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고 있잖아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0419 정용준.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와 감촉과 굴곡을 느끼려고 손을 들어 올려 더듬는다. 사랑하는 어느 구석이든. 작고 연약한 곤충들은 우리가 갖지 못한 기관으로 세상을 파악한다. 더듬이. 그러고 보면 말을 더듬는 사람들도 아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적확한 말들을 고르는 중인지도 모르겠는데, 그게 자꾸 미끄러져 헛딛고 내가 삔 발목처럼 마음을 삔다.
사실 말을 더듬어 본 기억이 없어서 이런 내가 주절거려 봤자 소설 속 소년은 개,개소소,리 하고 나도 죽이고 싶은 목록에 올릴 지도 모르겠다. 말더듬는 거 흉내내서 두 배의 강도로 죽이고 싶은 욕구 상승.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쉼없이 떠든다. 그래서 피시통신 채팅방을 만났을 때는 거의 혁명이라고 생각했다.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떠들고 들어주고 또 떠드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러다 지치고 떠나간 자리에 다른 아이들이 또 나타나 또 떠들고 또 또 떠들고. 어느 주말에는 일곱 시간인가 접속하고 있다가 부모에게 뒤지게 혼나기도 했다. 우리 집 컴퓨터는 사양이 낮아서 ADSL이 안 깔렸어…전화 모뎀은 전화요금이 아주 많이 나왔다.
지금도 그렇다. 대꾸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오래오래 마냥 말할 수 있다. 다만 말하는 직업으로 사는 것은 즐겁지 않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한 사람에게만 조잘대는 것은 크게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데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은 성대 근육을 긴장시키고 첫해는 후두염, 다음 해는 성대결절, 결국에는 성대폴립이라는 게 생겨서 목수술을 해야했다. 휴직하니 말하고 싶지 않을 때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다.
들어줄 사람이 없으면 길게 쓰면 된다. 요즘은 많이 쓰지 못한다. 무얼 하고 사는 건지.
아, 다들 하나씩 더듬거리는 게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나는 이년째 수학을 더듬고 있어. 떠,떠ㅓ떠떠ㅓ떠떠ㅓ떠ㅓ떠ㅓ떠ㅓ 잘하고 싶은데 계속 반타작이야. 그런 뒤에 이 소설을 읽어서 그게 아주 비슷한 마음일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 첫머리부터 왜 이건 내가 쓴 거 같니…했다. 요즘의 난 말이야. 힘내라고 하는 사람에게 힘내라고 하지 말라고, 힘낼 힘이 없으니 네가 내 대신 힘을 내라고 한다. 이 시간이 어떻게 끝이 나든 나중의 나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또 제발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그건 그냥 너는 망하고 말 거야, 하는 거나 같다고 그래서 그런 말들 들으면 자꾸 눈물이 난다고 한다. 잘 될 거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내가 이 지경인 걸 모르면서 무책임한 희망의 말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결국 내 곁의 사람들이 말을 잃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하고 입을 닫게 만들었다. 나는 내가 더듬는 대신 상대를 더듬게 만드는 나쁜 놈이로구나…

