 여행 - 생명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쌍둥이 자매의 짜릿한 몸속 탐험 10대를 위한 지식만화 5
클라우디아 프란돌리 지음, 주효숙 옮김, 김혜원 감수 / 반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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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8 클라우디아 프란돌리.

작년에는 과탐 선택한 남학생들 학교로 감독을 나가서 5교시도 없고, 오래 전 제자도 만났다. 올해는 사탐 선택한 남학생들 학교인데, 제2외국어가 있었지만, 옆의 선생님 말로는 일부러 분위기 좋고 열심히 하는 애들 틈에서 시험 보려고 응시생이 제2외국어까지 신청해 놓고 실제 시험은 포기하고 일찍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읭.
어쨌거나 내 나이는 벌써 5교시 감독도 빠지고, 심지어 1교시도 안 들어가는 그런 중년배가 되고 말았다!!! !!!!!! 처음 감독 나간 2009년 이후 이제 십 년도 훨씬 넘었는데 올해에야 감독관은 의자에 앉을 수 있고, 대신 다 앉진 말고 한 명은 서 있어…하는 식으로 민원을 피해갈 만한 문구가 감독관 요령에 겨우 실렸다. 왠지 마트 계산원들이 의자 얻기 까지 투쟁하던 것도 생각나고… 수업도 높은 바 의자나 키다리 전동 바퀴 의자에 앉아 굴러다니면서 하면 좋겠다, 하지 정맥류 같은 고질병 안 생길 거 아냐…무리한 욕심을 가져 보았다…
작년에는 죽어가는 짐승을 들고 갔다가 몇 쪽 읽지도 못하고 결국 해를 넘겨서 읽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만화책! 만화책을 가져가자!!! 문과생 감독하는 문과 출신이지만 다음생은 이과다! 하고 십대용 과학 만화 사 뒀던 걸 들고 갔다. 탁월한 선택이었어. 1교시 비는 동안 대부분 읽고, 5킬로미터 남짓을 걸어 돌아와서 집에 와서 나머지도 읽었다. 어제도 예비 소집 갔다가 걸어 돌아오다 길 잃어버려서 ㅋㅋ어제는 6킬로 걸었는데 오늘은 어제처럼 산 넘어 오긴 했지만 어제보다는 덜 험한 길을 골라서 헤매지 않고 와서 다섯 시 쯤 출발했는데 집에 오니 여섯 시 반이 조금 못 되었다. 도착하자마자 감독 수당 봉투를 열고 자, 어머니 오만원, 곁의 사람 오만원, 큰 아이 만원, 작은 아이에게는 자 오만원, 그런데 내가 맡아 줄게, 하고 다시 빼앗아 이제 내 돈, 하고 챙겼다. 너희가 수능 보려면 아직도 8년, 15년이 남았구나. 언제 다 키우나. 너네는 시험장 가서 담배 피우지 마라… 내 유전자를 반씩 물려 받은 이 어린이들이 어떻게 자랄지 무척 궁금하다. 일단은 내가 자라면 또 뭐가 될지 또 궁금하다. 별로 안 궁금했었는데 궁금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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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18 2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감독관 하셨군요 ㅋ 힘드셨을거 같아요~ 수능 치는 학교에 재떨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거 같은데 진짜였군요 ㅋ
신성한 학교에서 <죽어가는 짐승>은 좀 쌘거 아닌가요? 😅

반유행열반인 2021-11-18 21:09   좋아요 2 | URL
감독 비는 시간에 읽음 좋은 두께겠다…하고 작년 11월에 들고가서는 졸기만 하다 올 9월에 읽었네요 ㅋㅋㅋㅋ1교시에는 전자담배 걷어요 전자기기로 분류… ㅋㅋㅋㅋㅋㅋㅋㅋ

Yeagene 2021-11-18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감독관 하셨군요!고생하셨습니다.전 예전에 감독관은 선생님들만 하는 건줄 알았어요..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11-19 06:46   좋아요 1 | URL
감독관은 아마도 중고등학교 선생님들만 합니다ㅋㅋㅋ

라로 2021-11-19 0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지정맥류 유전 요소가 더 강하다고 하니 부모님 없으시면 넘 걱정 안 하셔도 되지 않을지?? 저도 잘 모르지만;;; ㅎㅎㅎ 근데 요즘은 전자담배…격세지감이 이런 것일까요?? ㅎㅎㅎ 8년 금방인데 15년은 쫌 길긴 길더라는…

반유행열반인 2021-11-19 06:47   좋아요 0 | URL
부모님은 주로 앉아 하는 일 하셔서 ㅊㅈ...이거도 유전되나요? 그럼 흠좀무... 라로님도 어린이들 터울 커서 육아가 기셨죠! (아니다 진행형이다 ㅠㅠ) 저보다 많은 아이 오랫동안 키우시고도 읽고 일하고 하여간에 롤모델 리스펙트 !!! ㅋㅋㅋ
 
[eBook] 아주 오래된 유죄 -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여성을 위한 변론
김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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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7 김수정.