정용준의 소설책은 다섯 권을 갖추고도 두 권 밖에 읽지 않았었다. 하나는 너무 컴컴했고 개랑 개같은 아버지랑 피랑 뭐 그런 게 나왔다. 그런데 나중에 읽은 가장 최근 나온 소설집은 세상과 이어지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이어지긴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톤이 밝은 소설들이 많아졌다. 이 소설도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이런 저런 걸 묻는데 너도 읽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얼마 읽지 않고서도 그렇게 말했는데 다 읽고 나니 더 그랬다. 약간 청소년 소설 느낌이 많이 났다. 청소년 소설 하면 또 뭐 그런 장르가 있냐 싶지만 하여간에 막 학교 도서관 추천목록 실리고 그런 거… 그런데 그러면 진짜 많이 팔아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데 그런 컨셉으로 마케팅을 하지는 않기로 했나 보다… 아쉽네… 내가 윤독도서로 막 몇 십 권 팔아주고 싶네…(하지만 나는 학교로 안 돌아가는게 지상 목표 아마 쉽지 않겠지만 그래서 높은 확률로 돌아가면 애들이랑 볼게…) 읽었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중에서는 제일 좋았다. 뒤에 좀 시트콤 같긴 한데 그게 그냥 그거대로 좋았다. 어설프게 훈훈한게 필요한가 보다. 화자가 열넷 열다섯 어린이라 좀 심하게 못 까겠다… 나는 중학생이 너무 가엾다. 쌍욕하고 눈 까뒤집거나 인터넷 밈 같은 거 주워들고 성희롱하고 교원평가에 ㅆ,ㅣ바 뭐 이런 식으로 욕을 잔뜩 깔아두면 좀 정나미가 떨어지긴 하지만 그냥 불쌍하다.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어릴 때만큼 귀여움도 관심도 못 받고 근데 겁나 사랑 받고 싶은데 아무도 없고…그러면 그냥 컴퓨터나 하고 휴대폰이나 만지는 거지… 욕도 절로 나오는 거지… 사실 그건 어른이 되어도 마찬가지란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소설 속 소년은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 어른들에 둘러싸여 응원도 받고 격려도 받고 가장 중요한 양육자한테서는 좀 험한 꼴도 많이 보지만, 어쨌거나 둘러싼 사람들이 다들 자기 만큼 어려움 겪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그런 어려움 감추지 않고 서로 드러내는 처지라 위로가 된다. 박상영 소설에서는 온통 절망한 아이 하나가 자꾸만 유리구슬을 삼켜서 슬펐는데, 얘는 통통 튀기는 탁구공을 보며 그렇게 타격감 느껴지는 말을 상상한다. 이코에서 틱을 삼키려고 탁구공 물고 테이프 붙이고 마스크 쓰던 아이에 비하면 덜 슬퍼서 좋다. 발작이 온 연인 앞에서 떠떠더떠ㄸ떠 하던 인형탈 쓴 슬픈 연인보다도 덜 슬퍼져서 좋다. 나도 덜 슬퍼지고 싶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eagene 2023-04-20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용준이란 작가도 처음 들어보는 듯하네요;;;;;세상에 작가가 넘나 많습니다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4-20 20:58   좋아요 3 | URL
어두침침한 예전 소설들이 의외로(?) 저랑 결이 맞더라고요 ㅎㅎㅎ 그래서 좋아하는 소설가이긴 한데 또 읽고 나면 너무 어두침침해서 사 둔 것도 쉽게 잘 안 읽게 되고 그러다 읽은 최신작들은 좀 밝아져서 어? 용준이 이제 살만해? 사랑 많이 받은 거야? 하고 다행이다 싶기도 하더라구요.(내가 누군지도 모를 작가들한테 혼자 상상으로 친한 척)

유수 2023-04-21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 너무 좋고 반가웠어요. 해 떴을 때 읽으려고 다시 들어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부분이 역시 젤 좋아요ㅋㅋㅋㅋ <내가 말하고 있잖아> 책은 아직 못 봤는데 작가가 그림책 소개하는 팟캐스트 듣고 궁금했거든요. https://podbbang.page.link/Da3HdMpjRPVCCUDL9 모쪼록 덜 슬픈 하루 보내세요 열반인님.

반유행열반인 2023-04-21 13:20   좋아요 2 | URL
아이 유수님 반갑고 좋게 읽어주셔서 황송… 이상한 부분(?) 꽂혀주시니 더 좋음 ㅋㅋㅋ안 그래도 저 예전에 유수님 페이퍼 보고 시리 허스트베트 중고잔뜩 담아놨다 방금 지르고 들어왔더니 유수님 댓글 더 반가움 ㅋㅋㅋ근데 또 다른 사람이 말했던 책인데 실수한 걸까 봐 검색했는데 어느 책 페이퍼 리뷰 둘러봐도 유수님 글 없는 거에요 서재 가서 검색해보니 책 연결 안 해두셨고 유수님 맞음 ㅋㅋㅋㅋ 정용준 어제 검색하다 새로 알게 된 사실: 나랑 생일이 같다. 아 그래서…뭘 그래서? 혼자 그러고 있었네요.ㅎㅎㅎ 빌어주신 덕인가 오늘 일어났더니 놀랄 만큼 기분이 차분한 거예요! 덜 슬픈 거예요!! 그래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유수 2023-04-21 15:21   좋아요 1 | URL
앗 연결 안해뒀구나 제가. 북플과 서재 사용 어려워요. 들어온지 좀 됐는데도 적응중.. 적응을, 적응 자체를 미루는 인간 있잖아요. 뭐든 평생 적응하는ㅋㅋ 곁에서 지켜보기 답답한데 본인은 안 답답한ㅋㅋ 그게 저….그 책 반님도 좋아하실 거 같아요. 저도 추천받아 읽었는데 나머지 저작은 아직이에요ㅎㅎ 쉬엄쉬엄 읽으시고 페이퍼 올라오길 기다릴게요

반유행열반인 2023-04-21 21:08   좋아요 0 | URL
북플이가 좀…모바일 피시 연동을 해 놓긴 했는데 여러모로 불편해요. 심지어 앱 안 깔면 북플 사이트 접속으로는 댓글도 못 달아요 ㅋㅋㅋ말씀하신 책은 근데 아직 담아만 놓고 못 샀어요 ;ㅁ; 담아 놓고 같은 우주점에서 책 몇 개 누적되면 사다보니… 같은 작가 다른 책…근데 왜 뭐 샀는지 제목 기억을 못해 ㅋㅋㅋ 조급하지 않고 적응 미뤄서 어거지로 적응 안 하고 저절로 스며드는 게 좋은 일 같아요. 막상 잘 하게 되면 딱히 할 것도 없고 그냥 적응 하려 드는 때만 피곤함 ㅋㅋㅋㅋ
 
인섬니악 시티 - 뉴욕, 올리버 색스 그리고 나
빌 헤이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알마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리버와 빌이 함께 듣는 걸 보고 따라 찾아 들은 베토벤 ‘대푸가’. 좋았다.


-20230403  헤이스.

다른 이웃  서재에  책의 인용구들을 보고 알게 되었다돌아가신 올리버 색스 박사의 연인이  책이 있다고내가 죽고 나서 나의 연인이 내밀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써서 낸다면어떤 기분일까나쁜  아닐까잠시 근심한  무색할 정도로 인용된 문장들이 반짝반짝해서 보고 싶었다마침 병원갈 일이 있었는데 근처 서울대입구 알라딘에  책이 있다고 했다당장 사러 나간다,

걸어 나갔는데도 병원 예약 시간보다 일러서 알라딘서점에 먼저 들렀다그런데 서가에서 책을 뽑아들고 실망했다오프 알라딘에서 가장 짜증나는  상태가 심하게  좋은 책을 랩핑해 두는 것이다비닐 안쪽만 들여다봐도 책머리 책옆  점점이 곰팡이야 뭐야 오염 드문드문 묻은 슬쩍 봐도 상태  좋고   촤르륵 펼쳐 보고 나면  살만한  비닐 씌워두는  여러 매장에서 여러   후라 구매를 단념하고 빈손으로 나왔다터덜터덜히잉당장 사러 간다 했는데


집에 와서 검색하니 서울시전자도서관에 책이 있었다여기 도서관 앱은 점점 맛이 가다 못해 이제는 책을 빌리고 실행시키면 웹브라우저가 열리고 인터넷 창을 통해 책을 보게 되었다…  전보다는 안정적으로 로딩되긴 하는데 이거 오프라인이면  보는 건가심지어 밑줄 긋고 책갈피 거는 것도 웹상에 저장되는 신기한 시스템이었다

그렇지만 그저 올리버 박사의 연인의 이렇게 알게 되고  치기에는  헤이스의 글과 사진문장과 관찰력과 감성이 정말 훌륭했다.


올리버 색스의 책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환각’, ‘온더무브’, ‘의식의 ’, 고맙습니다‘ 이렇게 읽었고 아직깨어남 ’뮤지코필리아 소장만 하고 있다벽돌이라 선뜻  펼치고 있지만 ’깨어남 영화도 보고싶다 하면서  본지    째이지만 언젠가는  테야… 언제부턴가 시작된 주기율표 사랑은 아무래도 올리버 색스의 지분도  것이다컨디션  좋을  펼쳤다 글이  튕겨나가서 괜한 번역탓 하던 온더 무브도 다시 좋은  읽으니 이렇게 멀쩡한  괜히 지가  읽어 놓고 뭐라했어 때려요 엉엉 하던 생각도 나는데 헤이스의 책도 같은 번역가가 옮겨 놓았고 나무랄  없이 좋았다


빌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날  오랜 연인 스티브가 죽었고옮겨  뉴욕에서 뉴욕 사랑과 동시에 시작된 올리버색스와의 사랑도 또다시 죽음을 지켜보는 경험이 되었다아직은 사랑하는 사람을 영영 잃어본 적이 없어서 빌이 얼마나 슬플지 헤아리지도 못했다그래도 그는 연인들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고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눈으로내내 간직할 만한 사진으로글로 남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고 말을 걸고 그러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나랑은 너무 달라서… 그러면서 빌이 얻는 충만함휴대전화 가득 쌓이는 이미지들글로 남길 순간들내가 놓치고 사는 것들이 무언지 새삼 돌아보게 했다.