법조인 김수정이 변론을 맡았거나 널리 알려졌던, 혹은 아직도 진행 중인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법 앞의 평등, 공정, 정의를 이야기 하지만 수사와 판결은 사람의 일이라 성에 대한 고정관념, 차별하는 태도가 여전히 억울하고 힘든 사람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잘못된 제도와 처우와 폭력과 범죄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는 당사자와 조력자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 받는 삶과 원통한 죽음이 분명 존재하는데도 그들을 조롱거리로 삼고, 혐오하고, 그럴만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 인간이 본디 잔인하고 어리석은 존재라 해도 조금씩 나아질 여지는 있지 않나. 지금 살아 있는 편견 가득한 구시대인들이 다 사라지고 난 뒤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을 차별적 인식들을 생각하면, 어린 친구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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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11-17 1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쉽지 않은 책인 것 같은데 역시 열반인님은 이런 책도 읽으시네요.ㅎㅎ작가분이 여자분이시라 남자 법조인들과는 다른 시각을 기대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11-17 12:12   좋아요 3 | URL
맡으신 사건이 주로 성차별 관련 사건이라 슬프고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책 자체는 두껍지 않고 금세 읽어져요.
 
[eBook] 살려주식시오 - 주식 중독에 빠진 정신과 의사가 10번의 좌절 끝에 찾아낸 주식투자 심리의 법칙
박종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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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5 박종석.

첫 주식계좌를 만들고 5개월이 지났다. 코스피지수가 최고점일 때 요령도 없이 주섬주섬 모으다보니 시장 상황이 안 좋아져서 코스피가 3000이 안 되는 시기를 길게 지나고 있다. 과몰입이 심하고 중독적 성향이 심한 나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차분하게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다행인 것도 같다. 처음부터 높은 수익률을 거두었다면 그저 과열된 시장에 편승했을 뿐인데 그게 다 자기 실력으로 착각했을 거 아냐. 그리고 처음부터 겁을 많이 먹고 시작해서 주식에 대한 책들을 꾸준히 읽은 것도 돈 버는데 큰 도움은 안 되었지만 ㅋㅋㅋ 투자 태도를 갖추고 오르고 내리는 가격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법을 일찍 배운 것 같다. 놀랍게도 이게 다른 불안성향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왠만한 파란색에는 이제 놀라지도 않아 ㅋㅋㅋ 생각보다 배울 게 많은 주식투자…뭔가 수양하는 기분으로 하고 있다.

<초보 주식 투자자의 독서목록>
1.네이버 증권으로 배우는 주식투자 실천가이드(20210612)
2.나의 월급 독립 프로젝트(20210617)
3.불곰의 왕초보 주식투자(20210618)
4.나는 적금보다 5배 이상 버는 주식투자를 시작했다(20210703)
5.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20210711)
6.인플레이션(20210719)
7.버블:부의 대전환(20210727)
8.붕괴(20210807)
9.부의 대이동(20210810)
10.주식의 시대, 밀레니얼이 온다(20210903)
11.현명한 투자자(20211008)
12.주식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20211022)
13.살려주식시오(20211115)

다섯 달 동안 열 몇 권 쯤 보았다. 주식하다 망한 이야기, 이렇게 하지 마라, 이렇게 해라, 하는 이야기들이 그럭저럭 흥미로웠다.
이번에 본 책은 이전에 즐겨보던 정신의학신문에도 기사를 연재하던 정신과 의사가 쓴 주식책이었다. 주식중독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본인도 주식중독에 빠져 오래 고통 받았다고 한다. 책 제목이 “살려주식시오”하는 게 재미있고 절박해보이긴 했는데 처음에는 그냥 넘겼다. 그런데 신문 기사에 이 책 소개와 의사선생님 인터뷰가 나왔는데, 악플이 너무 심했다. 1981년생, 내 또래의 의사선생님 사진이 함께 실렸는데 사람들이 저 모습이 어째서 마흔 언저리냐…주식이 이렇게 무섭습니다…하면서 마구 디스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왠지 서민 선생도 생각나고 그분 외모 디스는 이제 오히려 자조 개그로 써먹을 만큼 멘탈이 강해졌지…나도 강한 멘탈을 가지고 얍얍 안티를 무찌를 수 있으면 좋겠다…그렇지만 그렇게 괴물이 되지는 말자…하면서 이 책도 읽었다.
역시나 자조 개그 펼치는 초반부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을 만 했다. 주식에 과몰입하고 불안에 빠지는 것을 질환으로 접근하고 일상 생활이 나아지도록 돕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건 나름 참신하고 의사니까 쓸 수 있는 흥미로운 글인 듯 했다. 그렇지만 재무제표 분석이나 공부 열심히 하고 주식해라, 하는 건 좋은데 예시로 드는 종목이나 사례는 갸우뚱했다. 엔씨 좋은 건데 내가 외면했다고!!!하고 참회하는 듯 하면서 너무 띄워주니 아 내가 보기엔 넷마블이나 도긴개긴인데… 이런 생각 하는 저는 하수인가요…
그리고 손절에 대해 과감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이것도 잘 모르겠지 싶었다. 나름 방어적 투자한 터라 제가 산 건 다 우량종목으로 보이는데요…물론 지에스리테일 처럼 고점에 사고 보니 이런 건 사는 게 아니었어…하는 것도 아주 약간은 있지만 정말 상장폐지 하거나 회사 망할 수준 아니면 내 손에 들어온 건 차마 못 팔겠어서…이러다가 10퍼센트 이상의 수익률을 놓치고 시장 가라앉으면서 마이너스 된 종목이 생각보다 많다 ㅋㅋㅋㅋㅋㅋ