색스 박사와 사랑하고 말을 나누던 순간 글로 옮기는  괜찮은 일일까읽기 전에는 조금 걱정도 했는데글로 남긴 심정도 이해가 되었다혼자만 알기에는 너무나 번뜩이고 귀엽고 생생한 장면들이라 오히려 그런 순간들 남겨서 나눠주는  고마울 정도였다글이란 그런 나만  순간들을 모두는 아니라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는 길을 가다 마주친 이나 파티에서 만난 사람이 시를 써주고 길을 가르쳐주고 눈을 그려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 얼마나 나를 중요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지 아는 올리버 덕에 빌을 알게 되었지만 올리버의   아니라 빌의 글과 마음을 만날  있던 것도 또다른 좋은 일이었다 책이 있다는  우연히 지나는  속에서 알게  것도 고마운 .


+밑줄 긋기

-나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보다  나쁜 것이 있다면눕자마자 곯아떨어져 아침까지 깨지 않고 자는 사람 옆에서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스티브가 죽은 다음  나는 블라인드 틈으로 들어온 은은한 가로등 불빛이 그의 베개 위로 드리운 노르스름한  줄기 덩굴 손을 발견했다그림자와 정반대인 무언가이것이 내가 그의 영혼에 대해서 내릴  있는 가장 명확한 정의다.

아침이 오면  빛은 사라지고남은 하루는 공허하고 괴로웠다  - 일가량-지나야 이런 감정이 가라앉는다고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내게 말해주곤 했다지나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은 것은 내가 직접 발견한 어떤 것이었는데 일이란  개의 밤이고 그의 꿈을   번의 기회라는 사실.


-나에게 스티브의 렌즈는 그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그의 생명의 일부처럼 느껴졌다렌즈 없이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던 스티브였다그것을 템즈 강에 던져버리고 내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었던 스티브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냈다내가 건너는 다리 하나하나가 정화 의식을 치르는그리고 번번이 다시금 눈물을 쏟게 하는 장소가 되었다런던 브리지에 도착해서 마지막 남은 화장 재를 뿌렸다스티브의 유물  강물에 던져지지 않은 유일하게의미 있는 것은  하나였다 생각을 해봤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엉뚱한 방향에 올라타고 예상치 못한 연착과 이따금씩 나타나는 기계 고장을 겪는 것은 정말로 해볼 만한어떤 여행에서든 피할  없는 일이다우리는 그렇듯 방향을 바꿔가며 바른  찾는 법을 터득해간다.


-지하철이 쏜살같이 달려 별빛 같은 조명이 양옆에서 깜박일 때면언제 어떻게 어느  위에 내려앉을지 알지 못한  아득한 시간을 통과하는 로켓을 타고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내가 뉴욕의 지하철에 대해서 무엇보다 좋아하는 점은그것이 하지 않는것에 있다평생을 뒤만 돌아보면서-후회가 가득하든 그리움이 가득하든아니면 부끄러움이 되었든 애착이 되었든 슬픔이 되었든-혹시라도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인생도 있다하지만 지하철은 오르고 나서 문이 닫히면 차량이 향하는 대로 자신을 맡길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지하철은  방향으로만 간다앞으로.


-“마이클 잭슨이 뭐죠?” 뉴스가  다음  O 묻는데, ‘누구 아니라 ‘무엇이었다어떻게  뛰어난 가수가 사람의 인간에서 외계생물체 같은 존재로 변질되어갔던가를 생각해보면아주 이상한 동시에  이상 적절한표현도 없을 듯했다.


-“ 쓰는 것이 통증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야.”


-“ 일은 후회하지 않는다후회하는 것은 하지 않은 일뿐이다이런 면에서 나는 범죄자와 비슷하다.”


-“지금 자신이 궤적에 올라 있다고 느껴져요?”

이젠 그래요.” 내가 대답한다. “오랫동안 떨어져 나왔다고 느꼈거든요.”

O가고개를 끄덕인다.

궤적은 있는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거지.” 그가 말한다.


-비요크의 머리는 위로 올려 파란 깃털 장식이 달린 집게핀으로 고정했다상의로는 색과 문양이 다양한 천으로 만든 단순한 튜닉을 걸치고 있었는데어쩌면 손수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튜닉 밑으로  바지를 입었고 웨지샌들을 신고 있었다화장기 없고 주름 없는 얼굴은 예뻤고눈동자는 비취색이었다칠흑같이 까맣고 풍성한 눈썹은흡사 새의 깃털 같았다.


- 여자는 자기가 얼마나 예쁜지 알까?


-그는 단어들을 음미하며 먼저 혼자 읽은  내게 소리 내어 읽어준다. “인생을 길다고 믿지 말라하루하루를 마지막 날로 여기고  가치 이상의 삶을 살지어다기대치 이상을 살아낸 날이 많은 많은 생을 살리니하루의 짦음을 불평하는  또한 적을 것이다지나간 시간은 그림자와 같은 시간을 현재에 있게 하라.”

 참으로 아름다워.” 내가 중얼거렸다.


-나는 아일랜드 사람답게하루 종일 울었다어쩌겠나좋은 울음은 영혼의 세차 같은 것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비가 젖은 여름은 내가 붙여준 이름 ’나무TV‘ 보기에 완벽한 계절이었다하루는 뇌우가 맹렬하게 쏟아질 가까스로 집에서 빠져나왔다가  가지들이 빗줄기에 헝겊인형처럼 휩쓸리는 광경을 보았다작은 가지들이 창문을 격렬하게 때리고 있었다앞뒤로 휘몰아치고  하고 창을 때리고 스르르 미끄러졌다가는 다시 높이 솟아 휘몰아치기의 연속이었다나는 꼼짝없이 ‘나무TV’앞에 붙들렸다비와 바람과 번개의 협공에 누가 봐도 약세인 나무들이 이제는 체념한  폭풍과 싸우지 않고 그대로 자기를 맡기고 있었다.


-체념으로 내맡기지도저항하며 버티지도 않기그저 가만히 있기그저 있기.


-“열다섯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어요가게가 문을 닫게 돼서 말이에요일자리 구하느라 고생할 사람이 열다섯 명이 생겼단 말입니다.” 알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학생이거나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였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고게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옳지 않아요.”


-“기분 좋은 느낌이나 감정이 동물로서 우리가 내리는 모든 선택에 영향을 미칠까어떤 행동을 하니 기분이 좋다그래서  행동을 다시 한다이것이 우리가 쾌락을 학습하는 과정이다또는어떤 행동을 하니 느낌이 좋지 않다그래서 우리는  행동에는 위험 또는 위기가 따른다는 것을 학습한다이런 건가우리의 인생은 느낌과 감정의 지배를 받는가?”

  인생은 그래요.” 내가 대답했다.


-하루에 하루씩 살아가면 된다미리 과하게 고민하지 말고.

그래요 친구바로 그거예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eagene 2023-04-03 0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올리버 색스 박사님 책도 무지 많이 읽으셨네요.연인이 쓴 책은 처음 들어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4-03 21:14   좋아요 0 | URL
무지 많이라고 하기엔 박사님이 책을 무지 많이도 내셨더라구요 ㅋㅋㅋㅋ하긴 돌아가실 때까지 돋보기! 이러고 글쓰기 매달리는 장면 묘사보고는 찡했어요…저렇게 집요해야 뭐라도 남기는 구나 하구요.

오거서 2023-04-03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덕분에 베토벤 대푸가를 다시 듣게 되고요, 빌을 알게 되네요. 저한테도 고마운 일!(오마주) 우연히 지나는 글을 허투루 대하지 않아야하겠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4-03 21:15   좋아요 1 | URL
오거서님은 진작에 미리 들으셨군요. 저는 이 책 보는 얼마 전에야 처음 들었는데 베토벤이 이런 곡도 썼구나 근데 알려진 것보다 역시 이런 혼란한 쪽이 더 내 취향 ㅋㅋ했어요. 비루한 제 문장을 오마주까지ㅎㅎㅎ영광이옵니다. 진짜 꽂히는 글들은 스치다가 알아서 쫓아오더라구요 ㅎㅎㅎ
 