자기 포트폴리오를 범주화해서 분류해보자는 아이디어도 재미있었다. 그렇지 여태 사모으기만 하고 처음에는 막 투자 노트, 투자일기도 열심히 쓰더니 마지막 메모한 게 한달 전 ㅋㅋㅋ신종목 진입과 새 계좌 개설을 끄적여 놓았다…초심으로 돌아가자! 하면서 현 (미실현손실 크고 안타까운…)상황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자, 아무도 안물안궁 하시겠지만 저의 미숙한 (현재 5개월차 아직 주식 신생아…)포트폴리오를 공개합니다. 전체 계좌는 아직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언젠가 얘들이 잘 자라면 다시 보고 하겠습니다…
보유 비중대로 얼추 크기 맞추고 오른 건 빨강 내린 건 파랑…해 보니 참 잡다하게도 주워 모았고 난 아직까진 파랗게 망해도 다채롭게 망했구나 싶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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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공 2021-11-15 22: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열권이 넘는 책을 보셨군요! 이번 살려주식시오(책제목 잼나요) 책 밑줄을 보니 주식투자계의 자기계발서 같아요ㅎㅎ
ㅋㅋ 다채로운 포트폴. 많아요.많은거 맞죠?ㅋ아우 ㅠ저는 머리 아파서 한 주 사기도 손 떨릴 것 같아요. 얘들이 파랑에서 빨강이로 꼬옥~ 변하길~아직 망했다 말하지 않키요^^

반유행열반인 2021-11-15 22:42   좋아요 5 | URL
청공님 안녕하세요? 주식책들이 대부분 자기계발서에 가깝고 이 책은 약간 치료서 더하기 저의 주식중독클리닉에 오십시오ㅋㅋㅋ느낌이에요. 저도 오늘 그려보기 전엔 이 정도로 많고 지저분한 줄 몰랐네요…아직은 망했는데 조금 덜 망한 날 기다립니다 ㅋㅋㅋ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scott 2021-11-15 23: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반도체 이정도로 폭망! 열반이님 이제 메타 버스 펀드로 !ㅎㅎ 전 주중 로또 소소하게 당첨 되는 맛으로 한주를 ^ㅅ^

반유행열반인 2021-11-16 07:03   좋아요 2 | URL
주식이든 로또든 소소하게 줍줍 하는게 맞는 거 같아요 ㅋㅋ

새파랑 2021-11-15 23: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파랭이 보니까 안타깝네요 ㅜㅜ 믿을건 메타버스뿐이군요~ 잡주(?)는 없는거 같아요~ 이젠 해외주식 도전~!!

반유행열반인 2021-11-16 07:04   좋아요 3 | URL
해외도 이미 비싼 상태라 오르고나면 못 사겠더라구요 ㅋㅋㅋ메타버스도 딱히 진짜 메타버스인지는 모르겠고 로블록스랑 엔비디아 이런 거 적당히 스까 놓은 펀드에요 ㅋㅋㅋ이걸 해 말아 했는데 미국 증시 오른 덕에 그냥 오르는 거 같고 ㅋㅋ

붕붕툐툐 2021-11-16 07: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포트폴리오 웰케 귀여워요? 주식 1도 모르는 저는 그저 낙서같기도 메모같기도 귀엽단 생각밖엔!!(돈과 연결 1도 못시킴~ㅋㅋ)
책 읽으며 공부하는 반열님께 축복 있을지어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11-16 07:56   좋아요 3 | URL
글씨 진짜 게발괴발하죠 ㅋㅋㅋ사실 그냥 숫자에 색깔뿐인거 같은데 이거에 울고 웃는 사람 왜일케 많을까요 ㅋㅋㅋㅋ축복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Yeagene 2021-11-16 1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신과의사가 쓴 주식책이라니 굉장히 특이하네요..전 주식중독이라는 것도 처음 들어봅니다.열반인님...근데 왜케 파란색이 많아요...ㅠㅠㅠㅠ이 와중에 포트폴리오 쓰신 건 귀엽고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11-16 14:06   좋아요 1 | URL
무엇이든 일상생활에 지장 갈 정도로 집착하게 되면 중독인데 주식이 도박 비슷하게 중독되기 쉬운 모양입니다 ㅋㅋㅋ 그러게요 왜 파랗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