 아직 읽지 못한 말더듬던 소설가 책에 우연히 눈이 닿아 꽂힌 책등을 훑다가, 갑자기 꽃집하는 시인을 궁금해하다가, 검색하다가 황인찬의 시 중 ’백 살이 되면‘이 있는 걸 알게 되고, 그런데 그 시가 곧 그림책으로 나온다는 걸 또 알았다. 신기한 방식으로 아직 나오지 않은 책을 알아내는 나야. 너는 왜 너를 모르는 너도 모르는 것들에 쓸데없는 관심이 많니. 백 살이 되면 오롯이 나한테만 관심이 머물까, 아님 모든 것에서 관심을 거둘까. 나는 둘다 아닐 것 같다. 여전히 내 밖의 모든 것을 뒤지고 헤집고 궁금해하지 않을까. 




 살이 되면 좋겠다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다


엄마가 불러도

깨지 않고


아빠가 흔들어도 깨지 않고

모두 그렇게 떠나고 나면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에 가만히  기울이면 좋겠다


물방울이 풀잎에 구르는 소리

젖은 참새가 몸을 터는 소리


이불 속에서 듣다가

나무가 된다면 좋겠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무 밑에서 조용히 쉬고 계시면 좋겠다


빛을 안고

뿌리를 뻗으며


오래 평화롭게 잠들  있다면 좋겠다


 잠에서 깨어나면

여전히 한낮이었으면 좋겠다


 가족이 모여  침대를 둘러싸고 있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오후의  속에서


 쉬었어?

오늘 기분이 어때?


내게 물어보면 좋겠다

그럼 나는 웃으면서


  동안 쉬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고


그렇게 말할  있다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황인찬, ‘백 살이 되면’ 전문)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버 2023-04-02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평화롭고도 쓸쓸한 기분이 드는 글이네요... 시에 그림을 덧붙인다면 그림작가 나름의 해석도 들어가 더 풍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4-03 01:11   좋아요 1 | URL
친구랑 제가 황인찬 시인 좋아해서 (좀 예의없지만) 인찬이, 잘 쓰지? 인찬이, 언젠가 교과서 실릴까? 했는데 이 시부터 초등교과서에 실릴 느낌이네요 ㅎㅎㅎ 시도 그림도 편안하면서도 너무 뻔하지 않아서 좋아요.

Yeagene 2023-04-03 0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가 좋네요..황인찬 시인 기억해두겠습니다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4-03 21:12   좋아요 0 | URL
제가 시를 잘 모르지만 시를 잘 모르는 제가 봐도 황인찬 시는 잘 썼고 좋더라구요.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 좋았어요.ㅎㅎㅎ 이 그림책도 수채화 그림 느낌이 좋아서 나중에 사려고요 ㅎㅎㅎㅎ

라로 2023-04-22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저도 이 시집 갖고 싶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4-22 09:41   좋아요 0 | URL
시 한 편으로 어린이 그림책 한 권 만드는 거는 전에 백석 마을은 맨천구신이 되어 한 권 사 봤는데 제가 좋아하고 요줌 젊은 시인 중 제일 잘 쓰는 황인찬 시인 시로도 이렇게 나왔더라구요 ㅎㅎㅎ 엊저녁에 작은 어린이 자기 전에 읽어주니 좋아했어요. ㅎㅎㅎ
 

살이 갑자기 너무 찌면 자다가 숨이 막힌다평생 마른 편이던 내가  2 초에 그걸 처음 알았다앞자리(나이) 바뀐  얼마  됐는데(몸무게는 한참 전에) 벌써 죽기는 싫더라 밝는대로 뛰어 나갔다 칩거가 끝났다아침마다  근처 상도근린공원국사봉 인근을 맴돌며 온갖 산책로를  쑤시고 다녔다.(근방 사시면 저랑 언젠가 마주치셨겠지 말입니다?)  오르던 길을 지나다 길 옆으로 조그맣게 사람 밟은 흔적이 있으면옆구리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사람이 있으면우와  길이야 두근두근일단 갔다. ‘샛길쟁이’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이름 모르던 새들을 잔뜩 만나고는 인터넷 열심히 뒤져서 물까치어치박새쇠딱따구리오색딱따구리공손히 예의를 갖추고 진짜 이름을 불러주기 시작했다공부도 체력이 먼저다핑계로 잘도 쏘다녔다뭔가 이삼십년  당겨하는 은퇴자 체험 좋았다어르신들  좋은 산을 독차지 하고 있었군… (니가 그냥  다닌 거야…)


즐거운 꼬꼬마 산악인 놀이는  달을  채우고 어제 멈췄다무학대사가 경복궁 지을  관악산의 위협적인 호랑이 기운 제압한다고 삼성산 근처에 호압사를 지었다고 한다옛날엔  근처 살았지그리고 튀어나가는 호랑이  잡으라고 사자암을 세웠다고 한다지금은 봉우리만 넘으면  암자가 나오지어떻게 알았냐면 산길 가다보면 사자암이  내려다 보이고 거기 표지판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온숲이 울리게 드릴처럼 나무를 도려대는 머리 빨간 오색딱따구리도 그 주변에서 만났다  산길 발견해서 걷다가 등산복 입은 어르신들이 넘어오는  보고 사자암 문턱까지 가는 새 지름길을 또 발견했다. 계단만 따라 내려가면 금방이었다새길에 미치는 내가 완전 새길파티, 하고 신나게 내려가다가 가장 마지막 나무 계단 밟고 디딘 흙바닥에 뾰족한 돌이 튀어나와 있었다 돌을 지렛대 삼아  발바닥은 발레리나 흉내를 내며   없는 각도만큼 세로로 세워지고다시 꺾였다으아아아아아아악

바로 옆에 커다란 바윗돌이 부상자 좌석처럼 놓여 있어서 곧바로 앉았다정면에 보이는 나무 위에 산비둘기 두마리가 놀고 내가 좋아하는 오색딱따구리도 날아왔다뭐래삐었대…  움직인대몰라몰라 구구구 딱딱따다다다다닥


한참 멍때리며 통증이 가라앉길 기다리다주변에 썩은 나뭇가지 꺾어 지팡이 만들려다 포기하고 그냥 절뚝절뚝 느릿느릿 암자를 지나 비탈길을 내려오니 다행히 마을버스가 꼭대기까지  있었다잡아 타고 절뚝절뚝 정형외과 찾아가서 엑스레이 찍고 보호대 차고… 열심히 산에 다니( 공부 안하)셨으니 와 엄마 나 상 받았어 발목 부상…아야…


수상 소감 대신 부상 기념 시집  권을 샀다둘이 티키타카 천사 타령하는데  내가 말하고 나한테 말하는  같은 제목이야… 등산 금지틀니 금지약과 금지천사 금지지금 사천은 벚꽃 축제를 한다고 한다삼천포에 가서 장어구이 먹고 바다 보고 싶다… 현실은 2 이상 가료 안정강제 공부행… (염좌 부위 아프고 빡쳐서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모두들 다치지 말고 안전한 산책하세요…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ueyonder 2023-03-31 1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빨리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3-31 20:2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blueyonder 님도 늘 안전하고 건강하시길!

건수하 2023-04-01 07: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부상…. ㅠㅠ 고생이십니다. 발목은 낫는데 오래 걸리더라고요. 치료 잘 받으시고 완쾌하시길..

반유행열반인 2023-04-01 09:27   좋아요 1 | URL
다쳐본 게 오랜만이라 (마지막 골절은 상체인데다 30여년 전이네요 ㅋㅋㅋㅋ애기 때…) 어리둥절하네요. 완쾌를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하님!!!!

우끼 2023-04-01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ㅜㅜ쾌차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4-01 09:2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우끼님도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읽자나 2023-04-01 08: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ㅠ부상 ..침 맞으시며 치료하시면 좀 더 빨리 낫더라구요.

반유행열반인 2023-04-01 09:32   좋아요 2 | URL
정말 신기하게도 검색해보면 일단 정형외과 엑스레이-골절 없으면 물리치료 대신 한의원-이게 염좌 국룰이더라고요? 그런데 아직 제가 한의원의 은혜를 입지 못해서 ㅋㅋㅋ(한의원의 인류학 이라는 책도 사 놓고 설득되어 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집에서 많이 쉬어보고 더디 나으면 침 치료도 경험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자나님!!!

파이버 2023-04-02 23:05   좋아요 1 | URL
침 치료 저도 적극 추천 드려요.... 한의원에서 한숨 주무시며 치료 받으시면 빨리 낫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4-03 01: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파이버님. 제겐 낯선(?)침술과 한의학이네요…모르고 산 그 동안이 축복인지도 ㅠㅠ

Yeagene 2023-04-03 0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열반인님 다치셨군요;;;;한의원 가서 침 맞아 보세요..젤 나은 방법 같더라구요...

반유행열반인 2023-04-03 21:10   좋아요 0 | URL
저 침 맞아본 게 심한 아토피 치료한다고 18년 전에…30년도 넘은 더 애기 때는 열난다고 의원에서 막 전신 침으로 따서 자지러진 기억도 있네요… 이전 경험들이 죄 시원찮아 그런가 5일 간 그냥 집에 처박혀 있는데 다들 침을 권하시네요 ㅠㅠ 다들 잘 맞는 침 난 왜 못 맞고…돌팔이만 만나가지고 ㅋㅋㅋㅋ침은 발목에 맞는 거였군요…ㅋㅋㅋㅋ
 
대다크 5
하야시다 큐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만화)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0324 하야시다 큐.


 앞서 20년 묵은 묵은지 아니 헌 만화책을 깨작깨작 보고 재잘거리다 생각난 대다크 5권을 펼쳤다. 시험을 망쳤지만 식식 난 굴하지 않아! 하는 캐릭터는 너무 클리셰이고, 나는 그런 클리셰가 되는 걸 너무나 질색하기 때문에(나를 잘 아는 한 친구는 이런 나를 보고 클리셰를 질색하는 클리셰에 너무 충실하다고 했다) 기를 쓰고 오늘은 공부를 안 할 거야…그럼 만화책을 또 보자…비뚤어지겠어…(여러분은 인간이 망하는 과정을 유튜브도 아닌데 라이브로 시청 아니 일독하고 계십니다…) 이번에는 올해 1월 나온 따끈한 신작 만화 비축본을 소비해 보겠습니다…


 일단 제목이 다이다크잖아요. 제가 오늘만 진하게 다크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간바레하려고요? 마침 등장인물 어둠의 자슥들 (상대편인 빛의 자슥들은 얘들을 네 마리의 해악이라 부르더라… 캬 해악이라니 기왕 나쁠 거면 이 정도 칭호는 얻어야지…..)이 쿠라이라는 이름마저 컴컴한 별에 도달했다. 거기서 카페 라이트리스에 가서 뭔 시꺼먼 떡 같은 걸 터뜨려 처묵처묵한다… 


 하지메 다메마루는 자꾸 죽었다 살아났다 또 죽고…시마다 데스는 성질도 지랄 같은데 또 해맑은 자하산코를 아껴주고 있으니 미워할 수가 없다… 이번 화에서는 뼈나 시체가 생각보다 덜 나왔지만… 자꾸 피카피카 거리는 빛의 무리 대마왕은 피카츄인가 했는데 히카루라 히카히카 하고 있는 거였나?! 일본어가 짧아서 잘 모르지만… 어쨌거나 하나 강력하자고 빛의 놈들 1000명씩 용광로 갈아 합치는 거 보면서 으으…했다. 아이 헤이트 전체주의. 하나 지키자고 자꾸 사람이 죽어… 대의고 정의고 뭐고 큰 덩어리를 위해 개체를 희생시키는 놈들은 그거야 말로 악당이 틀림 없다. 그치만 주인공들은 돈 벌겠다고 (혹은 배부르겠다고) 막 죽이고 뼈를 모으지… 악당 밖에 안 나오는 만화다. 


 섀도우 되어 맛이 간 다메마루의 마음 안에 갑자기 들어가서 아무 것도 없는 절망? 불안? 시껌씨껌한 거 보고 고동 진동 느끼는 장면 마음에 들었다. 그치만 제일 좋았던 건 뒤에 부록으로 달려 있는 부분의 빈둥거리는 시마다 데스.


지하감옥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빈둥빈둥대는 시마다 데스. 내 장래희망 (죽음 고기는 안 먹는) 시마다 데스로 결정… 용사님 뭐해요 숨셔 이후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아무것도 안 해…


 4권까지는 뼈랑 시체 이제 지쳐요…했는데 오늘 뼈는 거 사골 잘 우러났네 좋아요 좋아…꾸준하고 끈질기게 계속 그려주소서 큐 언니…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eagene 2023-03-25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덕에 알아가는 게 많아요.이 만화도 그렇고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3-31 18:25   좋아요 1 | URL
영광이옵니다…이 작가는 해부학 공부도 많이 했는지 인체 묘사에 꽤 신경쓰는 눈치입니다. 그래서 좋아요 ㅎㅎㅎ